1화 2화 3화


“지휘관, 건조가 완료됐어.”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서 돌아온 체스터 C. 리코버 제독은 좋은 소식을 들었다. 재블린이 말하기를, 건조가 완료되었다는 것 아닌가!

 

“그래. 재블린. 곧 4연장 보포스들이 올 거다. 랭글리 개조시키면서 들어갈 거니까 알아둬라.”

 

“랭글리 개조?”

 

“자세한 건 이 문서를 참조해라. 일단은 빨리 건조 결과를 확인해야 할 것 같네.”

 

‘랭글리 방공순양함 개조 계획’이라는 문구가 타이핑된 서류철을 재블린에게 넘겨 준 그였다.

 

“알겠어.”

 

뭔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안감을 떨치고, 재블린은 건조완료를 누르기 시작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에, 지휘관은 성호를 그었다. 혹시 성호를 그으면 아이리스 소속 칸센들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이유였다.

 

첫 번째 건조완료가 눌러지고, 환한 빛과 함께 보라색 옷과 보라색 머리를 한 칸센이 나왔다.

 

“안녕, 거기가 지휘관 씨? M급 구축함 매치리스야, 지켜줄 거지?”

 

“그래, 내가 지휘관은 맞아. 그런데 못 지켜준다.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지켜.”

 

뭐, 이게 진정한 현실이었다. 저 칸센이 폭격기나 뇌격기 밥이 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도록.”

 

“알겠어. 지휘관 씨.”

 

“재블린? 건조완료 눌러라.”

 

두 번째 건조완료가 눌러지고, 또다시 환한 빛과 함께 파란색과 보라색 중간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누군지 모르겠는 구축함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지휘관. J급 구축함 주피터라고 합니다.”

 

“오늘은 뭐가 이렇게 로열이 많이 나오는 거지? 일단 매치리스 옆에 앉아 있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지휘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구축함에는 많은 대공포 부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공변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싸워야 하는 게 금딱 넷에 보딱 둘이라는 세계 최대의 항공전력인데 어쩌라는 것인가?

 

물론 진주만이 터질 때까지 랭글리는 항공모함일 것이지만(있는 함재기로 그래도 제로센 한 대 정도는 격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함재기를 더 ‘소모’해야지 방공순양함 개장에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을 거다. 함재기가 없는데 어떻게 항모로 쓰는가?) 지금까지 주지해 왔듯이 랭글리의 편대는 복엽기다. 

 

“세 번째 깐다.”

 

“어. 해.”

 

이제 샌디 하나쯤은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게 바로 지휘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개같이 배신당했다.

 

“브루클린급 경순양함 브루클린이다. 외교라면 나에게 맡겨주기 바란다.”

 

“그래.”

 

아니, 오히려 좋다. 브루클린이라면 그 말빨로 장비 몇 개는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재블린?”

 

“네 번째 까?”

 

“아니.”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게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브루클린? 뽑아.”

 

“알겠다. 지휘관.”

 

그리고 브루클린은 뭔 생각인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를 같이 눌렀다.

 

“경순양함 롤리입니다. 이렇게 생겼어도 경순양함 맞습니다.”

 

“안녕? 지휘관 군? 노샘프턴급 중순양함 시카고다.”

 

자랑스러운 퇴역률 1위에 빛나는 시카고와 흰딱 경순 롤리다.

 

“그래. 딱 좋네.”

 

시카고는 테네시 호위함으로 넣으면 되겠고 롤리와 브루클린은 주피터-매치리스-재블린-배시로 이루어진 구축전대를 지휘하면 되겠어. 

 

“내 이름은 체스터 E. 리코버, 벽람항로의 4대 지휘관이자 너희들의 상관이다. 질문 있으면 손 들도록.”

 

시카고가 손을 들었다.

 

“왜?”

 

“숙소는 어디지?”

 

도대체 왜 그걸 나에게 묻는 거지? 저기 재블린이라고 잘 아는 칸센이 있는데.

 

“저기 저 건물이다. 사람 없는 방 아무 데나 들어가. 이왕이면 1층으로.”

 

아직 BE해역에서 사망한 칸센들의 유품이 1층 말고는 정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 뽑는 칸센 중에 죽은 칸센들과 같은 칸센이 나오면 그 칸센에게 유품을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체스터 리코버 준장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0시, 슬슬 잘 시간이었다.

 

“재블린? 새로운 칸센들을 숙소로 안내해.”

 

그리고 나는 집무실을 떠났다.

 

이제 진주만 공습까지 5일 남았다.








왜 저런 칸센들이 건조에서 나왔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오늘 해역에서 건지고 소형건조에서 나온 벽람항로 함선들임.


아마도 다음 화(쓴다면)부터 진주만 공습이 시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