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억울하다니까?”
서리와 냉담, 오한과 흔들림만이 존재하는 이 소름 끼치는 자리, 한 사내가 자신의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는 당당했다. 몸짓은 격했고, 목소리는 그보다 격했다. 어지간히 억울한 모양새였다.
“내가 널 모르는 것도 아닌데, 목숨이 열 개라고 그런 짓을 하겠다. 응? 상식적으로 그럴리가 없잖아!”
“……후후.”
그녀, 그러니까 론은 웃었지만, 웃지 않았다. 분명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저것을 웃음이라 착각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대체 왜, 제 방에 지휘관님의 흔적이 남아있을까요?”
“……뭐?”
“희미하지만, 났거든요. 지휘관님의 냄새가.”
론이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진다. 연인의 스킨십을 연상시킬 정도로 애정 넘치는 행위였지만, 그녀의 손은 분명 차가웠다.
“또…… 지휘관님은 워낙 장난기가 많기도 하시고…….”
“내 향수 가끔 애들이 훔쳐 쓰는 거 알잖아. 거기에 내가 너를 상대로 이상한 장난을 친 적이 있냐?”
“없지는 않죠.”
“……그런가?”
와중, 평소 버릇대로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은 지휘관이었지만, 론의 살벌한 미소를 보곤 이내 굳혔다. 그는 장난기가 많은 거지, 멍청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여튼, 나는 진짜 아니야. 장담할게.”
“……그래요 그럼.”
그녀도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는 걸까. 끝끝내 지휘관을 추궁하던 그녀였지만, 이내 한 걸음 물러서며 그에게 등을 보였다.
“다만, 거짓말의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물론, 한 마디 덧붙이는 건 잊지 않고.
“평생 몰라도 상관없을 일이네.”
그리고 탁, 문이 닫힌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엔 적막만이 흘렀고, 지휘관은 한숨을 내뱉으며 업무에 집중했다.
“으히히히힛, 이겼다!”
딱 5분 동안만.
예상대로, 범인은 그가 맞았다. 평소 워낙 장난기가 많은 그는 이따금 정신 나간 행동을 보이고는 했는데, 오늘 일어난 우당탕탕 론 푸딩 긴빠이 대작전도 그 연장선이었다.
“아카시…… 아카시 번호가…….”
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아카시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이 미친 짓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론 푸딩을 훔치고 안 들키기’라는 주제로 아카시와 내기를 한 까닭이었으니까.
이내 오, 하는 소리와 함께 지휘관은 아카시의 번호를 찾았고, 즉시 전화를 걸었다. 승전보를 전할 시간이었다.
-……누구냥.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지휘관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자신의 무용담을 들어놓았다.
“아카시! 내가 뭐랬어! 안 들킨다고 했지? 약속한 대로 다이아 내놔. 빨리!”
-…….
“지금 졌다고 도망가는 거야? 내기했잖아. 론 푸딩 훔쳐서 안 걸리기. 녹음도 했다고.”
-……네. 저도 녹음했답니다.
“……어?”
순간, 지휘관은 호흡을 잊어버렸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지금은 절대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였으니까.
-미, 미안하다냥! 다짜고짜 찾아와서…….
“아, 아카시?”
-후후, 금방 갈게요. 지휘관님.
탁,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
“……오.”
그리고 쾅, 문이 부서지는 소리.
“지끼야아아아악!”
그냥 이런 거 하나 써보고 싶었워, 론 앞에서 쥰나 개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