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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벨파스트가 다소곳한 자세로 인사를 건네자 지휘관이 방긋 웃었다.


"금일의 아침식사는 방금 막 만든 빵과 스프, 그리고-"

"음, 난 그런 것보다 벨파스트를 먼저 먹고 싶은데."


지휘관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주, 주인님?"


벨파스트는 부풀어 있는 지휘관의 고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휘관님. 아침 업무가..."

"조금 미루면 되지.  응?"


아이처름 떼를 쓰며 밀어붙이는 지휘관과 그걸 애타는 목소리로 밀어내는 벨파스트.

그러나 벨파스트는 끝내 함락됐다.


"아...! 아흣..!"

"하악..! 하읏..!"


복도 구석에서 들리는 헐떡이는 숨소리.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네 개의 발을 보며, 파르제팔은 흥미를 느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은 오늘의 비서함으로 지정됐다.

그래서 비서의 업무를 시작하려고 지휘관에게 가던 찰나, 벨파스트가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는 것을 본 것이다.


'강제로 끌려가는 듯해서 와 봤더니.'


아니었다.


"아, 안 돼요. 이러시면... 제발.."

"왜 그래. 벨파스트도 좋잖아. 하악...!"

"아.. 아흣..! 아.. 아니에요. 아아앗..!"


벨파스트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표정에는 기쁨과 쾌락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뒤를 차지한 지휘관을 밀어내는 손도 자세히 보면 밀어내는 게 아니었다.

혹시라도 지휘관이 정말 물러날까 봐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연기가 지휘관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있었다.


'흐음...'


파르제팔은 잠깐 정신을 집중해 두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


-아앙! 하악! 너무 좋아! 더..! 더 강하게 해주세요 주인님! 더 추잡하게 저를 범해주세요!!

-사랑해, 벨파스트.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정말 고마워! 사랑해!!


그 밖에도 쾌락과 섹스, 자지 보지 같은 천박하고 추잡스러운 단어의 파편들이 마구 들끓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렬한 반응에 파르제팔은 연결을 끊고 눈을 떴다.


"호오...."


그녀는 두 사람의 마음에 흥미를 느꼈다.

양쪽 모두가 살짝 일그러진 욕망을 품고 있었으며 그것을 서로가 알고 함께 즐기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관심을 보인 것은 지휘관의 생각이었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자, 파르제팔의 마음속에서도 음습한 욕망이 하나 피어났다.


"흐음...."


그녀는 그곳을 떠나 벨파스트의 방으로 향했다.

거기에 있는 수많은 메이드복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갈아입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녀는 옷의 대금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방에서 떠나 다시 지휘관실로 향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어지간히도 즐거운가 보구나.'


마녀는 슬쩍 웃었다.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뭐 좋다. 기다려주지.'


그녀는 지휘관의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기다린다.

평소처럼 다소 거만한, 그리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겠어.'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소파에 가서 앉았다.


"흠."


눕기 딱 좋은 소파였다.

그녀는 하이힐을 반쯤 벗은 채 소파에 기대어 누워 지휘관을 기다린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상기되고 또 만족스러워하는 그 표정이 눈에 들어오자, 파르제팔의 마음 한구석이 또 다시 움찔했다.


"....왔네, 나의 사역마-"

"왁! 깜짝이야..."

"-이자 나의 '주인님'인 자."

"어, 응? 뭐라고?"


지휘관이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을 탄다.

파르제팔은 발끝에 하이힐을 매달고 다리를 살짝 흔들거렸다.

방금 한 발 빼고 왔으면서도 지휘관의 시선은 그녀의 두 다리 사이의 둔덕으로 향했다.


꿀꺽....


침을 삼키는 목소리.

파르제팔은 살짝 얼이 빠진 그의 표정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자, 오늘은 어떤 소망을, 바람을, 소원을 내게 바랄지.... 후후."

"아, 음, 그... 어...."

"자 어서, 주인님? 이 아우구스트에게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어, 음, 며, 명령...?"

"네. 무엇이든. 가령.... 이 자세에서 두 다리를 벌린다던가, 하는. 그런 망상이라도 좋아요."


그녀가 지휘관의 생각을 읽고서 오므렸던 허벅지를 벌릴 락 말 락하며 그를 놀렸다.

아니, 유혹했다.


'자, 나의 사역마. 어서 오렴.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나 지휘관은 기겁을 하며 팔을 저었다.


"아, 아니야! 파르제팔! 나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아니야, 절대 널 상대로 그런 생각한 적 없으니까!"

"....그러신가요?"


파르제팔은 살짝 텐션이 낮아졌다.

지휘관은 항상 본심을 숨기고 있었다.

아마도 모두를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일 터.

그러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파르제팔에게는 그런 배려가 참으로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킨다.

