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칸센 건조를 위한 큐브 조달... 장비 개발을 위한 물자 및 자재 조달...... 돈 나갈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야..."
지휘관은 지독한 담배 쌍내를 내뿜으며 거대한 서류의 미로에 갇혀있었다. 이미 재떨이에는 거대한 꽁초의 탑이 만들어졌고. 아차 싶었을땐 이미 한갑하고 반 이상을 비우고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때문인지, 아니면 차후의 예산 문제때문에 어지러워서인지, 잠시 쉴 겸 집무실을 뛰쳐나왔다.
밤 하늘을 수놓는 별.
그것은 문명 세상에선 책에서나 실리는 말이다.
비록 지상의 네온 사인과 대기 오염으로 별은 보이진 않지만, 적어도 구름 한점 없는 밤이라. 달이 홀로 밝게 비추고 있기에,
마음을 위안해주는 듯 했다.
"아빠?"
그의 딸, 울리히가 복도쪽에서 걸어나왔다. 달빛때문에 유난히 울리히의 얼굴이 밝게 빛나보였다.
"어, 울리히? 잠도 안 자고 왜 나왔어?"
"아니... 아직도 안 들어오길래 걱정했거든."
"지금 시간이..."
"오전 3시 33분."
"벌써 그렇게... 그럼 너 아직까지 안 잔거야?"
"나도 이제 성인이거든?"
"딸 가진 아빠 입장도 생각해줘라."
그때, 그가 방향을 틀자,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 갑이 떨어졌다. 짙은 갈색빛의 담배 케이스가 울리히의 눈에 단단히 포착됐다.
"아빠, 담배 끊는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랑 약속해놓고선."
"아니, 그게. 하. 아니다. 변명할 힘도 없네. 그래, 아빠의 금연은 시즌 5조 5억번째로 실패했어."
그 말을 들은 울리히는, 삐쳤는지 아니면 자기도 약이 오른건지, 담배의 포장지를 미숙하게 뜯고 한 개비를 물었다.
지휘관은 울리히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닥 동요하진 않았고, 태연하게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뭐야, 딸이 담배 피우는데 안 말려?"
"너도 이제 성인이라며, 책임 질 나이는 다 됐지."
오히려 지휘관은 그 장면을 흐뭇하게 관찰했다. 마치 그녀가 첫 걸음을 뗐을 때,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처럼. 지휘관은 그런 시선으로 그녀의 첫 순간을 바라보았다.
'스으읍.'
그녀의 입에선 미세한 호흡 소리가 조용히 울리며 연기를 내담았다. 거기까진 합격이다. 어디서 본 건 있는 듯 하다.
"켈록! 콜록 콜록!"
나머지는 빵점이지만.
여자아이의 목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경박한 기침소리가 나왔다.
'생각해보니, 체셔나 앵커리지도 처음엔 저랬었지.'
"자, 자. 천천히 심호흡. 단순한 삐가리 증상이야. 처음부터 속담하니까 그렇게 되지. 진정되면 물이라도 한 잔 마셔."
울리히의 호흡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그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건네줬다.
그녀가 물을 들이키고 있을때, 지휘관은 능숙하게 담배를 뽑아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가 쭉 들이마시고 내뱉었을 때 본 딸의 얼굴은, 정말이지 꼭 찍어놨어야 했다.
"아, 울리히. 푸흡. 아니다. 그래서 어땠어? 첫 담배는."
"도대체...이런걸 왜 피는거야...?"
그는 말 없이 그녀가 피운 담배 갑의 표지를 보여주었다.
"Geniessen Sie raffinierte Momente mit rundem Geschmack und Aromatischen Aroma. Ein Geschenk für Ihre Sinne..."
"맛과 향이 조화되는 세련된 순간. 당신의 감각을 위한 선물, 너한테는 방금 전, 그 담배는 마치 독약이나 다름 없겠지만. 흡연자들에겐 그저 선물이나 다름 없어.
즉, 나처럼 계속 피면서 널 괴롭히던 어지러움마저 사라질때 쯤 너의 감각이 무뎌지면 이 독약이 선물처럼 느껴진다는 뜻이지. 그러니 이번을 마지막으로, 담배는 안하는게 좋을거다ㅡ"
하지만 여전히 어지러운 울리히의 눈과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담배라는 물건을 통해 아빠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는 파더콤의 기쁨으로 뇌가 몽롱해진건지도 모르겠다.
이후, 모항의 흡연 부스에는 울리히가 종종 목격된다는 소문이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휘관은 울리히 엄마, 그러니까. 프리드리히에게 복날 개패듯이 맞았다는 풍문만 들려져 왔을 뿐이다.
**
참고로 "Geniessen Sie raffinierte Momente mit rundem Geschmack und Aromatischen Aroma. Ein Geschenk für Ihre Sinne." 라는 문장은 과거 다비도프 클래식에 있었던 "Sophisticated moments of rounded taste and aroma. A gift for your senses."이라는 문장을 독일어로 번역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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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첫 담배피는 괴문서.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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