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드는 앵커리지를 향해 나는 잘 보인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반응이 맘에 들었는지 앵커리지는 양손을 들고 더욱 격하게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앵커리지 그러다가 물에 빠져, 조심해!"


 말이 씨가 되었는지 내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고 허우적거리는 앵커리지를 향해 다가간 나는 곧장 앵커리지를 붙잡았다.


"히잉, 선생님 앵커리지... 다 젖었어..."


내 팔을 붙잡고 울먹거리는 앵커리지를 달래주던 나는 수영장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내 앵커리지에게 물었다.


"앵커리지 여기 생각보다 깊지 않은데?"


"...진짜네. 앵커리지... 여기서라면 돌고래 아저씨... 없어도 돼!"


그렇게 말하며 수영장을 활보하는 앵커리지를 보며 나는 튜브를 가지고 뒤따랐다.


"선생님, 앵커리지 물놀이 재밌어! 선생님도...재밌어?"


대답 대신 앵커리지의 머리를 쓰담으며 이곳에 오게 된 의미를 떠올렸다. 계기는 며칠 전 볼티모어와 대화로 거슬러 간다.


"그러니까 나보고 앵커리지랑 여길 가라고?"


그 의문에 볼티모어는 부탁한다는 듯이 손을 모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저번에 현실렌즈 사건 때 지휘관이 위험할 뻔 했었잖아. 그 일 때문에 앵커리지가 많이 시무룩해 하더라고. 그러니까 같이 가서 앵커리지 기분도 풀어주고 겸사겸사 지휘관도 쉬다와."


"그런 거라면 상관은 없지만 너희는 안 가는거야?"


그 말에 볼티모어는 그 날은 아쉽게도 브레머튼과 불침번 서느라 못 간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나는 내 손 안의 티켓을 들여다봤다.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니 해당 수영장은 거대한 돔 안에 증강현실을 도입한 테마파크 형식의 수영장이였다. 이거라면 앵커리지도 분명 맘에 들테지.


"...생님, 선생님... 앵커리지 말...들려?"


너무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는지 앵커리지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다시 끌어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앵커리지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선생님...피곤해? 그만 놀고...갈까?"


"아니야. 난 하나도 안 피곤해. 그나저나 앵커리지, 놀만큼 다 놀았어?"


그러자 앵커리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더 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나는 무얼 하면서 놀고 싶은지 물었다.


"우웅..., 앵커리지 돌고래 아저씨 타고 슝 하고 놀고 싶어."


튜브를 타고 다니고 싶다는 뜻이겠지. 나는 앵커리지가 튜브에 올라탈 수 있게 튜브를 단단히 붙잡았고 앵커리지가 올라탄 걸 확인한 나는 튜브를 끌고 풀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와아~! 돌고래 아저씨... 엄청 빨라!"


튜브를 끌며 한참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나는 잠시 쉬기 위해 멈춰섰고 그런 나를 보며 앵커리지는 고개를 가웃거렸다.


"선생님...힘들어?"


"음, 조금 힘들긴 하네. 앵커리지 우리 조금 쉬었다가 놀까?"


"우웅...재밌었는데. 하지만 선생님이 힘드니까 앵커리지도 좀 만 쉴래."


그렇게 말한 앵커리지는 튜브 위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건지 내 팔목을 잡아당겼다.


"선생님... 앵커리지... 미끌미끌해."


그 말에 뒤를 돌아본 나는 눈 앞의 광경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튜브에 올라탄 앵커리지는 물 속에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양 손과 양 발을 이용해 튜브를 붙잡고 있었는데 물에 빠졌다가 올라타서 그런지 물기로 인해 자꾸만 미끄러졌고 그로 인해 자세가 불안정해졌는지 허리를 이용해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자 몸을 꿈질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어떠한 행위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나는 마음속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갖은 애를 썼다. 그러나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커리지는 자꾸만 몸을 꿈질거렸고 보다 못한 나는 앵커리지를 들어서 풀 가장자리에 앉혔다.


"선생님...? 선생님도 미끌거리는거 좋아해?"


천진난만한 물음에 나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간신히 앵커리지에게 말했다.


"아니야, 앵커리지가 힘들어 보여서 그런거야. 그나저나 앵커리지 다 쉬었니?"


고개를 끄덕이는 앵커리지에게 이번에는 뭘 하고 싶은지 묻자 앵커리지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이번에는 돌고래 아저씨 말고...선생님이 업어줘."


그나마 평범한 부탁이네. 그리 생각한 나는 앵커리지를 업었고 이내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실제 바다를 구현한 곳이라 그런지 앵커리지는 무언가를 볼 때마다 몸을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남심을 자극하는 감촉에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우리는 옷을 갈아입은 뒤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발걸음을 옳겼다.


"앵커리지 오늘 재밌었니?"


"응, 앵커리지... 오늘 선생님이랑 같이 놀아서 즐거웠어!"


그렇게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고 짐을 푼 뒤, 씻기로 했다.


"그럼... 선생님, 앵커리지... 먼저 씻을게?"


앵커리지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나는 짐 정리를 시작했고 정리가 끝남과 동시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음? 앵커리지 다 씻ㅇ..., 앵커리지?"


정리를 마치고 돌아본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앵커리지가 아까 입고 있던 수영복을 입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갈아입을 옷은 어쩌고 수영복을 입었니?"


"그야... 이걸 입지 않으면 안되니까..."


나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앵커리지를 보며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고 그런 나에게 앵커리지는 천천히 다가왔다.


"선생님, 앵커리지...오늘 정말 즐거웠어. 근데 하나...안 한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선생님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나와 앵커리지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이윽고 앵커리지는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아 목에 팔을 두르고는 말했다.


"앵커리지... 오늘 왕자와 공주님 놀이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선생님한테 계속 말했는데... 선생님 몰랐어... 그래서 행동으로 알려주기로 했어..."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당혹감으로 얽힌 머릿속에 현실렌즈 사건 이후 멤피스와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분명 그때 앵커리지의 안에 있던 더미 데이터가 없어졌다고. 만약 그 때 일부 데이터가 남아서 앵커리지의 성정 데이터에 영향을 주었다면...? 만약 남은 데이터가 그 세계선에서의 지휘관에 대한 감정 데이터였다면...?


그렇게 혼란에 빠진 나의 귓가에 앵커리지의 작은 속삭임이 맴돌았다.


"오늘 밤은 안 재워 줄거야... 앵커리지의 왕자님...♥"





















앵커리지 화법 왜이리 쓰기 힘드노 싯펄 다시는 못쓰겠노 뒷 내용은 알아서 상상해라 잘자콘이나 달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