지휘관이 아쉬워하는 생각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주인님. 여기, 우편을 드릴까요?"


파르제팔은 지휘관의 책상으로 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었다.

편지를 줍는 것 치고는 아주 과한 몸놀림이었다.

그러나 목적이 편지가 아니었기에 과감하게 엉덩이를 보였고, 한 술 더 떠서 치맛자락을 옆으로 치우며 더 적나라한 것을 보였다.


"아.. 아아...!"

"자, 주인님. 우편.. 확인을...."

"파, 파르제.. 오늘은 뭔가.. 뭔가 분위기가 다르네.. 하하...."


-미치겠네. 아까 하고 왔는데도 정신 나갈 것 같아.


지휘관이 생각과는 다른 말을 입 밖으로 뱉는다.


-그냥 확 저질러 버릴까.. 하, 하지만 그러다가 관계가 틀어져 버리면... 이게 유혹이 아니라 그냥 장난일 수도 있잖아.


지휘관이 그 나름대로 열심이 욕망과 싸우고 있었다.


-파르제팔은... 항상 나를 놀렸으니까....


그 생각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다소 짓궂은 성격에 그를 놀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작은 새장 속에 그를 가두고, 그곳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녀도 장난이 아니었다.


"우편, 안 받으시나요, 주인님?"

"이러지 말고 업무 하자, 응? 할 일이 많아."

"...."


파르제팔은 유혹하던 빵딩이를 다시 거두며 일어섰다.

그리고 책상에 기대어 서며 언제나처럼 오만한 태도로 그를 본다.


"흐음.. 과연 나의 지휘관. 이제는 나의 유혹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되었구나."

"하하...."

"반항하고 싶다면 안 될 것도 없다."


결국, 그녀는 최후의 수단을 쓴다.

책상에 기대어 앉은 채, 한손으로는 치마를 들어 올려 아랫배와 속옷을 모조리 보여준다.

그 이후, 다리를 양쪽으로 살며시 벌리며 둔부를 강조하고....


"다만, 나는 네가 실패했을 때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 기대가 되는군."


마지막으로 둔부를 가린 속옷을 옆으로 치운다.

균열에서 흘러나온 마녀의 샘 한 방울이 바닥에 떨이지는 것을 보자, 지휘관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

아무런 사고도, 상념도. 그리고 눈앞의 것에 저항할 의지조차 없어진 상태가 되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길 수 없다. 너는 언제까지나 '나의 사랑'이라는 새장에 갇혀, 그 안에서 계속 반항하며 살아가거라."

"그.. 아...."


새하얗게 불탔던 지휘관의 머릿속이 조금씩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가끔은 새장에서 꺼내어 방 안을 날아다니게 해주겠다. 약속된 시간 동안 네 뜻대로 날아다닐 정도의 용기는... 너에게도 있겠지."


지휘관의 머리속에는 단 한 가지의 생각과 한 가지의 감정이 모든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죠, 주인님?"

"파, 파르제팔!!"


그가 달려들며 거칠게 그녀를 탐하기 시작했다.

작은 체구로 듬직한 성인 남성을 받아들일 때는 것은 조금 힘겹기도 했다.

하지만 파르제팔은 그런 강압적인 압박감마저 쾌락으로 받아들였다.


"범해버리겠어! 이 못된 마녀, 범해버리겠다고!!"


드디어.

드디어 지휘관이 본심을 말했다.

숨기고 숨기던 천박한 욕망의 고백.


-젠장, 지금까지 계속 참았는데!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참아 왔는데!!


파르제팔은 그가 느끼는 굴복감에서 쾌락을 느끼고, 벨파스트의 태도를 떠올렸다.


"이 못된 메이드! 주인님을 놀리기나 하고! 감히! 감히!!"

"읏..! 아흣..! 분수 넘게 굴어서 정말..! 하읏..! 조, 죄송해요 주인님..! 아아...!"


두 사람의 거친 몸짓 덕분에 책상에 있던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악.. 하악...!"


지휘관은 숨을 헐떡이며 마음대로 그녀를 탐한다.

파르제팔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간절한 신음을 뱉으며 그를 와락 끌어 안았다.

손톱이 등을 파고들 정도로 쾌락에 온몸을 맡긴 상태였고, 그건 지휘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악스럽게 그녀를 범하며 쾌락과 함께 죄책감을 느꼈다.


'이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이제는...!'


참고 참았던 욕망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벨파스트처럼, 언제 어디서든 그녀를....


"자, 나의 사역마여.  깰 수 없는 꿈 속에서 계속 발버둥쳐라."


조용한 속삭임이 귀를 파고든다.


"이 꿈이 깨기 전까지, 내가 이루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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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까 너무 음습한 것 같기도 하고



벽람 그림, 단편문학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