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주의)



모항.


어둑한 하늘이 화사하고 다채로운 모항의 건물 위에 드리운다. 바다는 먹물을 푼 듯 군청색으로 물들어가고, 

인근의 숲은 바닷바람에 사브작 춤을 춘다. 점점이 켜진 불빛들도 하나 둘 사라져가는 와중, 한 사람이 모항에

드리운 적막을 즐기듯 거닐고 있었다.


땀으로 살짝 흐트러진 옷매무새, 약간 수척한 볼과 퀭퀭한 눈가. 지휘관은 막 무사시와의 관계를 마무리 하고

가벼운 여흥 삼아 모항을 걷는 중이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지휘관

에게 밤의 산책은 가벼이 누릴수 있으면서도 귀중하기 그지없는 작은 즐거움이었다.


와이프와의 의무방어전을 마치고 모항을 쓰다듬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노라면, 땀과 피곤함이 바람을 타고

날라가는 듯 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함순이도, 또 그 틈을 타서 어필하려는 함순이도 없다. 그녀들은 각각

존중받아야 마땅했으나 지휘관이 오롯이 감당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상존했다.


오늘은 풀냄새도 맡아볼까. 생각하며 지휘관이 모항 인근의 숲으로 향했다. 모항 옆에 위치한 산으로 향하는 

이 숲은 함선소녀에게도 자연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는 그의 명목 아래 개발, 건설이 안된 곳이었다. 시나노

가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취하고 로열의 아가씨들이 숲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장소였다.


지휘관이 신발에 뭉개지는 흙소리와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소리를 즐기던 차, 그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익숙하지만 이 숲에 없어야만 하는 존재. 들개였다. 그는 곧바로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들개는

숲이 낮선듯, 그러나 익숙한듯 발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런 짐승의 출현에 어째선지 지휘관도 뒤를 따랐다.


들개는 나뭇가지를 밟고 덤불을 헤치는 지휘관의 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뭔가

달리는 모습이 어정쩡한건 기분탓일까? 따위의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는 들개를 시야에 담고 있으려 했다.

그것이 멈춘 곳은 숲 사이에 난 작은 공터였다. 모닥불을 쬐며 밤하늘을 올려보는데 좋을 장소 같았다.


한 여인이 무릎을 꿇어 들개를 쓰다듬었다. 입고 있는 잠옷이 땅바닥에 쓸리는건 신경쓰지도 않는 눈치였다.

탄탄하고 굴곡진 라인을 은은히 드러내는 검은 잠옷과 이에 상반되는 창백하다고 말할 정도로 하얀 피부.

다른 세계에서 와 모항에 정착한 이계인, 릴라 디자이어스가 그곳에 있었다.


릴라는 이 일이 꽤나 익숙한 것 같았다. 꽤나 오랫동안 해왔는지 들개와 코를 맞댄 다음, 어깨에 멘 스포츠

가방을 내려놓고 거기서 애견용 치약과 칫솔을 꺼냈다. 들개가 가만히 앉아서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꽤나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그 사람이 네글리제 같은 잠옷에 스포츠 가방을 맨 미녀라면 더더욱.


릴라가 입을 벌리자 들개도 그녀를 따라 주둥이를 열었다. 치석이 잘 제거됐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녀

가 입을 닫고 발톱깎이를 들자 그것은 재주좋게 잠옷의 매듭을 풀고는 릴라의 가슴을 혀를 내밀어 핥아댔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는 붉그스름한 유륜이 오랜 친구의 방문에 고개를 들어 보았다.


들개는 릴라의 유륜이 도톰히 부풀어 오를때까지 혀를 놀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한껏 부풀어올라 부들부들 

떠는 뒤에야 주둥이를 크게 벌려 그녀의 가슴을 가득 담을 뿐이었다. 가슴을 빠는 소리가 지휘관이 있는 곳

까지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라는 신음하긴 커녕 얼굴을 붉히지도 안은 채 묵묵히 발톱을 깎았다.


