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어드벤처 갤리는 남아있는 그림 기록이 없다)


(상상도 2)



(어드벤처 갤리와 가장 비슷한 함선으로 여겨지는 동시기 영국 함선 "찰스 갤리". 배 아랫단 작은 사각형 구멍들이 노를 전개할때 사용하는 스윕 포트들이다)



이녀석도 위더 갤리 처럼 보조동력으로 근육을 이용하는 배라 이름에 "갤리" 가 붙었다


위더 갤리와는 비슷하면서 좀 다른데 위더 갤리가 항해 편의를 위해 노를 사용하는 무장상선이 나포되어 해적선이 된 것이었다면 어드벤처 갤리는 주로 해적 추격의 용이성을 위해 노를 사용하는 "노달린 프리깃" (Oared Frigate) 이라는 함종의 전투선이다.


일반적으로 해적선이라고 하면 바솔로뮤 로버츠 등 유명 해적이 기함으로 사용하던 프리깃 급 정도의 중형선박을 생각하지만, 얘들은 상위 0.1% 의 성공한 해적들이라서 이런걸 타고 다니는 거고 가장 흔한 해적선들은 "커터" 나 "슬룹" "제벡" 같은 소형선들이다


이런 슬룹과 같은 소형선이 강약약강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해적선의 표본이다. 작은 크기를 활용해 지형지물에 숨어있다가 만만한 무장상선이 지나가면 급습해서 대포 쏠 기회도 거의 주지 않고 근접해 노략할 수 있으며, 해군 선박을 만나더라도 흘수선이 비교적 낮고 민첩해서 특히 카리브해 등에서 도망다니기 유리하다.

결정적으로 필요 운용인원이 적어 인건비나 인원 통제 노력도 적게 들어간다. 위더 갤리 편에서 나온 유명해적 새뮤얼 벨라미도 시작은 슬룹을 탔다.


노달린 프리깃들은 노저을 공간을 확보해야할 필요성 때문에 동일체급 프리깃들에 비해 대포 수가 적고 구경도 더 작으나, 노를 활용해 이러한 소형 해적선들의 민첩성과 속도 우위를 상쇄하고 따라잡아 체급으로 뭉개버리는데 특화되어 있다.


어드벤처 갤리 또한 해적선을 사냥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영국 의회 양대 정당중 하나인 위그당 계열의 투자자들이 "해적을 사냥해 이윤을 남기는 사략항행"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투자해 구매한 것이 어드벤처 갤리다. 물론 해적 뿐만이 아니고 영국의 적국이었던 프랑스 소속의 선박들도 적법한 표적이었다.

함장으로 임명된 키드도 신입이 아니고 경력있는 사략선장이라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으로 보였지만 항해 내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1696년 4월 플리머스에서 출항해 뉴욕으로 가면서 프랑스 어선을 한척 나포한 것 까지는 순조로웠다.

이다음 서아프리카로 건너가 남하해 희망봉을 지나고 해적들의 새로운 핫플레이스인 마다가스카르와 인도양을 향해 가는데 


어드벤처 갤리를 건조한 조선소에서 건조공사를 야매로 하고 원가절감하여 돈을 빼돌렸는지 자주 물이 새고 선체 곳곳에 문제가 자주 생겨 1697년 1월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할 때까지 수리를 위해 들고간 목재와 예비용 돛과 삭구 등을 거의 다 써버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항해 내내 적합한 표적이 없어 수중에 돈을 다 써버린 키드는 수리용 자재를 신용거래로 조달하게 되고, 많이 절박했는지 곧바로 홍해와 인도양 곳곳을 뒤진다.


그리고 1697년 9월 드디어 인도 서쪽 해안에서 적절한 사냥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게 키드의 몰락의 시작이 된다.

이 적절한 사냥감들은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항해허가증을 가지고 항해하던 상선 "루파렐" 과 "퀘다 머천트" 였다. 퀘다 머천트의 선장이 영국인이긴 했지만 당시 다국적 선원은 흔한 일이었고, 선박의 소속이 프랑스인것을 확인한 키드는 적법한 표적이라 생각하고 둘을 나포, 루파렐은 "노벰버" 로, 퀘다 머천트는 "어드벤처 프라이즈" 로 개명한다.


문제는... 퀘다 머천트에 실린 화물중 일부가 무굴 제국의 소유물이었다는 것이다.


시간을 어드벤처 갤리 출항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1695년 8월, 인도양에서 해적 헨리 에버리의 해적 연합 함대가 무굴 제국 상선단을 덮쳐 크게 성공한다.

이 일은 영국과 무굴제국 간 외교분위기를 급랭시키는것은 물론, 영국의 안전무역상대로서의 위상을 크게 떨어트렸으며, 영국-무굴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아직도 복구하고 있던 영국 동인도회사의 존폐를 위협한다. 이에 여론도 반 해적 여론이 크게 돌아 키드가 "해적선을 사냥해 수익을 내는 사략항행" 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에 무굴 제국을 더 자극하기 싫었던 영국은 "키드가 적성국 프랑스 소속 선박을 나포했다" 보다 "키드가 무굴 제국 소유 화물을 노략했다" 에 주목해 키드를 해적으로 규정하게 된다.


의도치않게 해적이 되는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모르는 키드는 그저 오랜만의 성공을 기뻐하며 마다가스카르로 돌아왔고, 해적 로버트 컬리포드를 발견, 해적선을 사냥하는 원래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선원 대부분이 컬리포드 편에 붙고자 탈주, 모든 것을 뺏길 뻔 했으나 개인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해 자신과 충성파 몫의 노획물과 배 두 척 - 어드벤처 갤리와 어드벤처 프라이즈 - 를 지키는데 성공한다.


어드벤처 갤리는 이 시점에서 조선소가 해놓은 날림공사를 현장수리로 땜빵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해 쓸만한 부품들을 뜯고는 버려진다. 현대에 어드벤처 갤리를 찾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불신의 템페스타" 캐릭터에 맞게 자신을 만든 조선소에게 배신당하고, 주인에게 버려지고, 또 그 주인은 조국에게 버려지는 기구한 함생의 함순이이다.



어드벤처 갤리가 버려진 후 이야기:


키드는 자신이 현상수배 해적으로 지목된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도망자로 살기 보다는 위그당의 힘을 빌려 무죄방면 되려는 계획을 짜고 노획물을 숨기는 등 변호준비를 한다. 이 행동이 원피스마냥 보물을 사방에 숨겨대는 전설속 해적의 아키타입으로 변한다.


그러나 해적사건을 빌미로 키드의 투자자인 위그당을 압박하려는 토리당의 강한 의지로 인해 왕실이 발행한 해적 특별사면령에도 예외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등 일이 잘 풀려가지 않게 되며, 위그당도 키드를 토사구팽해서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된 꼴이 되어 교수형으로 사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