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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은 조금 전과 다르게 흘러갔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질 수 없던 포커와 달리, 이번에는 말 그대로 진검승부였으니까.

 

덕분에 지휘관과 뉴저지 둘 다 적잖은 양의 술을 들이켜야 했다. 물론 중간에 지휘관이 근데 생각해보면 이거 내 술인데 왜 이렇게 됐냐.’ 하며 의문을 가지는 일도 있었지만, 곧 유야무야 넘어갔다.

 

……헤헤, 이겼다~.”

 

그래. 축하한다.”

 

다만, 달아오른 얼굴과 풀린 혀, 그리고 흐느적거리는 몸짓은 오직 뉴저지에게만 국한되었다. 둘이 비슷한 양의 술을 마셨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기본적인 주량이라는 게 달랐던 모양이었다.

 

게임을 졌음에도 지휘관은 여유롭게 한 잔 들이켰다. 아직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고, 사실상 승패가 판가름 났다는 증거였다.

 

계속할 거야?”

 

헤헤…… 당연하지. 오늘은 무조건 이길 거야…….”

 

해맑게 웃어 보인 뉴저지는 그대로 지휘관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랄 법도 했지만,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와 동시에 세 가지 향기가 지휘관의 코를 간지럽혔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의 입 안에서 맴돌았던 술 냄새, 익숙한 듯 어색한 그녀의 샴푸 향, 그리고 부드러운 여체의 살 내음까지.

 

오늘은……이길 거야…….”

 

뉴저지는 조용히 읊조렸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아, 게임을 진행할 여력은 더 이상 없어 보였다.

 

네가 이겼어. 내가 졌네.”

 

격한 움직임 탓에 엉켜버린 머리를 쓸어주며 내뱉은 말이었다. 따듯한 행동이었고,  따듯한 말투였다.

 

늘 틱틱대던 지휘관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그것이 술 때문에 나온 우발적인 감정일지, 혹은 꽁꽁 감춰오던 본심일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히히…… 야호! 내가 이겼다!”

 

지휘관의 항복 선언을 들은 뉴저지는 양팔을 뻗어 만세 자세를 취했다. 늘 보여주던 활기찬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또 색달랐다.

 

축하해. 상으로 침대에서 잘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줄게.”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뉴저지를 그대로 들어 올린 지휘관은 침대로 걷기 시작했다. 뉴저지의 방으로 가지 않고 굳이 자기 침대에 눕히려는 이유는, 지금 모습이 누가 보아도 오해하기 딱 좋은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공주님 안기였다면 사정이 나았을 것이다. 서로를 마주 보는 상황에 그녀가 다리로 지휘관의 허리를 휘감고 있고, 지휘관은 그 허벅지를 잡아 들어 올린다.

 

연인이라 해도 충분히 낯 뜨거운 장면이었으나, 둘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뉴저지는 오히려 더 신나 할 판이었으니까.

 

지휘관 힘세네…… 헤헤 재밌다.”

 

그래도 너보단 약해알잖아?”

 

뉴저지는 대답 대신 지휘관을 강하게 끌어안았다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지휘관의 가슴에 닿다 못해 뭉게지는 심히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졌지만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가 이긴 거야…… 맞지?”

 

엄청 잘하더라놀랐어.”

 

할 말은 많았지만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본디 취한 사람에게는 무슨 말을 하든 통하지 않는 법이니까.

 

짧은 거리였지만어째서인지 그 거리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지휘관이 천천히 걷는 걸 수도 있고.

 

누워라.”

 

에엥…… 왜 벌써 자좀만 더…….”

 

새벽 3시여 이놈아.”

 

무어라 칭얼거리는 뉴저지였지만지휘관은 봐주지 않았다여전히 매달려있는 그녀를 침대로 조심스레 내려놓고이불을 덮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휘관은 안 자?”

 

잘 거야.”

 

슬쩍 이불을 들어 올리며 하는 말이었다그는 단호히 쳐냈고뉴저지는 툴툴대며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지휘관은 피식미소를 그리며 뉴저지의 볼을 꾹꾹 누르다 이내 살짝 잡아당기며 놀았다.

 

내일 보면 까무러치겠구만.”

 

그리고는 휴대폰으로 찰칵사진을 찍었다쭉 늘어진 볼따구가 인상적인 그 사진은 한동안 배경 사진을 차지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나도 자야지.”

 

옆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불을 끈 지휘관은 대충 베개와 담요를 꺼내 소파에 던져놓고 그대로 누웠다침대보단 못하지만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잠자리였으니 딱히 불만을 내비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5분이 지난 참이었을까규칙적인 숨소리는 지휘관에게서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쌔액 쌔액둘의 숨소리가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조용한 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뉴저지는 조용히 감은 눈을 들어 올렸다.

 

……지휘관 바보.”

 

 

 

 







 

 퐉스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