지휘관은 그제야 릴라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릴라가 막 착임했을 적에는 잠옷도 사주고 몇번

관계를 가졌었다. 요크타운이 오고 딩안이 오며 점차 함대의 규모가 커져가서 비서함직을 무사시에게 위임

하며 자연스레 멀어진게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들개와 정을 나눈 릴라를 책망할 생각은 없었다. 할 필요도 없는게 맞겠다. 아카시로 하여금 딜도

를 유통해도 지휘관이 감당하기 어려운게 모항의 실정이었으니, 혼자서 잘 해소하는건 감사할 지경이었다.

들개를 보살피는걸로 모잘라 아예 자지까지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꽤나 단란해 보였다.


지휘관은 벌써 수면 시간을 넘긴 건 신경쓰지 않았다. 숲 속 공터에서 모닥불을 쬐며 몸을 섞는 미녀와 야수

는 썩 괜찮은 그림이었다. 이런 일에 쓰라고 선물한 건 아니었다만 뭐 어떤가. 릴라는 다 깎은 발톱을 지퍼백

에 담아 가방에 넣고, 매트와 물티슈를 꺼내 돚자리를 만들었다.


릴라가 먼저 돚자리에 앉았다. 들개는 그녀가 자기 발바닥을 닦는 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마침내 들개가

돚자리에 들어오자 그녀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고 자지를 배에 문질렀다. 릴라는 착하지라고 속삭이며 그것

의 응석을 받아줬다.


아는 사람의 향기를 충분히 만끽한 들개는 매트 위에 배를 깔고 드러누웠다. 그러자, 엄청난 크기의 개 자지가

껄떡거리며 하늘을 향해 기립했다. 개과 특유의 불룩한 혹이 제법 묵직해보였다. 지휘관은 릴라가 어지간히

쌓여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저 놈, 기둥만 해도 릴라의 손바닥부터 팔뚝까지 달하는 길이다.


릴라가 들개 옆에 비스듬히 앉았다. 한 손으론 들개의 상체를 들어 안고, 다른 손으론 혹부터 귀두까지 쭉

올라가서 쓰다듬었다. 들개가 눈치껏 가슴을 빠는 동안 자지를 훑었던 손을 바라보는게, 그것의 길이를 여실히

느낀 것 같았다. 


들개의 자지가 껄떡였다. 움직이는 기세가 어찌나 강한지, 아니면 릴라의 가슴이 얼마나 큰지, 빵빵하게 부풀은

유륜에 그것의 귀두가 스쳤다. 그것도 그냥 지나간게 아니라, 함몰된 유두 틈새로 귀두 끝이 살짝 들어갔다 스쳐

지나갔다. 유두를 훑은 자극에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지휘관이 다급히 풀숲 아래로 머리를 낮췄다. 릴라가 고개를 든 쪽이 하필이면 그가 숨은 방향이었다. 

그녀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고 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좆됐다.'


분명히 이쪽을 봤다. 자리를 뜰 생각을 할 무렵, 계속 시야가 느껴졌다. 고개를 다시 드니 릴라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지휘관도 무의식적으로 동작을 따라했다. 마치 관객으로만 

있어달라는 것 같았다. 거북이처럼 쭉 내민 목을 뒤로 한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긴장감을 토해냈다.


모닥불의 불빛 덕에 그녀의 볼이 붉그스레해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지휘관도 릴라가 부끄러움을 느낄거라는 

일체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릴라는 언제나 당차고 믿음직했으니까. 눈을 마주쳐 양해를 구한 지금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게, 여기는 집무실의 침실도 아니거니와 그녀가 쓰다듬어주는 자지도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이군, 지휘관.'


'보는 건 상관없지만 방해는 하지 말아줘? 여기는 나와 이 아이만의 공간이니까.'


지휘관은 릴라의 말에 충실히 따르기로 결정했다. 나뭇잎을 그러모아 방석 비스무리하게 만들고 걸터앉았다.

그녀도 이를 확인했는지 다시 들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지껏 해오던, 그러나 지금은 관객과 함께하는

일탈에 열중했다.


모닥불의 타닥이는 소리가 릴라의 가슴을 빠는 소리, 그녀가 개 자지를 수음하며 난 철퍽이는 소리에 뭍혔다.

살과 살이 닿는 질척이는 소리는 공터를 가득 메웠으며, 바닷바람을 타고 지휘관의 귀에까지 닿았다.

그는 서서히 융기하는 바지도 냅두며 눈앞의 교미를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