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편은 납치가 아니라 잘못 끊은 거엿음; ㅎㅎ ㅈㅅ)



철혈 기숙사는 마인츠가 지키고 있었다. 건물 초입에서부터

향긋한 커피냄새가 나는 까닭이었다. 모항에 복귀한지 하루도 안됐지만 애액 이외의 냄새는 오래간만으로 다가왔다.



마인츠는 1층 중앙 계단옆에 테이블을 놓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화려한 정복 대신 츄리닝을 입고 머리는 대충 헤어밴드로 묶어서, 외견보다 생활력에 치중한 복장이었다.



 지휘관이 헛기침을 하자 향을 음미하던 마인츠가 고개를 돌렸다. '잘 지냈냐' 같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 마인츠는 이 상황을 누구보다도 만끽하고 있었으니.



"커피에 의한, 커피를 위한 이 생활도 끝이왔네? 모항에 복귀한걸 환영해, 지휘관. 휴가는 잘 보냈어?"



마인츠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지휘관이 이곳은 제법 정상적으로 보인다며 너스레를 떨자 마인츠가 작게 웃으며 정정해줬다. 내가 없었으면 지휘관은 쪼옥 짜일 신세라고.



"우리 철혈은 말야.... 지휘관의 자지를 모방한 궁극의 딜도를 만드려 했어. 색깔과 질감, 사정량, 강직도와 실루엣. 원자재 공급처가 명절을 이유로 쉬기 전까진 다 잘돼는 듯 했지."



"단 하나의 시제품만 제작해 배틀로얄이 벌여지기 전 까지는.

생산에 참여한 인원이 함선인걸 망각했지 뭐야? 연구개발도

지휘관 좆을 누리면서 해야 되는 걸 깨달았을땐 늦었지."



"시제품은 론의 보지에 들어갔어. 당사자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남은 철혈 함선들은 의장을 급히 개조해서 피스톤 머신으로 바꿔서 연명했어. 그것조차 안되면 딜도라도 달았고."



지휘관이 슬쩍 마인츠를 가리켰다. 서술과 달리 마인츠는 꽤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식당에서 줄곧 커피머신의스펙을 중얼대던 커피광인은 온데간데 없었다. 



커피에 나름의 철학을 가진 바리스타라고 해야할까. 

마인츠도 지휘관의 의중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나야 원체 커피를 좋아하니까. 철혈 대표인 비스마르크나

프리드리히가 무한 딸딸이 모드에 들어간김에 장부를 이리저리 조작해서 원두랑 머신도 샀거든."



"매 시간 다른 종의 커피와 블렌드를 마시니까 너무 행복하더라. 커피 찌꺼기로는 벽돌도 만들었다? 일쓰 담당들은 자위하기 바쁘지, 수거하러 올 만쥬들은 상점 방어에 투입됐고."



상점 방어? 세이렌이 부식을 노리고 온 건 아닐테고, 의문에 

의문이 쌓여갔다. 지휘관은 일단 기존의 의문부터 해결했다.

어째서 마인츠가 좆에 미치지 않았느냐를 말이다.



마인츠는 먼저 크게 웃어재끼고, 블랙 커피를 단숨에 들이킨

다음 운을 뗐다. '지휘관은 여자의 마음도 모르는 쌍놈새끼야. 아, 나는 여자로 안 보는 건가? 하핫!" 이라고.



"나는 처녀를 떼인 적이 없잖아. 아니 뭐 지휘관이 나쁘단건 아니야. 머리칼도 나름 흔하지, 정복에 매력 포인트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가슴과 엉덩이가 특출나지도 않으니까."



지휘관은 스킨도 없다는 마인츠의 말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수려한 미모는 물론 커피를 좋아한다는 개성이 있음에도, 마인츠는 여태껏 한번도 스킨 제작 컨택을 받은 적이 없었다.



