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포가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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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 좋은 걸까...?"


요크타운은 바위에 앉아 비키니의 한쪽 끈을 풀까 말까 고민했다.


"너, 너무 조금 풀었나... 조금 더 과감하게....?"


그녀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며 어떤 자세가 지휘관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지금 내 모습.. 허먼쨩이나 엔터프라이즈가 보면...'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며 비키니의 끈을 풀고 있는 모습은 많은 오해를 살 만한 장면이었다.

평소 그녀가 이런 헤픈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솔직히 조금 많이 놀랐지만.'


호넷이 이 수영복을 골라줬을 때, 그 과감성에 깜짝 놀랐다.

수영복은 수영할 때 입는 옷일 텐데, 이건 그 경계를 가볍게 뚫었기 때문이다.

수영할 때 입으라는 옷이 아니었다.

이건 분명....


이건 분명 여름을 기회 삼아 남심을 자극하는 적극적인 여성들을 위한 옷이었다.

자기 자신을 과감히 꺼내 놓아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는 옷. 마력이 깃든 옷이다.

아마 이 옷을 만든 사람은 디자인을 정할 때부터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었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의 행동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제작자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절대 나쁜 쪽으로 성격이 변했다거나, 헤픈 여자로 보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실 너무 부담된다면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호넷이 추천한 수영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솔직해지고 싶어.'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며, 요크타운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위기는 단순한 부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부정 당했을 때의 허무함.

그리고 죽음의 공포에서 오는 위기감이었다.


'나는....'


지금 그녀는 현실의 요크타운이면서 가상현실에 존재했던 요크타운이었다.

두 존재의 기억은 적절히 섞였고, 결국 완전한 하나의 존재로 자리 잡았다.

요크타운2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그러나 그녀가 가상현실의 요크타운일 적에, 그녀는 존재 자제를 부정당했었다.

자신이 한 줌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절망했었다.


-내가 한낱 데이터라고...?


그러나 그러한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오래 끌어안을 수 없었다.

지휘관의 목숨이 위협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여기 남아서 적의 발을 묶어야 지휘관님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실 수 있어. ....너를 희생시켜서... 정말로 미안해...

-괜찮아.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자면, 그때 그녀는 안도를 느꼈다.

데이터에 불과한 자신의 삶에 목적이 생겼으니까.

스스로를 희생하겠다고 선택할 때, 그녀는 자신 삶을 진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선택했다.

목숨을 바쳐 지휘관을 살리기로.


-안녕,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지휘관님. 나중에 언젠간 다시 만나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그녀는 다가오는 적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나 그때 못 다한 말이 많았다.

그녀는 사랑을 고백했지만, 더 많은 것을 말하지 못한 후회를 가슴 깊은 곳에 묻고 싸웠다.

싸우는 도중에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가짜라는 걸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다면.

일이 이렇게 급해지기 전에 당신에게 더 잘했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모든 적을 무찔러 당신을 구하고, 울고 웃으면서 당신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가상현실의 마지막 빛이 꺼지는 그 순간까지, 그녀는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빛이 꺼질 때 그녀는 지휘관이 무사히 도망쳤음을 깨달았다.


'지휘관님. 저는 당신과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었어요.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닌.... 좀 더 가까운.... 연인 다운 관계를.'


고독과 슬픔의 파도가 그녀를 덮쳐왔다.

동시에 가상현실에 빛이 꺼졌다.

그것은 그녀의 죽음을 의미했다.


'만약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크타운은 그 소망을 영원한 염원으로 남겨둔 채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솔직한 삶을 살고 싶어. 더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그때 갑자기 빛이 밝혔고.


-...니.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요크타운 언니.

-....

-....


그녀는 완전히 눈을 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었다.

이곳이 어딘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억에 남아 있었으니까.

그녀는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현실에서 눈을 떴다.


말 그대로 모든 기억이었다.

요크타운의 개체로 태어나 지휘관을 따르고, 전쟁에서 부상을 당했던 것부터.

가상현실에서 맞이한 죽음. 그리고 결코 이루어질 수 없던 염원까지 전부 다.

그 모든 일렬의 일들이 기억나자, 요크타운은 깨달았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고.


-.....제가 돌아왔어요, 엔터프라이즈.


짧은 회상이 끝난 후, 요크타운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부끄러움이 옅어진 느낌이었다.


'그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 내 진심을 전할 뿐인 걸.'


그렇게 생각하며 요크타운은 어떤 모습으로 지휘관을 맞이할지 결정했다.


"요크타운...?"


마침 지휘관이 걸어오고 있었다.

미리 연락을 넣어뒀기에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오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지휘관을 보며 요크타운은 천천히 비키니의 한쪽 끈을 완전이 풀었다.

오른손을 들어 가슴이 드러나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부끄러움이 남아 있는 듯한, 머뭇거리는 미소였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어서 와, 지휘관님."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옷의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였다.

지휘관은 지금 그녀의 자태를 보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 음, 그, 끈이.. 음..."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계속 한 곳을 바라보는 지휘관을 보며, 요크타운은 살짝 외면하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어때, 지휘관님... 지, 지금 내 모습... 괘, 괜찮을까...?"


대답은 듣지 못했다.

대신, 비키니의 끈이 양쪽 모두 풀어졌다.

그 아래의 끈까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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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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