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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요란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곳에 오기 전 들었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랑 함께 지내며 보았던 그 눈동자 속에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색깔이 담겨 있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


그 당시의 나는 지휘관으로도 군인으로도 처음이어서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친구도 상사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동료이자 상사가 되어준 것이 바로 새러토가였다.

아니, 어쩌면 여기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와악! 놀랐어? 역시 지휘관은 반응이 느리구나~"


처음 지휘관이 된 나에게 비서함이 되기를 자처한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든 긴장을 풀어주려 하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그녀의 장난이 그렇게 싫지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둘은 처음부터 상성이 꽤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 노력하는 면이 있으니까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해~"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어머, 남동생 군은 혹시 눈치채지 못한거니?"


렉싱턴 씨에게 들었던 그 말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비서함의 일도, 항공 지휘도, 분위기메이킹도 완벽하게 하고 있었던 그녀는 나에게 있어 우상, 아이돌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언니인 렉싱턴의 눈에는 그런 그녀가 다소 무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인 듯 했다.


"그 아이도, 지휘관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긴장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지휘관을 상대로 장난을 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걸."


"그렇지만 틈만나면 절 놀래치려 드는걸요."


"후후, 그 아이의 본 모습을 알게 되면 지휘관도 깜짝 놀라게 될걸?"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해야..."


"그러니 가끔은 그 아이를 복돋아 주렴. 그것도 지휘관이 할 일이니까. 그리고..."

"그 아이도 한 명의 여자아이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그녀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유니온의 리더, 항공모함의 대선배, 항공전술의 선구자... 하지만 때로는 밝으면서도 때로는 언니의 일을 마음속에서 품고 있는 아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도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이 아이와 친해지는 법을 몰랐던 나는 일단 무엇이라도 선물해주려고 했다.


"...폭격기?"


"응,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새러토가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게... 지금 사용하는 디스트로이어보다는 헬타이버 쪽이 사용하기 더 편하지 않을까 하고..."

"요즘 전투에도 자주 나가는 것 같으니까 괜찮다면..."


"어머머~ 지휘관은 나를 평생 부려먹을 생각인가봐?"


"어?"


"후후, 농담이야! 처음으로 지휘관이 준 선물인데 소중히 할게!"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 함재기를 들고 뛸듯이 기뻐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뒤로부터 그녀의 장난은 점점 심해졌다. 하지만 난 그녀가 장난을 치며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어머~ 지휘관 미안해~ 일부러 그쪽으로 함재기를 날린 건 아니야~"


"너! 실내에선 함부로 폭격기 날리지 말라고 했지!"


"어때? 새러토가 항공대의 환영 비행은?"


"이러다가 실수로 개발도면에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려는거야!!"


"괜찮아~ 항공폭탄은 다 빼놨으니까 이상한데 불이 붙을 일은 없을거야~"

"...아마도?"


"으아악!! 안돼!!!!"


"...렉싱턴 씨, 슬슬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머, 어때서? 둘이 친해진것 같아서 보기 좋은걸?"


"아무리 제가 존경하는 새러토가씨라고 해도 이 모습은 너무 풀어진게 아닌지..."


"사고를 치고 나면 그때 혼내도 늦지 않으니까~"


...그렇게 함재기 개발 도면을 홀랑 태워먹고 프린스턴과 렉싱턴 씨에게 혼난 날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하는 장난이 즐거웠다.


언제는, 여름을 맞아 바닷가에 놀러간 적도 있었다. 

귀엽다고 솔직하게 칭찬해줬더니 이런걸 좋아하느냐고 실컷 비웃음당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치발리볼 경기에서 구축함에게 졌다고 울적해있는 모습을 위로해주다가 아이 취급하지 말라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언제는, 공연에 나간다면서 내 고향의 전통 옷을 입고 온 적도 있었다.

평소보다 얌전해지니까 훨씬 보기 좋다며 놀려줬더니 이 옷으론 장난치기 힘들다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검은색 끈을 가져와 리본으로 묶어주니 역시 검은색이 잘어울린다며 기뻐하는 모습도 좋았다.


이렇게 항상 즐거운 일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지휘관의 업무는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노스 유니온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지휘관 동지?"


난 그때 소유즈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물론 북련에는 내 발로 간 것이기도 했고, 북련의 대우는 상상이상으로 좋았다.

