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전편(?) : https://arca.live/b/azurlane/59297627 - 만쥬들과 현대식 온돌까는 지휘관 


로열 모항의 집무실, 3월 첫째 주 수요일


K-서비스업에 익숙한 우리의 김치맨 지휘관은 오늘도 로열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뭐? 200평방피트(18.6m2)짜리 벽걸이 에어컨 하나 다는데, 할인 받아서 1,300파운드(200만원)이라고? 600짜리(55.7m2)는 뭐? 할인 안된다고 600만원?"


사람값 비싸고 물건값 비싼 로열의 가격표에 놀라는 지휘관


"거기다가 춘계 휴무도 아니고 휴업 중이라서 5월에나 가능한데다가 설치비는 별도라고?"


설치비 바가지야 한국에서도 있던 일이니 그렇다고 쳐도 뭐? 여름도 아닌데 에어컨 설치가 2주 뒤도 아니고 2달 뒤? 선넘네?

봄에 에어컨을 사면 토요일 아침에 시공까지 완료하고 시원한 바람 쐬어보고 추가설치비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싸우는게 국룰 아니었나?


한국의 빨리빨리가 그리워지는 지휘관이었다 


"주인님, 굳이 런던의 여름에 에어컨디셔너(에어컨)가 필요할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벨파스트 너, 작년에 겨울 오기전에도 바닥 난방이 왜 필요하냐고 말해놓고 겨울되니까 주말에 청소 핑계로 애들 데리고 와서 집에 찾아온게 몇번이지?"

"......"


메이드장도 못참는 온돌바닥 이거 좋거든요?


"추워서 그러는거는 이해하겠는데 여름에는 진짜 집안에서 쪄죽는 수가 있어요, 비전투손실은 줄여야할거 아니냐"

"......"

"겨울 날씨가 그 꼬라지였는데 이번 여름에는 27도... 80℉ 까지 올라갈거 같으니까 미리미리 해놔야지"


'로열은 무슨 마약을 했길래 미터법을 버리고 도로 임페리얼 유닛으로 돌아간거지? 망할 브렉시트(1)'

반년이 넘었지만 단위환산은 여전히 어려운 김치맨 지휘관


"80도 정도로 굳이 에어컨디셔너가 필요할까요?"

"뭔소리야? 낮 말고 밤 말하는건데? 낮에는 100도(38℃) 정도로 올라가지 않을까?"

"네?"


아아... 이것은 열대야라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지랄맞은 밤의 원인이지


"겨울에 대낮에 0도(-18℃)면서 여름에는 밤에도 80도(27℃) 인 곳이 세상에 어디있습니까?"

"그러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3년전에는 진짜 뒤지는 줄 알았거든"

"......"


잠시 후



"헬에어컨은... 성능은 좋은데 너무 비싸고, 중앵꺼는 주파수가 안맞네... 이스트글램산? 저렴하긴 하네..."

쥬스타그램에서 에어컨을 찾아보는 지휘관

"작은 방에는 창문형 에어컨으로 달아보고, 거실에는 쓰읍... 셀프 설치해?"


결심을 하는데...


뚜루루루루

"전화받았다냥"

"아카시냐? 혹시 건식 코어드릴하고 코어비트 있냐? 일주일만 빌리자, 안되면 사고"

"코어비트는 75mm 있는데 뭐할려고 하냥?"

"에어컨 설치할려고, 그리고 에어컨용 구리관 주문제작 맡길려고 하는데"

"에어-컨디셔너?"

"올해 여름에 더울거같아서"

"우리도 해주면 안돼냥?"

"우리 메이드장 허락맡아"


어딜 기술자를 날로먹으려고


"너무하다냥"

"내가 보내주는 목록들 다음주까지 구해다주면 다음달에 가서 견적내보고 해줄께"

"알았다냥"



3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 지휘관 숙소, 0900



드르륵! 드르르르르륵!


부지런한 지휘관이 아침부터 벽에 드릴질을 하고있다


"무슨 소리야?"

"세이렌의 습격인가!"

"상황 확인해!"


지휘관 숙소 방향으로 몰려오는 로열 인원들


"아니 니들 뭐야? 어디 습격이라도 왔어? 사이렌은 안울렸는데?"

"여기서 나는 소리 때문에 온건데요, 그건 뭔가요 무서워요..."

지휘관의 손에 들려있는 코어드릴이 무서운 다이도



"나는 니들 손에 들려있는게 더 무서워요"

다이도 손에 들린 대검이 무서운 지휘관


"어째서 멀쩡한 집 벽에 구멍을 내고 계신겁니까 주인님? 드디어 미치기라도 하신겁니까?"

