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냄새가 났다.

 불쾌한 향은 아니었다. 허나 그간 다른 중앵 함선들과 접하면서 맡았던 어딘가 마음 푸근해지는 그런 향이 아니었다. 단순한 짐승의 향이라 말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었다.

 발정난 암컷의 냄새.

 그런 표현이 보다 정확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방금 전, 무사시가 지휘관을 끌어안으며 말하며 흥분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컷을 유혹하는 듯한 느낌의 그러한 체취가 있었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지휘관도 남자이자 수컷이라는 증거이기라도 한 건지. 지휘관의 숨이 뜨거워졌다. 달궈지는 호흡에 본능이 섞였다.

 무사시는 그런 지휘관을 내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무사시의 미소는 시나노와 처음 몸을 섞었던 날 보았던 미소와 닮아 있었다.

 사람의 몸을 끓어오르게 하는 마력이 있는 그 때 그 웃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보고 있을 뿐인데도 그 옅은 금빛의 눈동자에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머리가 몽롱해졌다. 흐릿해지는 이성, 끓어오르는 욕망.

 수컷을 홀리는 주술과도 같은 힘이 있는 눈동자였다. 

 함선 소녀라는 미지의 존재도 있는 마당에 그런 환상 속에나 나올 법한 힘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비강을 가득 채우는 향이 진해졌다. 다가온 무사시가 지휘관의 귀에 그리 속삭였다. 귓가에 늘어지는 끈적한 목소리, 지휘관은 주술이란 게 실존한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무사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넘쳐 흐르는 이 정욕을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 그랬다.

 무사시의 허리를 휘어감은 지휘관이 무사시의 입술을 덮었다. 무사시는 그런 지휘관에게 맞춰 허리를 숙여 응했다.

 별 다른 점 없는 입맞춤에도 늘상 위에서 아래를 덮는 입장이었던 때와는 다른 느낌.

 늘상 혀를 섞으며 타액을 넘겨주는 입장이었던 때와는 다르게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무사시의 타액은 제법 감미로웠다.

 매력적인 여인은 그마저도 매력적인지, 혹은 이마저도 그 알 수 없는 술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휘관은 그따위 잡념은 머리 한 구석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지휘관이 무사시의 허리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품 안에서 놓아주질 않던 바로 얼마 전과 다르게 무사시는 지휘관의 인도에 몸을 맡기고 그의 손길을 따랐다.

 물론 그 와중에도 꼬리는 지휘관을 휘감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남은 한 손을 들어 그 거대한 젖가슴을 쥐어짜듯 붙잡았다. 우악스러운 손길에도 무사시는 옅은 신음만을 흘릴 뿐 손길을 거부하진 않았다.

 손가락이 그대로 파묻힐 정도로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이었다. 손바닥 아래, 풍만한 젖무덤만큼 크고 둥근 유륜이 얕게 부풀어 오른게 느껴졌다.

 "후으……."

 지휘관의 손가락이 무사시의 유륜의 크기를 가늠하듯 그 끝에서부터 나선을 그렸다. 강하게 쥐던 처음과 다르게 부드럽고 안타까울 정도로 느릿한 그 손가락의 감촉에 무사시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지휘관의 손가락이 무사시의 커다란 젖무덤 끝으로 향하자 살더미에 묻혀있던 유두의 끝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손가락을 스치는 돌기의 감촉, 지휘관의 손가락이 그 끝에서 멈췄다. 손 끝으로 톡톡 건드릴 때마다 무사시의 입가에서 약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애태우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이번엔 무사시의 꼬리가 지휘관을 끌어당기며 둘은 더욱 깊숙히 입을 맞췄다.

 지휘관도 그에 응해 손가락으로 젖가슴에 파묻힌 무사시의 유두를 파내며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응그읏……!"

 오히려 지휘관이 놀랄 정도로 반응은 극적이었다.

 지휘관은 허리가 풀려 자세가 무너지는 무사시를 받아들었다. 큰 키에 걸맞게 제법 무게는 나갔지만, 오히려 그 키에 비하면 턱없이 가벼웠기에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사시의 허리가 움찔거렸다. 커다란 젖에 파묻혀 세상 풍파를 모르던 유약한 유두에 지휘관의 손길은 너무 큰 자극이었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사시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이 입가에 흘러내렸다.

 이미 가리는 천 조각 하나 없이 드러난 커다란 가슴은 가쁜 숨에 맞추어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무사시의 옷은 진즉부터 알몸을 가린다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팔에 걸쳐진 큼직한 소매가 있지만 그 뿐이었다. 오히려 그 풍만하고 매력적인 몸뚱이에서 가려진 부위가 팔 밖에 없다는 게, 수줍은 처녀가 마지막 옷자락을 붙잡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음심을 부추겼다.