따뜻한 방에서 생각보다 입에 잘 맞는 음식을 대접받기도 했고, 북련에선 여유가 있을땐 곰과 같이 평소엔 보기 힘든 동물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틈만 나면 술을 마시자고 들이대는 것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낮선 땅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노스 유니온 여러분,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야."


솔직히 놀랐다. 나 하나를 위해서 로열과 유니온의 함대가 연합을 하여 북련에 찾아왔던 것이다.

소유즈의 계획을 알고 온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나를 되돌려받기 위해서 온 것인진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그 선두엔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이 있었다.


"지휘관... 가자. 우리와 함께 집으로 가자..."


솔직히 이 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벨로루시아 일행을 제외한 다른 북련 동료들에게 해명을 해야할지, 로열에 먼저 찾아가야할지, 유니온의 일을 처리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배에 탑승하자마자 그 생각은 깊은 졸음과 함께 사라져갔다.

그리고 어렴풋이 들리는 것은 한 아이가 눈물을 삼키는 소리....


다음 날, 살짝 늦잠을 자느라 서두른 나는 비서함인 새러토가보다 늦게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왠지 피곤해보이는 모습의 새러토가와 그녀에게 홍차를 따라주는 벨파스트, 그리고 왠지 모르게 생각한 것보다 적은 책상 위의 서류들.

내 모습을 보자마자 벨파스트는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를 떴고 어색한 분위기의 집무실에 둘 만이 남았다.

그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 뒤 잠시 후, 누구보다도 다시 보고싶었던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껴안아왔다.


"읏..."


"새러토가... 북련의 일은 그..."


"지금은 이야기하고싶지 않아."


"혹시 책상 위의 서류들은 전부..."


"보고싶었어."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였다. 

어제 자기 전 생각했던 세 나라의 정치관계에 대한 내용은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얼마 전 보았던 밀실의 광경, 무언가에 대한 기억, 수많은 동료들.

그런 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 시선 아래엔 그저 날 껴안고 있는 어느 소녀만이 남아있었다.


"미안해."

그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그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부 다 똑같아."


"응."


"노스 유니온도 마찬가지야."

"자신들이 풀 수 없는 비밀을 찾기 위해서 지휘관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치 않았어."

"내가 지휘관을 제때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지휘관이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안전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존중해야 하는거 아니야?"

"정말이지, 다들 지휘관에게서 뭔가를 얻으려고만 하고 지휘관 자체를 신경 쓰지 않잖아!"


그때, 내 품에 안겨있었던건 유니온의 수장도, 항공전술의 권위자도, 모항의 아이돌도 아닌 그저 어린 소녀였다.

나는 결국 그녀가 울다가 쓰러질때까지 그녀를 안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울음이 그쳤을 무렵, 그녀는 내 품에 쓰러져 곤히 잠들었다.


그녀가 마시지 못한 홍차는 차가운 맛이 났다. 마치 그동안 고생한 그녀의 마음 속을 보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결국 그 날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집무실의 소파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있잖아..."


해가 떨어지며 해수면에 황금빛 물결이 반짝일 무렵, 어느새 잠에서 깬 새러토가는 무릎 위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새러토가를 봐주지 않을래?"


"물론이지."


"그렇지 않아도 이리저리 다양한 방법으로 눈도 마음도 뗄 수 없게 만들어줄거야."


"오늘따라 그 말이 좀 무섭게 들리는걸?"


"이봐 지휘관! 지휘관은 새러토가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글쎄... 서류들 사이에 가짜 러브레터를 몰래 섞어놓는 녀석?"


"앗, 들켰..."


"오늘따라 유달리 언니가 보고싶지 않니?"


"우와앙! 이래뵈도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었을 뿐인데~!"


그래, 난 이렇게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저 바보같이 이 아이에게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노래하며, 함께 웃으며 지내고 싶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지, 내 무릎 위에서 웃고 있던 새러토가는 갑자기 일어나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 지휘관, 떨어뜨린 게 있어."

"새러토가의 지휘관을 향한 마음을 줄게~"


"츄~"



그 일이 있은 후, 의외로 많은 것이 바뀌진 않았다.


"슝~ 스노우볼 폭탄~"


언제와 같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좋아 지휘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새러를 데리고 어디가서 놀지 생각해뒀어?"

"오늘은 지휘관을 따라다닐테니까!"


"거리 분위기가 바뀌어서 좋긴 좋은데 평소보다 춥지 않아?"


"지휘관, 손 시려워? 새러토가가 장갑 줄까?"