지휘관의 기행에 경악하는 셰필드


"에어컨도 없는 집이 뭐가 멀쩡해? 에어컨 배관 구멍 뚫는데?"

"에어컨...? 배관?"

"에어 컨디셔너말야.... 이건 실외기고"

"굳이 그게 필요합니까?"


어디서 들어본 소리인데... 아!


"메이드장하고 똑같은 소리하네, 이야기 다 하고 하는건데?"

"벨파스트는 주인님의 응석을 너무 받아줍니다"

"작년 가을에 그런말 하면서 겨울에 여기 온것만 몇번일까? 글러먹은 메이드들아"

"......"


신기하게 쳐다보는 메이드들을 무시하고 보온재를 씌운 동관과 전선을 배수관이 있는 구멍으로 넣고 남은 부분을 틀어 막는다

다음에는 길이 맞춰 주문한 냉매 배관을 실외기와 스탠드 에어컨을 연결하고 에어컨 냉매 가스통을 가지고와서 실외기에 냉매를 주입하고 다른 작업을 하는 지휘관(2)


몇 시간 뒤, 지휘관 숙소 거실


우우우웅~


"진짜로 차가운 바람이 나와요"

"글러먹지는 않았군요"

"그런데 이게 진짜 필요할까요?"

"걱정되서 달긴 했는데 필요할 일 없으면 나야 좋지, 아이스크림이나 먹을래?"

"아이스크림!"

"감사히 먹겠습니다"



3달 뒤 여름, 지휘관 숙소 거실, 2100


"다들 내 집에서 나가!!!"

북적거리는 거실에서 샤우팅하는 지휘관


"싫어요, 더워요, 안나갈꺼에요, 오쪼라구요"

"정말 저희를 버리실건가요?"

"영예로우신 주인님, 저희에게 시원한 숙면을 취할 자비를"

"서방님 살려달라냐"

"니들 숙소가서 자라"

포미더블, 다이도, 시리우스, 체셔


"여기 땀이 차는데... 닦아주시겠어요?"

"에어컨 틀어서 덥지도 않은데 무슨 땀이냐?"

일러스트리어스


"이런것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다니.. 이러면 제가 할일이..."

"없다고?  너는 내일 나하고 같이 에어컨이나 달자, 일 시켜줄테니까 0530 까지 본청으로 출근해"

"네?"

카리브디스, 내일 아침 에어컨 설치기사로 당첨


"청소 임무라면 맡겨주십시오"

"그러면서 은근슬쩍 눕는건 뭐냐?"

"칫"

셰필드


"유니콘 여기 시원해서 좋아"

'덥다는 애를 내쫓을수는 없는데'

유니콘


"하인! 당분간 여기에 있어야겠다"

"폐하! 어서 돌아가시는게..."

"더운데 어딜 가자고 하는건가! 여기서 자면 되지 않겠는가?"

'애새끼들을 내쫓을수는 없는데...'

퀸엘/워스파이트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벨파스트


"내가 말했잖냐, 올해 여름은 이꼬라지 날꺼라고..."

"......"

"이럴줄 알고 지난주에 25,000 BTU (7kW, 약 17평형) 에어컨 하나 샀잖아? 내일 06시에 카리브디스하고 같이 해서 공용 숙소든 어디든 1층에 에어컨 달아야지"

"06시에 말인가요?"

"일과시작하면 하자고? 밝으면 하는거지 해뜨면 더워서 일 못해"

"...알겠습니다"



다음날 지휘관은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카리브디스와 함께 역사가 가득한 로열의 건물에 최초로 외벽에 드릴을 박게 되었다


여름이었다


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3010140004685

EU 탈퇴로 인해 야드파운드 단위계 단독 표기가 합법이 될지 모르는 2022년의 영국


2) 벽걸이/스탠드 에어컨은 셀프설치 하려면 작업공구 준비부터 시작해서 실외기 앵글설치, 실외기 설치, 타공작업, 배관 연결 및 마감(필요하면 용접 추가), 질소 블로잉(배관 크리닝 작업), 전용 냉매 주입, 배수관 설치, 배선 작업 등 할게 많으므로 설치기사 부르는 것이 더 싸고 안전하다


실제로 유럽은 여름에 그렇게 안더워서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편

참고) 전용 프레임이 없는 창문형 에어컨을 중고로 샀다면 셀프 설치하고 남는 윗부분을 아이소핑크를 잘라 막아버리는게 싸다



수정) 드릴소리 링크깨져서 파일로 변경(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