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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엑스와의 전쟁이 끝나고 서로 분열될 뻔한 벽람항로를 다시 규합시킨 지휘관.

다들 지휘관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길, 정계에 진출한다거나 국제기구의 높으신 분이 된다거나 하는 추측이 무성했으나 그는 조용히 은퇴하길 결정했다.

각국은 그런 지휘관을 자국으로 데려와 그와 같은 천재적인 군략가를 양성하기 위해 시민권, 어마어마한 연금을 내걸고 그를 데려오려 했으나 그의 뜻을 존중하는 칸센들에 의해 그러한 시도는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돌아왔어요. 지휘관님"

"허니! 허니가 부탁한 대로 했어! 그 아저씨들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던데?"

"수고했어, 요크타운. 그리고 뉴저지도 수고 많았어. 그런데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났네?"

"아... 그게 다섯시간 동안은 계속 회의중이였는데 말이지? 요크타운이 화나면 어떤지 허니도 알지?"

"뉴,뉴저지! 말 안하기로 했잖아요!"

"하하하! 괜찮아. 잘 끝났으면 그걸로 됐어."

"보아하니 마지막까지 고집부리던 녀석들도 드디어 항복한 듯 하네. 그래서 지휘관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내가 은퇴하더라도 너희 소속의 국가중 하나에서 머물다보면 이런 제의가 끊임없이 올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예전부터 언젠가 은퇴하면 중립국으로 가서 살 생각이였어. 따라올지 본국에 남을지는 너희의 선택에 맡길게."

"당연한 소릴 하는군... 그대에게 반지를 받은 함선 중에서 그대와 헤어지는걸 순순히 받아들일 녀석이 있다고 생각하나?"

"비스마르크님 말씀이 맞습니다. 주인님. 저 벨파스트도 지휘관님의 메이드이자 아내로써 어디까지고 따라가겠습니다."

"새삼 내가 얼마나 복받은 놈인지 알겠어. 정말 고마워, 사랑해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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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지휘관의 은퇴가 끝나고 3년 뒤, 유럽 어느 중립국

"지휘관님? 이제 일어나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무사시님과 시나노님도 편히 주무셨습니까?"

"음, 아침부터 고생이 많구나 벨파스트. 이젠 다 같은 지휘관의 아내이니 경어는 필요없다고 했는데."

"제가 편해서 쓰는 것이니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지휘관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이 뒤는 첩에게 맡기도록."

후우~

"으아아앗! 뭐,뭐야..."

"후후, 그대는 귀가 정말 약하단 말이지? 가끔씩 이렇게 깨우게 해줘."

"좀 더 로맨틱하게 깨워줘도 될텐데 말이지. 시나노? 어서 일어나."

"으음... 벌써 동이 튼 것인가..?"

그날 함께 잔 아내 두 명과 지휘관은 저택 1층 거실에 있는 넓은 테이블에 마지막으로 착석한다.

"으음, 이 오믈렛 엄청 맛있는데? 누가 만들었어?"

"흐,흠! 이 해신의 솜씨가 어떠냐? 그대여!"

우쭐해진 에기르

"거짓말. 에기르가 만들었다고? 얼마 전까지 컵라면에 냉동만 돌려먹을줄 알던 그 에기르가?"

"놀랍게도 진짜야 허니, 벨파스트랑 카리브디스랑 같이 얼마 전부터 엄청 열심히 연습하던데?"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 버릴때 계란껍질이 그렇게 많았구나... 열심히 했구나 에기르? 고마워."

"그대는 항상 말이 한마디가 많아. 뭐, 맛있다면 됐다! 헤헤."

"그래 그래, 에기르 최고야. 그러고보니 오늘 장보러 가는 날이니까 점심은 밖에서 먹고 올게."

"알겠어요. 이쪽은 걱정 마세요."

믿고 맡길 수 있는 아즈마망

"괜찮겠나 그대여? 아즈마가 만든 특제 카레라이스를 우리끼리 다 먹어버릴지도 모른다고?"

"포미더블이라도 부르는게 아니면 한끼에 그걸 다 먹긴 힘들걸."

"아무리 언니라도 그건..아니, 될지도?"

자매에 대한 쉴드를 포기한 인도미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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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런 아침식사가 끝난 후, 지휘관은 아내 몇명과 차를 타고 근처 마을로 내려가 장을 보러 간 사이, 남은 아내들은 집 청소를 한다.

그시각 차 안

"다음엔 내가! 내가 지휘관 아침 해줄게! 키이네가 본국에서 채소 잔뜩 보내준다고 했어!"

"오와리가 오랜만에 요리해준다면 나야 좋지."

"지휘관이 좋아하는 찌개랑 덴뿌라 개쩔게 해줄테니까 기대해!"

"오와리의 덴뿌라라면 이 마녀도 기대하고 있겠다. 그럼 오늘 장에서 맥주도 잔뜩 사오도록 하지. 그대여"

"안그래도 오이겐이 얼마 전부터 맥주가 다 떨어졌다고 엄청 저기압이였거든. 또 치칼로프에게서 제발 보드카 사오라고 신신당부 받아서 말이지."

"리퀘스트라면 내가 어제부터 모두에게 물어보고 적어둔게 있어. 안심해도 돼."

"고마워 그로세. 덕분에 안심이네."

주차장에 차를 댄 지휘관, 마트 주인도 지휘관의 차를 보자마자 바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하하! 어서 오게 총각! 아가씨들도 어서 오고!"

