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에 적막이 감돈다.


일상의 활기가 고요한 적막으로 바뀌어가는 가운데, 평시에는 위치와 진영을 넘어 담소를 즐기던 함순이들은 본래 소속대로 어느 방에 앉아있다.


모항의 함순이 상당수가 입실한 이곳은 외부 행사나 훈시등이 열리는 대강당이다. 지금은 테이블과 프로젝터 등으로

대규모의 회의실로 변모해 있었다.


진영들 간의 묘한 긴장감. 경쟁심. 심지어는 살기까지.

감정에도 무게가 있다면 한데 뭉쳐 블랙홀이 될 이곳에

한 여인이 들어온다.


늘씬한 다리와 큰 키, 모후모후한 털을 자랑하는 무사시다.

서약의 반지를 첫 번째로 받은 함순이 이자, 지휘관의 최장기 비서함, 포도맛 유두 등 굵직한 타이틀을 여럿 가졌다.


당연 이 자리를 중재하고 진행하기에 손색이 없고, 또 유일하다시피한 함순이다.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점검한 무사시는

청아한 목소리로 이곳에 모인 의의를 밝혔다.


"지금부터 n번째 지휘관 비서함 드래프트를 시작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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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비서함은 진영과 소속을 막론하고 순번제로 돌아가는 자리였다.


그러나, 새 함순이들이 지속적으로 착임하고 어느 때에는 새

진영이 입주하다보니 매번 순번을 메기기 힘들어졌다. 번호를 새로 메기는 것 외에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번호를 메기는 것 자체는 컴퓨터로 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랜덤이다 보니 함순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확률의 수혜를

받아 일찍 비서함을 서는 함순이를 씹어대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휘관으로 푸는 것도 문제였다.

당사자는 지휘관에게 매달리듯 애정을 갈구했겠으나 지휘관에겐 다이슨 청소기로 자지를 빨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자지 해면체가 크게 손상되어 수도 병원 신세를 진 후에야,

비서함 자리는 드래프트를 통한 쟁탈전으로 얻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회차의 비서함은 이계에서 온 함순이들의 것이었지.

그들은 각자 보비든 들개랑 떡치든 하여 지휘관과는 단순한

섹스 파트너, 더치 와이프로 남았네."


"이제 그녀들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간 바, 다음 비서함 자리는 어느 진영이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만 있지. 어디,

어떤 진영부터 의사를 표하겠는가?"


무사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엔터 프라이즈가 일어났다.


"이글 유니온을 대표하여 말하지, 금회차 비서함직은 이글

유니온의 함순이들이 수행하는게 옳다."


"오호라, 시작부터 꽤나 당찬 아이로고. 어디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는가?"


"당연하지. 현재 지휘관은 시애틀을 건조하기 위한 진영 점수를 쌓고있다. 150 하고도 9점을 좆빠지게 모아야 하는 바,

같은 진영의 함순이들이 보좌하는게 이치에 맞지 않나?"


"같은 진영이라 타 진영보다 더 많이 알고있으므로, 물자소요, 보급과 출격 스케줄 조정 등에서 유의미한 능률 향상을

보여줄 수 있지."


엔터프라이즈가 당위성과 이유를 유유히 말하고 착석했다.

과연 한 진영의 고참 함순이 다운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스킨과 개조의 유무는 그닥 중요치 않아보였다.


무사시가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벨파스트가 일어났다.


"비서함이라면 단연코 로열이 맡아야 하지요. 차와 다과,

주인님의 생활을 보조할 수 있는 메이드대와 사무에 능한

아가씨들이 있는 육각형 진영이지요."


"게다가,"


출렁.


"이 임플래커블의 스킨을 보십시오. 미니스커트와 와이셔츠라는, 오피스걸에 걸맞는 스탠다드한 조합입니다. 그녀는 UR등급이니 지휘관의 권위도 드높여줄수 있지요."


"저어, 메이드장님. 유두랑 고간이 너무 아파요..."


"닥치세요 이 탕녀. 알아서 자리를 만들어주면 잘 받기만

하십쇼. 지휘관님 자지를 내몫까지 빨아먹은 주제에 조신한

척은 무슨..."


"그치만, 자지가 너무 크고 절륜했는걸요. 맛있는 밥은 더

먹게 된다고들 하잖아요."


"간만에 맞는 말씀을 하시네요."


"지휘관님의 권위라면 연구함인 저도 있습니다만..."


"어디서 환청이 들리는군요, 텐라이를 뽑다가 나온 부산물이

얘기하는 건가요?"


"좀 정중했으면 좋겠군, 로열. 대마 대신 홍찻잎을 빨았나?

지금은 지휘관 자지 예찬회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UR

이라면 여기 요크타운II도 있네."


"훗, 수영복보단 정장이 낫지 않겠어요?"


"설계 조각이 지지리도 안나와서 먼지만 쌓이는 플리머스의

수영복보단 낫겠군."


보다못한 무사시가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대충 로열도

드래프트에 참여하겠다고 요약한 그녀는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비스마르크, 철혈은 참여할 생각이 없는건가?"


"이쪽은 아직 인원수가 부족해서 말이야. 잠수함대의

소임에 열중하지."


"알겠네, 북련은 어떻지?"


"여긴 아직 소유즈도 안나왔다구. 러시아도 크론슈타트도

없으니 얌전히 보기만 하겠어."


무사시의 권유에 비스마르크가 답하고 벨로루시아가 덧붙였다. 그녀는 중앵 쪽을 슬쩍 바라봤다. 임시 수장 격인 아카기는 난처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럼 후보군은 유니온과 로열 이렇게 나뉘는군. 유니온은 연구 개발 능률 향상을 내걸었고, 로열은 어떻지?"


"메이드대와 아가씨들을 통한 견실한 업무 보조, 그리고 임플래커블을 통한 눈요깃거리와 권위 충족이죠."


"... 눈요깃거리를 대놓고 말하는것도 엄청나군. 알겠다.

그러면 투표를 시작하지."


"후보로 선출된 두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진영은 각자 합의하에, 혹은 임의의 순서로 비서함을 맡을 것. 명심해줘."


무사시가 문을 보며 신호를 주자, 아카시가 투표함과 투표용기재가 실린 카트를 끌며 입실했다.


바야흐로 지휘관 체취와 정복 자켓에 코박죽하기, 책상 모서리로 보지쑤시기, 소파에서 자위하기 등 여러 혜택이 있는

최중요 직책, 비서함의 순서 드래프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벽붕이들은 욬타랑 임프중에 누구고를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