부던히 노력해도 지휘관의 눈에 들 수 없으니 자연스레 좆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 접해본 적이 없으니 중독될 일도, 그것에 일상을 옳메일 일도 없다. 뭐 그런 이야기다.



마인츠는 북련 기숙사로 가면 상점 방어에 대해 알수 있을거라 말하고 이만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찬란했던 1주간의 나와 초라해질 앞으로의 나에게 바칠 두 잔을 마셔야 한다며.



지휘관은 지갑에 보관해둔 일회용 카드키를 슬쩍 올려두고

떠났다. 평소라면 모를지언정 지금의 마인츠에게는 성숙함으로 단정지을수 없는 초연한 매력이 느껴졌다.



로열 기숙사가 메이드대 덕에 청결을 유지했고, 유니온 기숙사에는 사치스럽게 디테일만 문드러진 딜도들이 가득 버려져 있었다면, 북련 기숙사는 일부 구획이 허물어져 있었다.



"북련은 보드카를 확보해서 이 고난을 이기려 했어."



무사시가 말했다. 참으로 간단하고 명료한 이유였다. 분명,

상점의 모든 주류를 털어서 보드카인건 마시고, 보드카가 아닌건 건물을 헐어 만든 증류기로 보드카로 바꿔버렸으리라.



"오랜만입니다, 지휘관 동지.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기숙사 입구를 지키던 소유즈가 걸어나왔다. 얼핏 보면 정상적인 외양이었는데, 사실은 외투 안에 팩과 빨대를 붙여 보드카를 연신 빨아먹고 있었다.



지휘관이 말없이 허물어진 구획을 가르켰고, 소유즈는 태연하게 북련 앞으로 청구하겠다 대답했다. 함대의 존속이 걸린

문제라 어쩔수 없었다고.



북련 함선들은 보드카를 마시는 걸로도 모잘라, 아예 밀폐된 방에서 보드카로 향을 피우고 집단 떼씹을 즐겨버렸다 한다.

비몽사몽한 채 서로의 보지를 비벼버렸다고.



나중에는 보드카 재고가 바닥나자 주방에서 딩안과 카시노의 모유를 훔쳐 모유주를 만들었다.



심지어, 후장과 보지의 점막으로도 알콜을 섭취했단다. 

그렇게 서로 비빔으로써 쾌락과 함께 취기를 나눌수 있었다

라고 소유즈가 덧붙였다.



"...그런데 왜 너는 멀쩡한거지?"



"일러 바꿔봤자 몇년 째 미실장이라 관심도 못 받는데,

이렇게라도 지휘관 동지를 맞이해야 제가 눈에 들지 

않겠습니까?"



아.



지휘관과 무사시는 상점으로 발을 옮겼다. 미증유의 재?난

상황에서 기호품과 물자가 풍족한 장소가 어찌 됄지는 물

보듯 뻔했지만 한번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상점은 모항의 있는 모든 만쥬가 집결하여 일종의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마인츠의 말이 과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휘관이 다가자자 또 코스프레냐는 듯이 창을 겨눴다.



옆에 있는 무사시에는 눈길도 안 준다. 상점 방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휘관이 아예 지갑을

던지자 그제서야 안으로 들여보내줬다.



"지휘관이냐?"



상점은 예상대로 아카시가 지키고 있었다. 다만 몸이 굉장히

성숙하고 눈은 피로감에 찌들어 있는게 차이랄까. 예상치 못한 등장에 우두커니 서 있자니 아카시가 가슴을 들어보였다.



"꼴리냐?"



지휘관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무사시의 따가운 눈총에 겨우 정신을 차려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커졌느냐고.



"이런 상황에선 겉모습이 중요하니까. 쬐깐한 꼬맹이보단

성숙한 어른이 더 위압적이지 않냐? 좆에 굶주린 년들한테서 콘돔과 기호품을 지키려면 어쩔수 없었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기선 제압은 물론 몸싸움도 성인의

몸이 유리한건 자명하다. 게다가, 스트레스에 찌들어 생긴

퇴폐미가 성장한 몸과 어우러져 꽤 고혹적이었다.



