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다급히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흩트러진 잠옷을 대충 정돈해 나간 나는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아, 로열 포츈 오밤중에 이게 뭐하는 짓이야. 게다가 할로윈은 한참 남았다고."


나의 질문에 로열 포츈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으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고 지휘관? 나는 해적으로서 나의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야!"


그래그래 어련하시겠어요. 나는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이 말괄량이 해적은 오늘 나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일단 안으로 들어와. 밖에 있으면 다른 애들이 수상하게 볼거라고."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별 차이는 없는것 같지만... 안에 있는 편이 더 좋겠지!"


그렇게 로열 포츈을 데려와 자리에 앉히고는 탕비실로 갔다.


"마실 건 커피 밖에 없는데 괜찮지?"


나의 질문에 머리의 촉수를 까닥이던 로열 포츈은 긍정의 의사를 내비쳤고 나는 이내 커피 두잔을 타서 로열 포츈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 오밤중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데?"


"당연히 사탕을 받기 위해서지! 복장도 그렇고 아까 들어올 때도 당당하게 'Trick or treat!' 이라고 말하면서 들어왔다고?"


이거 봐바 라며 자리에서 일어선 로열 포츈은 빙그르 한바퀴 몸을 돌렸다. 확실히 로열 포츈은 작년 할로윈의 소악마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작년과 다른점은 작년보다 상의가 조금 두터워졌다는 점뿐.


"...고작 사탕 하나 받을라고 그렇게 방문을 쎄게 두들겼다는 거지?"


"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쟁취하라! 사실은 낮에 하려고 했는데 낮에는 일정이 잡혀있어서 말이지."


분명 해변에 놀러간다고 했던가? 물론 나는 일정이 빡빡해서 가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분명 다들 수영복으로 쫙 빼입고 올텐데...


"...그래서 낮에 놀러가는거랑 오밤중에 쳐들어온 목적이랑 무슨 상관인데?"


하마터면 또 당할 뻔했다. 로열 포츈이랑 대화하면 늘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려 대화의 본질을 잃어버리기 부지기수. 다행히도 이번에는 휘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에 로열 포츈은 걸려들었다는 듯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러니까 사탕을 받으러 왔다니까."


"미안하지만 지금 집무실 안에는 사탕이 없어. 없는 사탕을 줄 수는 없다고."


"글쎄 이걸보면 생길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로열 포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입고 온 의상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새빨간 비키니 수영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로...로열 포츈? 언제 의상을 벗은거야?!"


"지휘관 내 손발을 의식하지 말고 촉수를 의식했어야지. 약속대로 사탕은 받아가겠어."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다가오는 로열 포츈에게 나는 마지막 발악을 지르듯이 외쳤다.


"그러니까 사탕은 없다니까! 아침 출발 전에 사줄테니까 장난은 그만해!"


그 발악에 로열 포츈은 잡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바짓춤을 가리켰다.


"사탕이라면 큰 알사탕 두개랑 기다란 막대사탕 하나가 거기 있잖아? 마침 크기도 적당하니까 그걸로 받아갈게."


아뿔싸, 사탕이 그거였냐! 아무래도 오늘 밤 나는 달콤한 걸 좋아하는 크라켄에게 붙잡혀 버린것 같다.

















아 쓰고 나니까 졸리네 자러감 잘자콘 달아줘. 다음편은 없으니까 너네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