"특별히 지휘관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다구!"


"저번처럼 선물이랍시고 등에 고드름을 넣고 도망가진 않을거지?"


"장갑이라구 장갑! 장난 치는거 아니야!"


크리스마스땐 서로 데이트를 하면서 평온한 날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날, 굉장히 부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지나고보면 다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어딜 보는거야? 여기라고~"


"오늘은 쉽게 안 당해주지!"


"오~ 오늘은 폭격기를 날려도 반사신경이 엄청 좋은데? 바로 그 기세야~"


"아까 컵라면에 매운 고추장 넣었지?"


"으악, 눈치챘어...?"


"그거 엄청 맛있던데? 다음에 또 넣어줘!"


"지휘관... 도데체 평소에 무슨 음식을 먹고 사는거야?"


...이렇게 그녀의 장난에도 익숙해져서 맞받아칠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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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온 그를 최대한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무심하게도 첫 인상은 굉장히 딱딱하고 철두철미한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동료들이 전부 무서워하고 있을 때, 나라도 나서야 유니온의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존댓말이냐고? 새러토가한테도 부끄러움이라는게 있으니까 말이야!


"이야 지휘관, 안녕! 내가 렉싱턴..."

"...의 여동생 새러토가야~ 특별한 일 없으면 그만 가볼게~"


어떻게든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그 뒤로 사무적인 대화 외에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었습니다.

뭐야 이 사람, 이렇게까지 딱딱해도 되는거야? 라는 생각에 나는 다른 동료들에게 하듯 무심코 장난을 치고 말았습니다.


"와악!"


놀래킨 제가 더 놀라고 말았습니다. 순간, 지휘관의 그 무서운 표정이 풀리더니 순식간에 다시 무서운 표정이 되었다가 날 보곤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어...지휘관은 역시 반응이 느리구나~"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순간 풀린 후배군의 귀여운 표정은 제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항공모함 전술에 대해 가르쳐준다며 슬쩍 다가가보니,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었던 나는 다소 무리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비서함의 일에 온 신경을 쏟던 저는 애써 무리해 언니를 속여가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폭격기?"


아, 이 사람 바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바로 그거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선물이 폭격기래요 폭격기!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선물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모르고 있다니,

프린스턴이나 그리들리에게 물어보지도 않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저는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어머머~ 지휘관은 나를 평생 부려먹을 생각인거야?"


하지만 내심 기쁘다고 생각한 것은 어째서일까요, 그때의 저는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나중에 지휘관이 말해줬습니다.

그 뒤로 심심하면 폭격기로 지휘관에게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잘못 맞으면 아픈 헬다이버를 던질 때도 있었고, 가볍고 빠른 스이세이를 던질 때도 있었고, 가끔은 스카이레이더를 던질 때도 있었습니다. 

아 요즘은 텐라이가 반응이 제일 좋아서 그것만 던지고 있어요~

처음엔 많이 당하다가 요즘은 날린걸 붙잡았다고 내심 좋아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언제는 사고를 치는 바람에 언니에게 크게 혼난 적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지휘관과 함께 있으면 매일이 즐거웠습니다.


여름엔 바다에도 놀러가고, 가을엔 지휘관 고향의 명절을 맞아 새로운 옷을 입고 놀았던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매일이 즐거우리라고 생각했지만, 지휘관의 일이라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법입니다.

때는 초겨울, 북련에서 지휘관을 데려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째서 데려올 수 없다고 하는거야!"


"지휘관 님은 스스로 북련에 간 것이니 이것에 대해 저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 여자의 표정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언니, 그래도 북련의 사람들 중엔 좋은 사람도 많아. 지휘관에게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거야."


"그치만 날 구축함이라고 놀린 그 쇠사슬 녀석만큼만은!!"


어느새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고 말았습니다.

뭐... 저를 놀린 것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은 둘째치고요, 그저 큐브 적성을 이용하기 위해 지휘관을 이곳저곳에서 이용하려 드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평소 모항에서 동료들을 챙겨주던 상냥한 지휘관, 중요한 순간에 명령을 내려 전투를 승리로 이끌던 멋있는 지휘관, 나의 장난을 받아주는 귀여운 지휘관....

이런 모습을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지휘관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노스 유니온 여러분,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야."


