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드디어 끝났네.”
“우와~ 수고했어!”
짝짝짝, 뉴저지가 손뼉을 맞대며 요란하게 반응한다. 평소라면 늘 하던 대로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바라봤을 지휘관이었지만, 일이 끝났다면 상황은 달랐다.
“고맙다. 그래.”
우두둑, 지휘관의 허리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심상찮은 소리에 뉴저지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지휘관은 짜게 식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밥이나 먹자.”
“어디서?”
“해 먹자.”
“오, 직접 해주는 거야?”
신남을 감추지 못한 뉴저지가 몸을 일으키고, 방긋 미소를 짓는다. 지휘관이 해주는 식사가 어지간히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아니? 나 밥 잘 못해. 해 줘.”
“?”
그래서 더 어이없어했다.
***
“오, 파스타야?”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재료를 보고 지휘관이 한 말이었다. 베이컨, 양파, 버섯 등등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우유와 스파게티 면이었다.
“요리는 못 한다더니, 이런 건 또 잘 아네.”
“원래 뭐든 간에 못 하는 놈들이 입은 잘 놀리거든. 비슷한 거야.”
지휘관이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뉴저지를 놀리고, 그녀는 차게 식은 눈으로 답한다. 평소 보여주던 광경과 정반대인 그것은 나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맛있게 해주세요~”
“일 끝나서 그런가. 다 살아났네.”
어느새 그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 자체가 즐거웠으니, 딱히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흐흠~ 흠~.”
그리고는 곧이어 콧노래, 순식간에 잔뜩 불어난 그녀의 밝은 기운은 이 방을 가득 채웠고, 지휘관에게 닿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
“칼질 엉성한 거 봐라. 으이구,”
“………….”
“마늘 먼저 볶아야지, 어어, 베이컨 어어어, 양파 어어어.”
“지휘관!”
“네~ 부르셨나요.”
거듭된 훈수에 그녀가 언성을 높이니, 지휘관은 뻔뻔스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늘어진 것이, 어지간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정말, 어떻게 사람이 이리 다를 수 있지?”
“어제는 푹 잤거든, 이거 봐. 다크서클 사라진 거 보이지?”
지휘관은 자신의 눈가를 잡아당겼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길게 자리 잡았던 거무죽죽한 다크서클은 오늘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이전처럼 신경질 부리지도 않았다.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그리고 싱긋, 가볍게 눈웃음 짓는다.
“……이번만 봐줄게.”
그 눈웃음을 본 뉴저지의 기분은 하늘을 치솟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애초에 화난 적도 없지만.
잠깐의 소란 이후로는 정적이 흘렀다. 정확히는 둘만 입을 닫았고, 프라이팬은 여전히 요란스러웠다.
“아, 면 그렇게 삶는 거 아닌데.”
아닌가 보다.
***
“완성!”
“오.”
아직 입에 대지도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베이컨과 양파가 듬뿍 들어가 절로 입맛을 돋게 하는 이 파스타는 분명 맛있으리라, 지휘관은 확신했다.
“어때? 대단하지?”
“아직 입에 대지도 않았어.”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자꾸 이런 식으로 짓궂게 구는 데는 여러 까닭이 존재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가 최우선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리액션이 굉장한 편이었으니까.
“그럼 먹어봐! 빨리! 빨리!”
한 치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그대로, 뉴저지는 방방 뛰며 지휘관에게 파스타를 권유했다. 조금 더 놀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 나가면 진짜로 삐질 걸 알았기에 지휘관은 순순히 파스타를 받아들였다.
“어때? 맛있지? 응? 응?”
“잘하네. 박수라도 쳐줄까?”
“안 치고 뭐 해! 빨리!”
“이야~ 대-단해~”
짝짝짝, 지휘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손뼉을 쳤지만, 그녀는 거기서 만족할 줄 몰랐다.
“더 크게!”
“대--단해~”
“야호!”
그녀가 신난 만큼, 지휘관은 그에 정비례해 미소를 그렸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운 건 그 또한 매한가지였으니까.
“너도 먹어 봐. 만든 사람인데, 한 입 해야지.”
그리 말하며 지휘관은 포크로 파스타를 감아 들어 그녀의 입에 건넸다. 순간 당황한 뉴저지였지만, 금방 미소를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히히, 맛있네.”
***
“맛있게 잘 먹었어.”
식사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둘 다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맛있게 먹어야지.”
“예이.”
지휘관은 자연스레 고무장갑을 주워들었다. 음식을 대접 받았으니 설거지는 자신이 해야 한다는 마지막 양심이었다.
“응? 내가 해도 되는데.”
“얻어먹었는데, 이 정도 염치는 있지.”
“후후, 그래. 지휘관도 양심은 있구나? 착해 착해~”
“나를 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 한 거야.”
그리고는 덜그럭덜그럭, 설거지하는 그의 뒷모습을 그녀가 바라보고, 시시덕거린다.
“우리 이러니까 꼭 신혼부부 같지 않아?”
“같지 않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부정이 날아왔지만, 뉴저지는 여전히 웃어 보였다. 히히,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고, 지휘관 또한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허나 바로 그 순간, 뉴저지의 머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그런데 지휘관. 요리할 줄 모른다며, 마늘 먼저 볶아야 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
“……지휘관?”
“설거지 끝났으니까 갈게. 오늘 재밌었어.”
그 말을 끝으로 지휘관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어안이 벙벙한 뉴저지는 지휘관이 사라진 방문을 멍하니 바라봤고, 이내 조용히 읊조렸다.
“날 속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