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직!


내가 입을 연 순간,  모항 예산 계산을 도와주던 힌덴이가 쥐고 있던 볼펜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뒤이어 힌덴은 작업하던 서류를 내팽개치고 내게로 다가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고, 힌덴이는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계약자, 그게 당신 아내한테 할 소리야?"

"그게..."


여태까지 지휘관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 많은 함순이들의 구애를 거절하던 나였지만, 나도 남자인지라 몇달 전 6차 개발함이었던 힌덴이에게 반해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힌덴이 외에 다른 함순이들과 결혼에 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에 다른 함순이들 또한 나에대한 마음을 접을 줄 알았으니까.


실제로 다른 함순이들의 나를 향한 애정공세도 거의 사라졌고,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함순이들의 애정을 얕보면 안되는 것이었다.


최근 힌덴이랑 결혼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이전까지 조용했던 건 신혼 생활에 대한 예의 였다는 것 마냥 함순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구애해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미 결혼을 해 버린 바람에, 업무때문에 결혼 못한다는 핑계도 못대는 이상 체크메이트였다.


만약 이걸 그냥 방치해둘 경우 함순이들 사이에서 차별 대우에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이번에 힘들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고, 이러한 사정을 힌덴이에게 설명해 주니 힌덴이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계약자가 죄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썅년들이 유부남에게까지 들이댈 줄이야..."


결국 스트레스에 머리를 부여잡은 힌덴이.

내 설명을 듣고, 내가 일부러 일부다처제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에 다행히 나에 대한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든거 같았다.


"그래서 몇 명인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자, 한참 말이 없던 힌덴이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평소 조금 무뚝뚝하지만 그래도 독점욕이 심한 힌덴이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기에 나 역시 깜짝 놀라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아니"


바로 나온 칼답.


역시 안괜찮구나! 응! 짜질게!
나는 바로 살짝 들었던 고개를 내리깔았다.


"푸훗!!"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힌덴이는 피식 웃더니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하아...당장에라도 당신에게 꼬리친년들을 찢어죽이고 싶긴 한데...대충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몇 명은 허락해줘야겠지. 그래서 그년들 이름 좀 말해봐."


다행히 그녀는 싫긴 해도 일부다처제를 동의해 주려는 것 같았다.
그 말에 고마움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게...일단 뉴저지랑 짭선 마망-"

"흐응"


-빠직!!


"그리고 난농이랑 무사시 마망-"


-빠직!!!


"그리고 비슴쯔에 임플,에기르,제팔이 마지막으로 하쿠류-"



-쾅!!!



-펄럭펄럭...

내가 말을 마치자 힌덴은 지휘관 책상을 내리치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과정에서 책상위 종이가 몇개 떨어졌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계약자, 내가 모르는 사이 참 많이도 꼬시고 다녔네, 인기가 많아서 좋겠어?"


ㅈ됐다...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하다보니 힌덴이가 화나고 있던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하나도-"


그래서 나는 최대한 재빨리 사과하고 빌려고 했는데...


"계약자는 열 손가락을 반지로 꽉 채우는게 목표인거지??"

"그리고 뭐...마..마망?? 계약자는 엄마가 많아서 참 좋겠어??"


여간 화난게 아닌 것 같았다.

결국-


"그래, 어디 한 번 계약자 마음대로 다 결혼하고 다녀봐!!"


-쾅!!


거칠게 문 닫는 소리와 함께 힌덴이는 지휘관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아까 힌덴이 떨어뜨린 종이가 눈에 들어왔고-


"달력?"


-결혼 100일♡


그곳에는 힌덴이 답지 않게 귀여운 핑크색 하트로 표시해둔 오늘의 날짜가 보였다.



"하아...이런 병신 쓰레기 새끼..."



나는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
다음편은 조만간 올리겠음!! 
참고로 말해두는데 결말은 힌덴덴이 순애물 생각하고 있는 중임!!

덴덴이 애껴욧!!!


2편 올렸습니다!

2편:"Du bist das wichtigste in meinem leben, 힌덴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