저는 무리하게 중립 해역이라는 핑계로 동료를 모아 북련에 쳐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운 좋게도, 거기서 지휘관을 돌려받았으나, 그 뒤에는 아주 대단한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일을 처리한 뒤에는 아침이 되어 뒤늦게 일어난 지휘관이 저를 찾아온 것으로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저의 곁에서 절 도와주던 벨파스트는 홍차 한 잔만 남긴채 사라져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지휘관을 끌어안고 말았습니다.


"보고싶었어."

이랬어야 했는데.


"전부 다 똑같아."

좀 더 내가 잘 했어야 했는데.


"노스 유니온도 마찬가지야."

가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자신들이 풀 수 없는 비밀을 찾기 위해서 지휘관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치 않았어."

내가 지휘관을 지켜주지 못했더라면....


"내가 지휘관을 제때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언니처럼 지켜주지 못했더라면...


"지휘관이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안전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존중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동안 지휘관을 다시 만나고 싶었어


"정말이지, 다들 지휘관에게서 뭔가를 얻으려고만 하고 지휘관 자체를 신경 쓰지 않잖아!"

내가 사랑하는 지휘관을....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깨어난 뒤, 지휘관과 바보같은 대화를 나눈 것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이러다 아무것도 못 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 저는 급히 지휘관의 볼에 키스를 하고 집무실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리들리의 사진 속 새빨간 저를 보면 분명 굉장히 부끄러운 말을 했음이 틀림없겠죠.

그 날은 결국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중간한 고백을 한 뒤였지만, 의외로 그 뒤의 일은 순조롭게 풀렸습니다.

서로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행사를 기념해서 새로운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굉장히 바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크리스마스때였습니다. 그 날만큼은 저도 솔직하게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데이트의 끝무렵, 장갑에 대한 보답을 해주겠다고 반지상자를 꺼내들었을때는 저도 긴장했지만, 말을 헛디딘 지휘관을 보니 역시 내가 아는 지휘관이 맞구나 싶어서 서로 바보같이 크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지금 제 앞에 있는 멋진 서방님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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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얏!"


지휘관의 머리 위에 함재기가 부딪혔다. 

이 모항에서 텐라이를 쓸 수 있는 항공모함은 하쿠류, 치칼로프, 엔터프라이즈 등등 많이 있지만, 이 상황에서 함재기를 날릴 사람은 오로지 한명밖에 없을 것이다.


"어딜 보는거야~ 여기라고~"


"너, 결혼식에서까지 위험하게 이런걸..."


"이리저리 다양한 방법으로 눈도 마음도 뗄 수 없게 만들어준다고 했지?"


"그래... 역시 그게 가장 너다운 방법이 아닐까 싶어."


"에헤헤~"


"오늘따라 웃으니까 이쁘네."


"반했어?"


"아니?"


"앗, 너무해!"


"그야 이미 반해있으니까."


주변에서 들리는 환호성 소리도, 일부의 경악하는 소리도, 박수갈채소리도 전부 이곳에 모여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겠다는 두 사람의 약속을 찬란히 빛내주고 있었다.


"사랑의 힘은 무한대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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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전부터 글 쓰는건 자신 있었지만 소설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대회가 끝난 앞으론 절대 못 쓸것 같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함순이로 순애소설을 한번 써봤다.


일단 최대한 원작에서 나온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스킨에 나온 대사들 하나하나 뜯어보며 순애물에 쓰기 좋은 대사를 고르고, 메인스토리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을 가져와 정실로써 새러토가의 매력을 살려보고 싶었음ㅋㅋㅋ

다른 캐릭들 대사도 찾고, 북련 스토리도 재탕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는데 역시 캐릭터 대사 찾는게 제일 중요해서 여기서 지금까지 나온 새러토가 스킨들 다 사둔게 도움이 좀 됬음


이래뵈도 일단 페도캐인데 챈럼들 취향 생각하면 얘로 글 쓰는게 맞나... 싶기도 했고 플롯이나 빌드업을 단시간에 쌓는다는게 진짜 어렵기도 했고

평소에 주로 보던 미연시나 만화들 때문에 순애물에는 어느정도 단련이 되어 있다 생각했는데 빌드업같은거 생각하면 역시 창작은 쉽게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거나 일단 끝까지 썼으니? 난 만족하고 괜찮으면 다른 캐릭들로도 글 한번 써보고 싶어지네ㅋㅋㅋ 

암튼 쓰느라 재밌었음!

다들 사루니 뭐니 해도 나한테만큼은 최고의 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