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중, 밀린 훈련일지를 모두 작성하고 마음 편하게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본다.


갈매기 울음소리, 파도소리, 소녀들이 모여 꺄르륵 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소리 


'이 평화로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네'

그렇게 지휘관은 생각하며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며 이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똑똑'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모든 일정을 일찍 끝내고 비서함 마저 모두 조기 퇴근 시키고 평화를 만끽하려던 지휘관은 다시 지휘관 모자를 쓰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이윽고 후드가 문을 열고 지휘관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그 표정만은 무슨일이 있으리라 확신하는 지휘관이였다



"후드 무슨일이야?기운이 없어 보이네?"


후드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철혈분들이 자꾸 나이를 가지고 농담을 하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네요..."

"음..? 누가 그렇게 말해? 아침조회때 그러지 말라고 말해볼까?"

"아! 아뇨 지휘관님 그냥 작은 고민이에요 하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욘 없어요.."

"앨리자베스한테 얘기하면 쉽게 사과 받을 수 있을텐데..? 음... 아마 철혈 애들이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그런걸거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지휘관이 처음 임관하던 시절부터 지휘관을 위해 일해주던 후드, 처음으로 만났던 고위 함선소녀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그녀를 돕고자 하는 지휘관은 방법들을 찾는다


"일단 차라도 한잔 마실래?"

"오늘은 커피를 마셔도 될까요?"

"오 무슨일이야 후드? 커피를 다 마시고?"

"가끔은 쓴 맛이 생각날때도 있답니다 후후"


지휘관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따뜻한 커피를 추출한다, 검은색 액체가 컵으로 떨어지며 향긋한 커피내음이 집무실 전체로 퍼져나가며 약간은 숨 막히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며 다소 어색하던 둘 사이를 감돈다


"저... 후드?"

"네 지휘관님"

"후드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었지?"

"5년 정도 흐른것 같네요"

"세이렌들과 싸운지도 벌써 5년이 지났구나 더군다나 내가 이곳에 온지도.."

"후후.. 그때 지휘관님은 로열의 예의도 모르셔서 벨파스트양에게 자주 핀잔을 들었죠"

"그때 후드가 없었으면 아마 귀에서 피딱지가 나지 않았을까?"


여왕을 알현하는법, 티타임에 참석하는법,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등 모든것이 어렵고 난해할때 화 한번 안내고 도와준 후드를 지휘관은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지휘관이 만든 차를 마시고 띄우던 만족스런 미소또한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기억에 남아 지휘관의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든다


"내가 요즘 후드에게 신경을 잘 못썻던것 같아서 미안하네"


후드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한마디 건네는 지휘관, 후드는 그저 옅은 미소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아뇨 지휘관님, 지휘관님은 항상 바쁘시니까요 숙녀는 언제나 응원하는 법이랍니다"

"후드와 대화하다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아"

"어머 그렇게 띄우지 않으셔도 되는걸요 후후"

"아니아니 정말로 후드, 요즘 중앵이니 철혈이니 시끄러운 녀석들도 들어오다 보니까 편하게 마음놓고 쉴 시간이 없어서 이런 시간들을 얼마나 원했는지 몰라 고마워 후드"


아무생각 없이 건넨 말들이 후드의 뺨을 붉은색으로 연하게 물들인다


"저도 지휘관님이 건네는 따뜻한 말들에 항상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게다가 후드는 처음으로 내게 와준 고위함선이잖아 그래서 더 기억에 남지 하하"


"저... 지휘관님!"


후드는 볼이 빨개진 상태로 커피를 손에 쥐고 얼굴을 밑으로 내린후 지휘관을 부른다


"응? 왜??"

"저.. 혹시... 싫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일이 많으신가요?"

"응? 아냐 훈련일지도 다 썻고 오랜만에 휴식시간이라 시간은 많은데 왜?"

"그러면.. 저와 외출하시지 않으실래요?"