지휘관인 자신도 그리 생각하는데 같은 함선들은 오죽하랴.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물자들은 어떡할거냐 묻자

공식적으로 복귀하면 비싸게 팔아서 손해를 메꿀거라 한다.



"빨리 복귀해줘라냐, 이 몸은 어깨도 걸리고 상점이 비좁게

느껴져서 좆같다냐."



지휘관과 무사시는 아카시의 푸념을 들으며 중앵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화단 근처에는 론과 아카기, 다이호가 어떤

딜도를 사이에 둔 채 쓰러져 있었다.



셋을 가볍게 무시하고, 지휘관은 무사시의 안내를 따라 시나노를 보러 갔다. 무사시가 손짓하자 방문을 지키던 함선들이

문을 열어줬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시나노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양 손을 마주잡고 곱게 누워있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몸에 수놓아진 장식물들이 문제였다. 파란 리본과 안대, 로터와 딜도.



리본으로 팔과 다리를 묶고 안대를 쓴 뒤 보지와 애널, 입에

하나씩 딜도를 물고 있었다. 이걸로도 모자른지 로터를 함몰유두에 넣고, 클리 주변에는 두개를 붙여놨다.



유륜과 보짓살은 붉게 부어올랐고, 가랑이와 가슴이 맥박 마냥 규칙적으로 경련했다. 숨소리는 로터의 진동음이 대신했다. 소돔과 고모라가 매트릭스를 만든다면 이러할 것이다.



"이 짓거리를 한지 며칠이나 지났지?"



"일주일." "환장하겠군."



"그녀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어 지휘관, 시나노에게 현실과 꿈의 경계를 알려준 건 그대니까. 그대가 없어지자 좆이 사라진 현실은 정녕 현실인지, 꿈은 아닌지 고뇌하게 됐지."



"그래서 딜도를 꽂고 영면에 든 건가?"



"맞아, 우리에게는 꿈을 꾸는 것으로 보이겠으나, 시나노에겐

그곳이 진짜 현실인 셈이지. 그녀는 아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지 않을까."



가랑이에 딜도를 꽂고 매 시간 절정하는게 일상이라면 극구

사양하겠다, 라고 지휘관은 생각했다. 무사시는 지휘관을

두고 시나노 옆에 있는 어떤 장치를 조작했다.



장치는 딜도와 튜브로 연결되어 있었다. 곧 딜도가 진동하거니 인조 정액을 울컥울컥 뿜어냈다. 시나노의 복부가 약간

부풀었고, 여분의 정액은 가랑이 사이로 흘러나왔다.



"방금은 뭘 한거야?"



"사정이야, 2시간에 한번씩 인조 정액으로 질싸를 시켜주지

않으면 잠을 잘 못자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반응할 여력도 없다. 지휘관은 허탈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나 하나 없다고 이따구로 변할줄은. 지휘관은 

무사시를 두고 집무실로 바삐 뛰어갔다.



집무실도 이상하리만치 빛났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가구를 무시한 지휘관은 마이크를 작동시켰다. 다행히, 방송 시스템은 잘 온존해 있었다.



방송으로 복귀를 알리면, 모항에 잠들어있던 암컷들이 일제히 깨어날 것이다. 모항 복구에 매진하며 성욕도 풀어주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금단증세가 판치는 지금보단 나을 터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각 진영 기숙사와 상점에

울려퍼졌다. 짧은 복귀 통보를 마친 지휘관은 의자에 등을 묻었다. 온 몸에서 기가 빠져나간듯 무기력해졌다.



아마, 곧 닥쳐올 미래를 알고 몸이 먼저 포기한게 아닐까 싶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시시각각 깨어나는 함선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휘관은 잠시 눈을 붙였다. 유난히도 밝은 햇빛이 창을 타고

지휘관의 정모에 그늘을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