 덩달아 흐트러진 치마 사이로 얇은 끈 하나로 연결된 속옷이 무사시의 몸을 가리고 있는 하나 뿐인 제대로 된 의복이었다.

 그마저 얇고 작은 면적의 속옷이라, 삐져나온 옅은 음모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이윽고 지휘관이 시선이 무사시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무사시의 속옷은 이미 습기에 차, 무사시의 음부에 착 달라붙어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제 역할도 하지 못하는 속옷으로 가려진, 풍만한 여체에 걸맞게 살짝 부풀어오른 암컷의 꿀단지는 고스란히 드러났을 때보다 더욱 야릇하게 느껴지는 마성이 있었다.

 "너무, 흐으, 빤히 쳐다보지 말아주겠나."

 지휘관의 지긋한 시선에 무사시가 몸을 떨며 움츠러들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눈 앞의 수컷을 잡아먹고자 하는 당당한 암컷의 모습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 몸짓이 더욱 수컷을 유혹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무사시는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평소 모습과 대비되는 그러한 모양새가 지휘관의 욕망에 불을 피웠다.

 지휘관은 그 자리에서 무사시를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바닥이 조금 딱딱했지만, 무사시도 별다른 불평을 토하진 않았다.

 어차피 꼬리가 침대 역할을 대신해줄테니.

 지휘관이 무사시와 입을 맞췄다. 이번엔 지휘관에게는 익숙한, 위에서 아래를 향한 입맞춤이었다.

 지휘관의 혀가 무사시의 입 안을 농락하며 이곳 저곳을 훑었다. 살짝 가빠지는 무사시의 호흡은 안중에도 없었다.

 늘 자신을 내려다보던, 자신이 올려다보던 암컷의 몸뚱어리를 밑에 깔아둔다는 그 사실이 지휘관을 더욱 흥분시켰다.
 
 입술이 떨어지고, 무사시가 진득한 한숨을 내뱉었다. 열락이 섞인 숨결, 그 너머로 금빛 눈동자가 둥글게 휘며 빛났다. 지휘관은 그 너머에서 욕망을 보았다. 그게 무사시의 욕망인지, 지휘관 본인의 욕망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휘관의 시선이 무사시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속옷은 습기를 머금다 못해 꿀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매혹적인 여체와 스치기만 해도 준비가 끝나는 편리한 남자와 다를 터인데도 그랬다. 몇 번이고 함선 소녀들과 몸을 섞다보니 지휘관이 여성을 위로하는 실력이 늘어났는지, 아니면 무사시의 천성이 짐승─암컷이기 때문인지.

 혹은 지휘관에게서 함선 소녀를 발정시키는 모종의 힘이 있기라도 한건지.

 어느 쪽이든 그닥 상관은 없었다.

 무사시가 직접 제 소중한 곳을 가리고 있던 속옷의 끈을 풀어냈다.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속옷을 떨궈내듯, 무사시가 주춤주춤 일어나 바닥에 엎드렸다.

 입고 있을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액에 절은 속옷은 그 간단한 몸놀림만으로 마지막 역할을 잃었다.

 육감적인 허벅지 사이, 넘쳐흐른 애액에 사타구니는 이미 번들거렸고, 촉촉히 젖은 음모가 숙소 형광등 아래에서 빛났다.

 한껏 부풀어오른 꼬리와 커다란 엉덩이가 살래살래 흔들리며 지휘관의 시선을 빼앗았다. 무사시는 한 손을 뻗어 제 음부를 훑었다. 묻어나온 애액이 손가락 끝에 모여 바닥에 똑, 떨어졌다.

 "첩은, 더 이상 참기 힘든데."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무사시가 말했다.

 "자네는 어떤가?"

 별다른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무사시의 허리를 살짝 잡은 지휘관은, 대답 대신 양물을 무사시의 꿀단지 사이로 힘껏 처박았다.

 

 
 새된 신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몇 번인가 허리를 꿈틀거린 무사시가 바닥에 축 늘어졌다. 발갛게 손자욱이 남은 커다란 젖무덤이 바닥에 눌려 옆으로 삐져나왔다. 달아오른 몸뚱어리에 닿은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반가웠다.

 이젠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는지 세기도 힘들었다. 진즉에 양손은 넘어있었다.

 꿈 속을 헤메느라 제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시나노가 몇 번이고 지휘관을 보챘다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무사시를 배려하던 지휘관의 몸놀림은 점점 거칠어져, 이윽고 그 무사시를 쾌락에 절여 함락시키기에 이르렀다.