"음.. 일과 시간에 밖으로 나가긴 좀 그렇고 기지 내라면 괜찮긴 할텐데 나랑 같이 가봐야 재미없지 않아? 하하.."


자신이 재미없는 성격인것을 알기에 후드와 함께 돌아다녀봐야 미안한 지휘관은 애둘러 거절을 표현한다, 하지만 후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 말한다


"아뇨 지휘관님, 지휘관님과 함께 다니면 재밌는걸요! 기지안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기지 내 시찰 명분으로 나갈수 있으니까 함께 나갈까?"

"네 부디.."


그렇게 둘이 향한곳은 기지내 도서관.

사서인 애든버러가 귀찮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둘이라면 믿을수 있죠!'라며 도서관 출입장부를 적고는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고 후드?"

"걱정말고 따라와주시겠어요 지휘관님? 후후"


후드는 나를 끌고 도서관 깊은곳으로 향한다 1층..2층.. 마지막 3층


"고...서... 창고?"

"네 이곳은 옛날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에요"

"이런곳까지 왜 데려온거야? 후드가 책을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고서를 좋아하는진 몰랐네"

"왜냐하면 좋아했지만 자주 보진 않거든요, 먼지도 쌓여있고 가끔은 보관상태가 엉망이라 잘 찢어지기도 해서 아까운것 같아서요"


후드는 먼지덮힌 책장 한 구석에서 책을 하나 빼낸다


"어둡기도 하지만 커튼을 치면 이곳만큼 높고 햇빛이 잘들어오는곳도 없답니다"


라고 말하며 커튼을 치고 책상에 앉는다


"그건 무슨 책이야?"

"지휘관님 기억하세요?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아 분명히.. 셰익스피어.. 였나?"

"어머 기억해 주시네요"

"그럼 물론이지 정말로 좋은 시인걸"

"네 맞아요 옛날에 지휘관님에게 선물했던 시에요, 이 고서 창고에는 옛날 책들이 모여있거든요, 이곳에서 이 시를 찾았을때 정말로 기뻣어요 옛날 글이지만 때뭍은 느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따뜻함을 선물해주는 글이니까요."

"그렇구나.."

"가끔은 저를 바라봐주지 않아서 정말 서운했어요, 물론 저보다 강하고 멋진 분들이 한분 두분 저희 기지에 들어오실때마다 세이렌과의 전쟁이 끝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정말로 쓸쓸했어요"

"후드.."

"그래도 저는 괜찮았어요 지휘관님은 제 소유물도 아니고 이 기지의 최고 사령관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지휘관님을 친근하게 부르고 애정표현을 할때 저의 이런 성격을 정말 싫어했어요, '왜 나는 이런 성격이라서 지휘관님에게 다가가지 못할까' 하고요"

"..."

"오랜만에 지휘관님을 찾아왔을때 지휘관님은 예전처럼 똑같이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이 시처럼요"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지휘관님이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저 후드는 살게 되어 지휘관님 옆을 영원히 지킬거에요"

"지휘관님 저는 사랑을 잘 몰라요, 황실의 축복을 받으며 아가씨 수업을 받고, 그렇게 제 삶의 대부분을 황실의 명령과 축복 아래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것이 사랑이라면 이 시처럼 지휘관님을 영원히 옆에서 지키며 살고싶어요"


후드의 뺨은 노을의 탓인지 부끄러운지 탓인지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지휘관또한 그 뺨이 붉어졌을것은 보지않아도 뻔한 사실일것이다


"음.. 저.. 후드.."

"네.. 지휘관님.."

"고마워.. 그리고.. 나도 사랑은 잘 모르지만.. 잘부탁해.."

"어머.. 네.. 지휘관님.. 잘 부탁드려요.."

"하하.. 응.. 물론이지"


"후후.. 아! 지휘관님! 이 아름다운 시를 저를 위해 읽어주실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