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임편

1일차 오전 오후



차가운 물속.


느껴지는 것은 그저 캄캄한 어둠과 차가운 감촉


깊게, 더 깊게 빠져가기만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라앉는건-



"삐비빅, 삐비빅."


잠에서 깨어났다.


"...으?"


눈을뜨니 다행히 심해 한가운데 가 아닌, 지휘관실 내 침대 위였다.


...다행히, 꿈이었구나.


"..."


감상에 젖는것도 잠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겼다.


"...무겁네 몸이."


머리도 조금 어지럽고, 몸도 무거운걸 보니. 몸살인가?


"얘들이 알면 큰일이겠는데?"


주로 론이라던가, 그로세 라던가, 아니 다 개발함들이네.


개발함이라...아.


"...생각해보니. 좀 있으면 슐츠가 오니, 약이나 하나 들고 와달라고 할까."


그리고 단말기를 들려고 일어나자, 머리가 핑하고 돌았지만, 다행히 중심을 잡고 단말기를 집은 뒤, 침대에 걸터앉았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탈칵.


'음. 지휘관? 무슨일이야? 아직 업무시간은 멀었잖아? 혹시, 내가 보고싶기라도 한거야 후훗?'


"어. 지금 좀 와줬으면 하는데."


'...어? 뭐라고?'


조금 당황한 것처럼 들리는 슐츠의 목소리를 뒤로 나는 용건을 전달했다.


"내가 지금 몸이 안좋아서...올때 아카시에게 몸살약 하나만 사서 와줘...나중에 공금 처리해줄께..."


'...아아. 난또..? 잠깐만 몸살?'


"으...큰소리 치지마. 머리아파..."


머리 울려...


'...지금 갈께. 가만히 누워있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그냥 약먹고 좀 쉬면 나을텐데. 약좀 사 와줬으면...


"...잠깐만. 방범장치 안꺼놨지 않았나."


원래는 일어나면서 끄는데. 오늘은 상태가 이래서 아무것도 못했지.


"씁..."


천천히 기둥을 잡고 일어나 문쪽으로 다가가 단말기에 손을 대었다.


'침입시도 횟수 0번'


띠롱.


'해제되었습니다.'


"됐.."


핑.


아 조졌네. 이거 쓰러진다.


눈앞이 마치 소용돌이 치는 파도처럼 흔들리더니, 이내 정신을 잃었다.


문밖에 누가 뛰어오던데. 슐츠인가?




다시한번 꿈을 꿨다.


다시한번 물은 나를 삼켰지만. 이번에는 차갑지 않았다.


따뜻하고 포근한 물이 보드랍게 날 감쌌고.


이내 조용히 노래를 들려주었다.


꿈속인것을 알면서도, 나는 다시한번 잠을 청했다.




머리가 차갑다.


나 뭐하고 있었더라.


아 맞다. 방범장치 끄려다가...


"!"


"깜짝아. 지휘관, 누워있어."


눈을 뜨자마자 들려온 목소리는 슐츠. 내 비서함이었다.


"..슐츠?"


"네네. 지휘관이 부른 슐츠야. 참 손이 많이 간다니까?"


기억이 조금 흐릿하다.


분명 내가 방범장치를 해제하고 거기에 쓰러지지 않았던가?


"궁금해 하는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지휘관은 내가 옮겼어. 뭐, 의장을 쓰니까 되더라고."


나중에 사유서는 써야겠지만. 그렇게 말을 맺은 슐츠는 내 머리위의 물수건을 가져간 뒤, 다시 물을 적셔 올려주었다.


"참고로, 비서함 업무중에. 지휘관이 병중일때, 수발드는것도 있어서 하는거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난 아무말도 안했는데?"


내가 뭔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눈빛이 이상하잖아. 눈빛이. 약은 내가 챙겨놨으니. 식후 30분 간격으로 줄께. 신경쓰지마."


"고맙다?"


그러자 슐츠는 코웃음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그럴때는 끝에 안올리고 그냥 '고마워 슐츠.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하면 되는거라고."


"요구사항이 좀 긴거 아냐?"


"병수발 들어준거 정도면 충분한거 아냐?"


"씁."


할말은 없네.


그렇게 잠시 물수건을 짜는 소리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가득했다.


"아프지 마, 지휘관."


그랬기에. 조용했기에 아마 슐츠의 목소리가 들린것 일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조금다른 목소리. 조금더 걱정이 담긴 목소리에


"아플꺼면. 내가 비서함으로 있을때만 아파. 나에게 무릎꿇을 때 까지는 건강하라고."


"..안꿇고 조금 아프면 안될까."


"지휘관. 물양동이는 이쪽에 있는걸 잊지마. 특히 언제든지 엎을 수 있다는것도."


"옙."


나는 장난이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너가 계속 비서함이면 아파도 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삼킨체


"오전업무는 내가 다 처리해 놨어. 다른 애들에게는 미리 전달해 놨고."


"역시 유능한 비서함이라니까."


"이건 빚으로 달아놓지 않을꺼니 감사하라고 지휘관."


"예예, 감사합니다 슐츠씨."


"훗."


이걸로 기분이 좋아진거냐.


"오후 업무도 내가 처리할테니, 지휘관은 쉬라고."


"음. 그건 좀 미안한데."


"하,미안하면 그냥 나중에 사과파이나 만들어줘. 그거면 충분해."


사과 파이라...


"추우니까 사과차는 어때?"


"그거 상큼해?"


"상큼하고 달달하지."


"기대할께. 지휘관."








나는!!!왜!!!아플때!!!간호해주는!!

슐츠!!!!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