처음 지휘관이 아내들과 이 마을 근처에 집을 짓고 한달에 한 두번씩 장을 보러 올 때마다 매번 다른 여자 여럿을 끼고 오는 청년이 미심쩍었던 마트 주인은,

그 청년이 한번 올때마다 수백 프랑을 쿨하게 지르고 가는 VIP가 되자 그런 신기한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휴우.. 트렁크에 다 안들어가네. 짐 몇개는 안고 타야겠어."

"내 함재기를 쓰면 금방인데 말이지~"

"임플래커블... 위험할 때가 아니면 의장은 쓰지 않는 조건으로 여기 온거 까먹은거 아니지?"

"어머! 그랬었나? 차라리 밤에 장보러 오면 UFO라 치고 넘겨도 되는데, 당신은 가끔 참 정직하단 말이야."

"동네 집값 떨어질라. 이상한 소리 그만해. 점심은 저기 피자가게에서 먹자."

그렇게 식사후 차로 30분동안 이동해 산중턱의 집에 도착한 지휘관과 아내들

차에서 내리자 차고에서 뭔갈 만들고 있는 치칼로프를 지나 얼마 전부터 마당 한 구석에 만들어둔 조그만 텃밭에서 다이호,아카기,브륀힐데가 감자와 배추를 심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주변에 다른 집도 없고 남는게 시간이라 아내들도 이런 시간보내기 활동을 하나씩 하고 있다.

"아! 어서와요 다들!"

결혼후 은퇴하고 나서부터 부쩍 부드러워진 다이호

"수고 많았네 그대여. 자, 짐을 넘겨라."

"아카기도 거들게요~"

"고마워. 청소는 다 끝났나보네?"

"물론이죠~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답니다?"

집으로 들어가자 창가에서 분재에 열심인 하쿠류와 요크타운, 바둑을 두는 무사시와 아마기, 그리고 스킬라, 베네토, 하인리히, 호넷은 TV에 연결된 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다.

사온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시나노,인도미터블,크론슈타트는 낮잠을 자고 있고 나머지 아내들은 서재에서 체스를 두거나 책을 보고 있다.

"응? 그러고보니 클레망소랑 뉴저지, 그라프가 안보이는데?"

"그 분들이라면 1층 체단실에 있어요."

다이도의 말대로 1층으로 가보니 오늘도 열심히 운동중인 그녀들이 보인다.

체단실에 들어가자 벌써 후끈한 실내 온도와 습도가 그녀들이 오늘도 얼마나 열심히 운동중이였는가를 대변해주고 있다.

"어머, 자기? 우리가 운동하는게 보고싶었어? 아니면 같이 잔뜩 운동하려고?"

"오해할만한 소리 그만둬. 오늘은 장봐온다고 피곤해서 구경만 할게."

"우으.. 허니도 참, 지금 땀 많이 흘려서 부끄러운데."

"경에게 지켜보기만 하는 취미가 있었다니. 아내로써 또 지식이 하나 늘었군."

"알았어 알았어. 운동할게. 운동하면 되잖아."

매일 짜여진 루틴을 지켜주는 참된 아내들

두 시간 후

"후..진짜 못하겠어. 하나만 더라는 말 이제 금지야."

어느덧 창 밖엔 땅에 쌓인 눈마저 주황색으로 물들이는 노을이 진 시간

때맞춰 시리우스가 지휘관에게 저녁식사가 다 되었음을 알린다

"주인님? 그리고 다른 분들도 식사가 다 되었으니 거실로 와주십시오."

"고마워 시리우스.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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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는 아내 여럿이서 공들여 만든 미트파이, 그라탕, 파스타, 슈바인스학세가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우리 아내들 요리솜씨가 갈수록 늘어서 고민이야. 이러다 마을 내려가면 보이는 아저씨들처럼 뱃살 잔뜩 나오겠어."

"허니도 참 행복한 고민을 하네. 걱정 마! 내가 책임지고 허니 배에 식스팩 만들어 줄게!"

"윽... 근육통이..."

파스 덕분에 잊고 있던 근육통이 재발한 지휘관

"그러다 지휘관이 근육통때문에 동침을 거부하면 큰일이니 적당히 해두는게 좋을 것 같네?"

미리 퇴로를 막아버리는 임플래커블

"윽, 날 진심으로 걱정해달라고."

"그래도 허니는 이런거 좋아하지? 오늘은 내 차례니까 내빼면 안돼?"

"나도 아니까 책상 밑으로 발좀 그만 건드려도 돼."

아내들에 의해 퇴로가 전부 막혀버려 포기한 지휘관이였다.

식사가 끝난 후, 샤워를 하기 위해 욕탕에 들어온 지휘관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온 운젠과 크론슈타트.

"근데, 나..나는 왜?"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샤워 도우미는 크론슈타트씨가 최고라고 하는데요?"

"어디서 그런 얘기가 퍼진거야... 아,아무튼 지휘관? 여기 앉아봐."

"자, 지휘관님? 지금은 저희에게 전부 맡겨 주시길."

그렇게 긴 샤워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든 지휘관

"뭔가 오늘도 정신없이 흘러갔네."

똑똑

"들어갈게 허니!"

"들어가겠다. 계약자"

"그, 얘들아 미안한데 오늘은 그냥 자면 안될까?

알았어, 그렇게 정색할것까진 없잖아."

"계약자도 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짓은 슬슬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그러게, 허니? 빨리 문 닫아."

그렇게 지휘관과 아내들은 오늘도 하루를 마친다

다락방에서 먼지와 함께 잠드는 그의 훈장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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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 대실패인레후

은퇴한 지휘관이 유유자적 사는걸 보고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