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 챈 공지에, 개인의 신상정보를 악의적으로 밝히는 경우 문제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악의가 아니면 괜찮다는 걸로 이해를 했어. 그래서 그냥 소위 말해, 이니시 끊는 정도로만 말할거야. 


나는 지방의 모 의과대학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어. 아재와 -틀- 사이다.

방금 성적정정 요청 메일에 대해 답변을 보냈다. 자신 있으면 오겠지.


이걸 왜 말하냐면,

최근에 챈에 아픈 사람이 가끔 보여.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뭐 가족이라든지, 주변 친한 지인 등이 아파서 맘 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

참 뭐랄까, 나는 진료를 주력으로 하는 그런 의사는 아니라서, 정말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의미없을 담화이긴 해.

다만 그래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불필요하나마 남긴다.


내가 한창 의과대학 졸업하고, 면허 막 받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노예처럼 수련 받으러 다닐 때, 거의 지금부터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를 개ㅈ밥에서 그냥 ㅈ밥으로 마개조시킨, 은사님이 계시는데, 지금도 내가 드물게 진료를 보면 그 분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분이 한 분 계셔.

지금은 연세가 많으셔서 정년퇴임을 하신지 좀 오래되었고.

 

그 분께 진료를 받으러 오는 노부부께서 계셨는데, 꽤 멀리서 오셨어. 당시에도 다리가 이어진 곳이긴 했지만, 

섬에서 오셨었거든, 서울까지. 

내가 두 분이 은사님께 진료를 제대로 보기 전에, 사전에 작성해주신 문진표를 토대로 평소에 좀 어떠셨는지, 그런걸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을 쓰는 일을 그때 했었었어. 

뭐 식사는 평소에 어떻게 드시는지, 하시는 일 중에 안되거나 잘 되거나 하는건 있으신지.. 등등.


근데 두 분이 참 밝으셨어. 언제든. 병원 안이 워낙 넓고 그러니까, 이게 차칫 하면 길 잃고 그런다고 두 분이 참 붙어서 같이 다니셨거든

내가 그 때 그냥 상투적으로 하던 말이 있는데, 특히 지방 멀리서 오시는 분들께,

여기 멀리까지 오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라고 물어봤었거든. 딱히 별 의미는 없어. 그냥 대화의 시작을 저걸로 한 정도야.


그때 이제 할아버님이 말씀하시던게, 

할머님이랑 그래도 이럴 때 서울 와서, 새로운 것도 먹어보고, 또 바로 집으로 가시는게 아니라, 새로운 곳도 가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나 할머님을 위해서 뭔가를 노력해주는걸 보고, 

또 당신 두 분께서 그래도 건강하시다, 혹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렇게 방향을 잡아보면 괜찮다

라는 말을 들으러 오는게 늘 기대된다 그러시더라고. 


개인적으로 정말 의외였고, 그게 꽤 몇 년 전인데 내가 아직 안 잊어먹고 있거든.

참 그때 생각해보면 그게 내 복이었던 것 같긴 한데, 그건 중요하지 않고.


병원에 오는게, 사실 좋아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지. 

대부분은 좋지 않은 일로, 좋지 않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오는 곳이니까. 

그래도 내가 나름 10년 정도, 군대 빼면 한 6년 되겠는데, 그 기간 동안 환자분들을 많이 뵌 것은 아니야.

다만 언제나 느끼는게 참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좋게 풀려나가는구나.. 

같은 생각을 꽤 자주 해.


그래서.. 끝 말미가 이상하다만,

어디 아픈 사람 있으면, 그래도 잘 회복 될거니, 좋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본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 아프다면 생각보다 주변 사람의 영향이 작지가 않거든. 특히 큰 병일 수록.

그래서 너무 다운되어 있기보다는, 그래도 힘 내고, 같이 힘 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날씨가 덥고 궂다. 다들 건강한 여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