 유약하여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휘관은 암컷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는 그 누가 지켜줄 필요도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지휘관이 이리 강인한 존재인 걸 알 수 있지 않았나.

 짐승의, 암컷의 본능이 자극당해 더욱 더 지휘관을 품에 안고 싶었다. 아니, 안기고 싶었다.

 차가운 바닥에 무사시가 늘어져있는 모습을 바라본 지휘관이 마지막 이성을 발휘해 무사시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 와중에도 두 짐승은 서로 떨어지질 않았다.

 침대로 향하는 고작 몇 걸음 되지 않는 그 거리,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사시의 몸이 들썩였다. 지나치게 높은 감도 탓에 매 걸음마다 무사시는 옅은 절정에 달해 바들바들 허리를 떨며 지휘관에게 달라붙었다.

 본래라면 고작 몇 초가 필요했을 그 짧을 거리를 이동하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둘이 걸어온 그 짧은 길에는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내린 거품인 백탁액이 점점이 남아있었다.

 "후으으……."

 둘은 푹신한 침대에 서로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메이드대의 함선 소녀들이 성화를 부려 바꾼 고급 침대가 푹신하게 둘의 몸을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잠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교접이─ 교미가 이어졌다.


 


 "으, 그읏……."

 껄떡이는 지휘관의 양물이 무사시의 안에 정을 토해냈다. 무사시는 본능적으로 지휘관의 허리를 다리로 휘어감았다.

 아릿한 절정에 무사시의 발 끝이 오므라들었다. 본능이 잠식한 짐승의 민감한 몸뚱이는 정액이 흘러오는 그 감각조차 쾌락으로 바꿔버렸다. 

 지휘관은 몇 번이고 무사시의 안에 정액을 털어놓았다. 그럴리가 없을텐데도 벌써부터 아랫배가 부풀어오른 기분이 들었다.

 길고 긴 사정이 끝나고 무사시의 다리는 풀리지 않았다. 지금 안을 가득 채운 지휘관의 물건이 사라진다면 아까운 정이 쏟아질테니.

 그래, 아까운 정이었다.

 "본래라면, 흐으, 후사는 시나노에게, 으응……, 맡길 생각이었다만."

 숨을 갈무리한 무사시가 지휘관을 품에 꾹 끌어안았다. 그리 긴 사정을 끝내고도 지휘관의 물건은 여전히 무사시의 안에서 껄떡이고 있었다. 그 때마다 무사시는 옅은 절정에 허리를 떨면서도 말을 이었다.

 "생각이, 바뀌었다."

 가벼운 탈력감에 몸을 추스리던 지휘관의 몸이 빙글, 돌아갔다. 이번엔 무사시가 지휘관의 위에 올라탄 자세였다. 

 맞닿은 가랑이 사이에서 거품인 백탁액이 흘러나왔다. 무사시가 낼름, 혀로 입술을 핥고는 허리를 슬쩍 돌렸다. 그 가벼운 허리 놀림에 이어진 사정에 약간 힘이 빠진 지휘관의 양물이 무사시의 안을 다시 넓히기 시작했다.

 "흐응, 아직, 으……, 더, 할 수 있는 모양이군."

 쾌락 어린 가벼운 신음을 흘린 무사시가 지휘관의 머리맡에 손을 짚으며 자세를 낮췄다. 무사시의 등 뒤, 꼬리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살랑거렸다.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이며 지휘관의 가슴팍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수줍게 모습을 감추고 있던 커다란 유두는 진즉에 한껏 부풀어 올라 지휘관의 가슴과 맞닿고 있었다.

 미처 삼키지 못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린 타액의 길, 그리고 거기에 달라붙은 몇 가닥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지휘관을 간지럽혔다.

 "후사는, 읏, 많을 수록 좋지 않겠나?"

 무사시가 작게 웃었다.

 아무래도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본능만 남은 짐승의 밤이 지나갔다.

 그리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그리 말을 하며 지휘관이 본인의 잘못을 성토한다 한들, 이 모항에서 지휘관의 그 죄악을 지탄할 함선 소녀는 그 누구도 없었다.

 오히려 하나 둘 지휘관과 몸을 섞은 함선 소녀가 늘어난다면 언젠가 자기에게도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며 기뻐하는 함선 소녀들이 있다면 모를까.

 상부라고 할까, 대령의 반응도 그와 다를 바가 없어서, 대령은 "와, 진짜 스물 다섯 낳으려고?" 하며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그 농담에 변명 섞인 별다른 대꾸조차 할 수 없단 게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

 물론 그건 지휘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모항의 시간은 언제나 다름 없이 흘러갔으니, 일에 치어 며칠인가 지나니 결국 그 자괴감마저 줄어들었다.

