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휴일의 아침, 임플레커블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은 여느 때보다 더 일러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신께 드리는 기도가 지장없이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교회에 찾아온 이들에게도 안정을 취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여러 오해를 받곤 하다지만 자신의 직무는 어디까지나 수녀. 즉 신을 모시는 입장이다.

오늘 진행할 고해성사의 방문객은 로열 소속의 하우와, 그리고…

“어머, 당신이 직접 이곳을 찾아올 줄은 몰랐는걸. 지휘관.”

얼마 전 내가 비서함 역할을 했을 때는 은근히 피하는 것 같더니, 어쩐 일이람.

점심이 시작되기 전 시간-,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임플레커블은 배가 조금 고팠지만, 아직 수녀로서 행해야 할 일이 전부 끝나진 않았다.

“이상으로, 신께 올리는 기도를 마칩니다.”

성당의 늘 한적한 분위기는 언제나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론, 찾아오는 신도들이 너무 적은 것을 신이 본다면 당신께선 어떤 생각을 하실까… 신은 자비로우시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나는 기도실 한켠에 위치한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 오늘 찾아온 신도들에게 말했다.

“그럼 차례대로 들어오시길, 하우, 그리고…지휘관.”

가장 먼저 고해소 맞은편에 하우가 들어왔다. 그녀의 눈초리는 언제나처럼 날카로웠지만, 그것은 그녀가 언제나 신중하고 사려깊게 행동하기 때문인 것, 그러니 그녀를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 어린 양이시여, 어떤 죄를 지어 그 마음을 고백하러 찾아오셨나요?”

“…고민 떄문이야.”

…이곳은 엄연한 고해성사의 장소, 즉 자신의 죄를 고백하러 오는 장소일진데. 어째선지 언제부턴가 죄를 고하러 오기보단 자기 고민을 털어놓으려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었단 말이지. 그렇다 해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기도회에 참가하려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또 좋아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임플레커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떤 이야기라도 편견 없이 들어줄 것임을 다짐했다.

“요새 지휘관이 날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아무래도 좋은데. 임플레커블은 소리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구나.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아는 바가 있니?”

“최근 나한테 붙여진 이상한 소문 떄문인 것 같아.”

소문? 그녀에게 붙여진, 나쁜 소문 같은 것이 있었나? 임플레커블은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로는 그런 것은 없었다.

“그렇구나. 어떤 종류의 말들이었니? 험담? 혹은 누명 같은 것일까?”

“’패미전사 하우’, ‘여성인권을 위해 힘쓰는 하우’ 이런 것들인데.”

안 돼, 웃으면 안 돼. 너무나도 뜻밖의 대답에, 임플레커블은 폭소를 터트릴 뻔 했던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견뎌냈다. 그렇다면 가장 큰 고비는 넘긴 것이다.

“최근, 유튜버로도 데뷔했다는 악담이 들려서. 제목은 ‘앵커리지도 이해할 수 있는 패미니즘 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말야.”

임플레커블은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안 돼. 여기서 아주 약간의 웃음소리라도 새어나갔다간 고해소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할 뿐더러, 스스로의 명예를 걸고서도 안 될 일이었다.

“그, 그렇구나, 그렇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아닐까 생각해. 하우, 네가 생각하기에 네 평가는 어떻니?”

“나에 대한 평가? 음…그렇게 말하니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네…여성 인권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다들 사이좋게 지내는 것 아닐까? 나는 구축함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또 지휘관이랑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그렇다면 주변 악담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응, 하우 당신은 언제나 성실하게 해야 할 일을 해주고 있는걸.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해. 오해는 언젠가는 풀어지는 것이니까.”

“그, 그렇구나. 이야기 고마워. 어쩐지 응어리가 조금 풀어진 기분이야.”

“그렇다면 다행이야. 만약 또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돼.”

하우가 떠나고 나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다. 지휘관 당신이겠지. 임플레커블은 얼얼한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다시금 신께 기도를 올렸다. 내가 이 고해를 절대로 발설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그냥 잊어버릴 수 있기를.

“그럼 어린 양이시여, 어떤 죄를 지어 그 마음을 고백하러 찾아오셨나요?”

“정말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것 맞지?”

응, 역시 지휘관의 목소리다.

“그래. 여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여기에서만의 일. 나는 아무 것도 듣지 못할 것이며, 신께서만 아실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도 돼.”

“…최근, 비서함이었던 아이와의 관계가 신경쓰여서.”

“비서함과의…관계 말이야?”

“응, 최근에 내 옆에서 비서함 역할을 해 줬던 아이가 있거든. 평상시에는 어느 성당에서 수녀 역할을 하고 있어서, 자주 보기가 힘들지만 며칠 전에는 운 좋게 얼굴을 볼 기회가 있었어. 갑작스럽기도 하고, 또 내가 긴장하기도 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도 못하고, 내 대응도 우스꽝스러웠지만…그 일 때문에, 날 싫어하게 된 게 아닌가 걱정이 됐어.”

“……”

안 돼, 미소짓는 걸 참을 수가 없어…

임플레커블은 귀까지 새빨개져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반대편에 있는 지휘관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여기 고해실이라며! 어떤 고민이든 들어주는 곳 아니었어?”

임플레커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킥킥 웃으며 미닫이문을 열어버렸다.

“그치만, 너무 터무니없는 고민을 말해 버리니까…! 아이, 이러다 신께 혼나는 것 아닌가 싶어.”

“나름대로 고민 오래 하고 털어넣으러 온 건데.”

“이런 이야기,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걸 여기까지 가져오다니, 역시 당신답다 싶어. 그렇다면 안심해. 그 비서함은 당신이 조금 어색하게 대응했다는 것 정도로는 절대 오해하지 않아.”

“……”

“그렇지만 역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그래야 당신의 욕망과 그 아이의 욕망. 그게 서로 일치하는 것인지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을 테니까. 설마 겁먹지는 않겠지.”

“두 번은 안 그래. 실수하는 건 한 번만으로 충분해.”

“그렇다면 좋아. 시간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마 이 고해성사 시간이 끝나면, 밥 먹으러 갈 시간 정도는 있겠지…학교 강당에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임플이가 음탕한 아이라고 너무 음해를 받는 것 같아서 써봤음

아마 어딘가엔 순수한 면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