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이 하고 싶다고?"


브레머튼의 느닷없는 발언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브레머튼은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 지휘관! 이런 부탁을 할 사람이 지휘관 말고는 딱히 안 떠올라서 그래."


"아니,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모항 내 고민 상담사가 고민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실제로도 모항 내에서 그녀는 실력 있는 고민 상담사로 통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고민을 터놓고 후련해졌거나 잘 해결됐다는 함선들의 증언이 여럿 있었기에 그녀가 고민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도 고민 쯤은 있지. 세상에 고민없는 사람이 어딨어?"


내 반응에 브레머튼은 팔짱을 끼며 나를 게슴츠레 쳐다보았고 팔짱으로 인해 부각되는 그녀의 풍만한 부위를 애써 무시한 채 말했다.


"그래서 고민 상담은 여기서 바로 할거야?"


"아니지, 그러면 고민 상담이 아니잖아. 조금 있다가 내가 데리러 올게. 고민 상담은 그때 거기서 하는거로!"


조금 있다 보자며 말한 브레머튼은 곧바로 몸을 돌려서 집무실을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집무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손에 잡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그녀의 고민이 무엇일지 천천히 생각했다.


*


모항 내 업무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지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나는 브레머튼을 기다리며 마땅히 할 게 없었기에 살짝 몸이라도 움직일 겸 체력단련을 하기 시작했고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브레머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준비됐어? 준비 안됐으면 좀 있다가 다시올까?"


그 말에 곧장 대답하려던 나는 지금 내 상태를 깨닫고 그녀를 들어오게 했다.


"잠시 실례, 우왓 땀냄새! 설마 내가 올 때까지 한거야?


씻고오라는 말과 함께 창문으로 간 그녀를 보며 나는 샤워를 하러갔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친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응접용 쇼파에서 기다리는 브레머튼에게 다가갔고 내 인기척을 느낀 브레머튼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 내 고민 상담 진지하게 들어줘야 돼?"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유니온 숙소에 위치한 그녀의 방. 왜 이런 곳으로 데려온 건지 아리송해 하는 나에게 브레머튼은 몸을 가까히 붙이고는 속삭였다.


"기왕 고민상담인데 편한 곳에서 하는게 좋잖아?"


그렇게 말한 그녀는 한 차례 키득대고는 방문을 열었다.


"짜잔, 브레머튼의 고민 상담실에 온 걸 환영해!"


브레머튼을 따라 들어간 그녀의 방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으며 고민 상담하는 사람을 배려하는지 곳곳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소품이나 물건들도 보였다. 내가 두리번거리며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자 브레머튼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고민 상담실이라고 해봤자 평소에 내가 지내는 방을 조금 바꾼거니까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지는 마."


그러고는 내게 앉아있으라 말한 브레머튼은 옷을 갈아입으러 방안으로 사라졌고 나는 브레머튼이 가리킨 좌식 탁자에 앉았다. 탁자 밑에 깔린 카펫은 보기와는 다르게 부드러워서 누우면 바로 잠들 것만 같았다.


"어때, 기분 좋지. 한 번 누워봐도 된다고?"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브레머튼은 간단한 다과와 차를 가져와 맞은 편에 앉았고 그녀의 말에 혹할 뻔한 나는 헛기침을 한 번하고는 그녀가 가져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고민 상담이라는게 뭔데?"


"아, 맞아. 그러니까 말이지."


내 물음에 생각났다는 듯이 그녀는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쥬스타그램으로 만난 사람이 연애 고민을 신청했는데 자신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상담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생각해줄 사람을 찾다가 결국 나한테 털어놨다는 것.


"그거 남한테 함부로 털어도 되는거야?"


"당연히 허락받았지! 고민 상담은 비밀 엄수가 핵심인데 함부로 털어놓을리가 없잖아?"


당연하다는 브레머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보라는 눈짓을 보냈고 브레머튼은 차를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이 너무 인기가 많아서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야 될지 모르겠다나봐. 그래서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더라고."


"음, 그런 거라면 나도 힘들겠는데. 우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게 우선 아닐까?"


그렇게 말한 나는 내 주변이나 인터넷으로 어설프게나마 알게된 것들을 알려주었고 브레머튼은 그런 내 얘기를 조용히 듣기만 했다. 잠시 후, 내 얘기를 다 들은 브레머튼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내게 물었다.


"음, 그럼 지휘관이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녀의 질문에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


"음..., 나라면 일단 먼저 고백 해볼 것 같아."


"오호? 그 이유를 물을 수 있을까?"


"내 고향에는 이런 말이 있어 '해보지도 않고 후회할 바에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나중에 가서 그 때 용기내서 질러볼 걸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한 번 시원하게 들이박고 후회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내 대답에 한참을 생각하던 브레머튼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탁자에 놓은 사탕의 포장을 까서 입에 물고는 활짝 웃었다.


"그렇구나, 확실히 그런거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 그 사람한테 확실히 전해줄게 지휘관!"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런 나를 본 브레머튼은 나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이제 가려고?"


"응, 상담은 끝났잖아? 나도 이제 돌아가서 자야지."


내 말에 브레머튼은 상담을 해줬으면 답장은 보고가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돌아가려던 나는 내심 답장이 궁금했기에 답장만 확인하고 가자는 생각에 브레머튼의 옆에 앉았다.


"잠시만..., 오 답장이 왔어! 지휘관 이거 봐바."


그녀의 말에 답장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브레머튼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그 순간 내 눈앞에 그녀의 얼굴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내 입술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맞닿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딱딱한 무언가가 내 입술을 두드렸고 이내 내 입속으로 그것과 촉촉한 무언가가 내 입속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맞닿은 채로 멈춰있었고 만족한 듯 떨어지는 그녀를 보고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브...브레머튼? 이게 지금..."


내 반응에 브레머튼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그 사람한테서 온 답장인데 자기도 한 번 용기를 내본다고 하더라고. 어때 지휘관, 내 메세지는 잘 받았어?"


그러고는 상담사 모드는 끝났다는 브레머튼은 나에게 사탕처럼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그럼 이제 지휘관의 말대로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건데 우리 침대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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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며칠 전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진 주위, 그냥 아는 사람~ 힘들고 많이 슬퍼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내 얘기는 절대 아냐. 그냥 그냥 아는사람 얘기!


저 노래에 옛날에 모 드라마의 사탕키스까지 살짝 첨가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