 하지만 잔뜩 날아다니는 털의 양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한 이후, 제 집마냥 지휘관의 집무실을 들락거리는 무사시의 탓이었다.

 그 전엔 은근히 챙겨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아예 지휘관을 치마폭이랄까, 꼬리폭에 감싸고 싸고 도는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대놓고 "대하기 서투른 사람이 있다면, 첩도 데리고 가도록. 자네에게 반항한다면, 첩이 따끔한 맛을 보여줄테니." 라고 말할 정도가 아닌가.

 그 날리는 털에도 그나마 익숙해졌는지 이따금 재채기를 하는 정도였지만, 그때마다 이마에 손을 대 열을 재며 안달복달하는 무사시를 보고 있자면, 차마 털이 날리니 한동안 집무실에 출입을 자제해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을리가.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이젠 저들끼리 달라붙은 털뭉치가 굴러다니는 상황에 지휘관은 다시 마스크를 꺼내야만 했다.

 무사시가 난리통을 피우겠지만, 잦아지는 기침과 재채기보단 차라리 마스크가 덜 불편할테니, 그건 감수할 수 밖에.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집무실에 찾아온 무사시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지휘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도 제 몸을 챙기라고 첩이 말했거늘. 아프면 들어가서 쉬는게 좋다. 나머지 일은 첩이 처리하지."
 "아픈 건 아니에요."

 그리 대꾸하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무사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전보다 더욱 걱정이 심해진 무사시는 여차하면 지휘관을 들처업어 숙소로 데리고 갈 기세였다.

 "지휘관이 저런 와중에 비서함이나 되서는 자리를 비우다니." 

 무사시가 비어있는 비서함 자리를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지휘관이 아차 싶었다. 오늘은 카리브디스가 비서함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로열 메이드대의 메이드장조차 털 때문에 투덜거리는 와중이었다.

 그러니, 그 착한 카리브디스의 입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었다.

 "자네는 대체 뭘 하길……."
 "죄송합니다, 주인님. 털이 좀 많아서 청소가 오래 걸렸네요. 어머, 무사시 님, 어쩐 일로 오셨나요?"

 업무 중 자리를 비운 비서함에게 일갈을 하려던 무사시의 말은 거기서 이어지지 않았다. 지휘관은 얼굴을 감쌌다.

 자리에서 굳어버린 무사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때마침 바깥의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집무실을 비췄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털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무사시는 그제야 지휘관이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또 왜 그리 잦은 재채기를 했는지 깨달은 듯 했다.

 세상을 잃은 듯한 그 표정을 보니 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리브디스의 말에 아무리 악의가 없다 한들, 지휘관도 "요즈음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있네요." 라는 말을 들으면 같은 표정을 할 게 뻔했으니.

 비척비척 지휘관에게 다가온 무사시가 눈빛으로 지휘관에게 물었다. 지휘관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늘 차분하던 모습은 어디에 가고 그 큰 키에 걸맞지 않게 주인 잃은 강아지, 아니 여우처럼 동공이 흔들리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지만, 더 이상 감출 수는 없었다.

 죄송해요, 털이 너무 날려서요.

 그리 말은 하지 않아도, 무사시도 이젠 받아들인 듯 했다. 무사시의 귀와 꼬리가 축 늘어졌다. 카리브디스만 뭔가 실수했을까 안절부절하며 지휘관과 무사시를 바라보았다.

 "한 동안, 출입은…… 자제하도록 하지."

 집무실의 문으로 터덜터덜 향하는 무사시가 참으로 측은하고 안타까웠기에, 지휘관은 말 한 마디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청소만 좀 도와주신다면, 괜찮아요."

 무사시의 귀와 꼬리가 쫑긋 섰다.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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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의 결혼식에 갔다왔습니다. 얼마간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이 잦아 두달동안 세번 정도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신랑 신부의 모습이 행복해보이는 게 부럽긴 합니다.


그 와중에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자니 자괴감이 엄습했습니다. 부모님께 속죄의 말을 여기서나마 남겨봅니다.


물론 부모님이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그대로 근처 강에 뛰어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써본 글을 찬찬히 읽다보니, ~한 것이다, 라는 표현이 많아 의식적으로 최대한 줄여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곧장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영문으로 된 글만 보다보니 그런 듯 합니다. 사실 핑계입니다. 그냥 어휘력과 필력이 떨어질 뿐입니다.


오늘도 헛소리가 길었습니다.


한동안 회사 업무로 정신이 없어서 연재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대신 평소보다 분량을 조금 많이 담긴했는데, 그닥 영양가는 없는 듯 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