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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보지! 제정신을 차렸다면서!?"


평소처럼 저렴한 농담을 던지면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을 때.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앵커리지가 조신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루아침에 영상과 영하를 넘나들며 급변하는 날씨 때문일까.


앵커리지가 달라졌다.







"어, 저....."


지휘관이 어색하게 말문을 틀자, 앵커리지가 수줍게 웃었다.


"괜찮아요, 지휘관님. 편하게 대해주세요."

"아, 음....나를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구나."

"후후후... 지금은 지휘관님이 맞잖아요?"


앵커리지는 평소 그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앵커리지는 그를 지휘관이라 불렀다.


지휘관은 머리를 긁적였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따라가기가 조금 벅찼다.

앵커리지는 설계에 문제가 있어서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

순하디 순한 앵커리지의 성격의 이면에는 인격 형성 지장이라는 암울한 현실이 있었다.


"우선, 축하해."


지휘관은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앵커리지는 배시시 웃으며 답한다.


"......네."

"정말 축하할 일인데, 음....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 놀랐어. 미안해."


앵커리지는 어떤 전조도 없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때문에 지휘관은 담담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조금 허둥거렸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음, 검사는 받아본 거야?"

"네."

"이전의 기억은?"

"전부 기억해요. 지휘관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이 저를 얼마나 아껴주셨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다행이네."


기억은 양호하고 정신의 불안정은 고쳐졌다.


'불안한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경사였다.


"오늘을 앵커리지 특별 생일로 지정할까?"

"네?"

"경사스러운 날이잖아. 간단하게나마 모두와 함께 파티를 열자."

"아....."


앵커리지가 머뭇거렸다.


"왜? 혹시 조금 혼란스럽거나, 부담스러워?"

"저기....."


앵커리지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며 머뭇거렸다. 지휘관은 걱정이 돼서 진지하게 묻는다.


"괜찮니? 아니, 괜찮아?"


저도 모르게 평소의 앵커리지를 대하듯 대할 뻔했다. 하지만 앵커리지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지휘관님, 저 부탁이 있어요."

"응?"

"파티는 단둘이.... 될까요?"

"단둘이?"


앵커리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휘관은 그런 그녀의 태도를 유심히 살피다가 웃음을 흘렸다.


"물론이지. 둘만의 데이트, 당장 준비할게."

"네!"






"지휘관."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누군가 찾아왔다.


"아, 치칼로프. 무슨 일이야?"

"앵커리지는?"


치칼로프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앵커리지는 없었다.


"방에서 옷 갈아입고 있을 거야. 왜 불러줘?"

"아니, 잘 됐네. 앵커리지의 상태 말인데."

"응?"


치칼로프가 조사한 결과를 말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지휘관의 눈동자가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빛을 조금 잃었다.


".....그렇게 됐어."

"그렇구나."

"내가 뭐 도울 일은 없을까?"


치칼로프가 연민이 담긴 눈빛으로 지휘관을 보았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응. 그래."


치칼로프는 더 말하지 않고 어깨를 토닥이고는 떠났다.

나갈 때 그녀가 문 옆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그게 누구였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앵커리지가 문을 노크했다.


"지휘관님. 죄송해요. 저.... 못 참고 모시러 왔어요. 들어가도 될까요?"

"지금 나가."


지휘관은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자 앵커리지가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셨어요."

"응. 갈까?"

"네!"


앵커리지가 그의 팔을 껴안으며 달라붙었다.

은은한 포도향과 함께 푹신하고 보드라운 젖이 그의 팔을 꾹 압박했다.


"앵커리지의 찌찌 파괴력이 대단하네."

"말랑말랑한 걸 좋아하시죠, 지휘관님은."


앵커리지가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팔을 더 꼬옥 껴안으며 가슴의 무게를 더했다.


"...응. 엄청 좋아해."


지휘관은 웃으면서 앵커리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평소의 습관이었다.


"아, 미안. 싫었을까?"


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앵커리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앵커리지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뇨, 평소처럼 대해주셔도 돼요. 아니... 그렇게 해주세요."

"....응."


앵커리지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녀는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예전처럼 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휘관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


"아, 지휘관님!"


밖을 걷고 있을 때 앵커리지가 어떤 상점을 가리켰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같이 드실래요?"

"응."


지휘관은 가게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점원일을 하고 있던 북련의 함순이가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자, 맛있게 먹어라!"

"감사해요."

"고마워."


아이스크림을 산 다음에는 당연하게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앵커리지는 팔짱을 낀 채 떨어지지 않고 그의 옆에 꼭 붙은 채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묻혀가면서 먹었다.


"이런 면은 평소랑 같네."


지휘관이 손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듯 뺨과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내고 그것을 빨아먹었다.

만약 다른 함순이들이었다면 그 함순이가 지휘관의 손가락을 빨거나, 지휘관이 핥아먹은 다음에 야시시한 분위기가 연출됐을 거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평소와 같았다.


"여러모로 챙겨줘야 하는 점이."

"후후후. 적응하기 어려우니까요."

"......"


지휘관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다음에는 뭐가 하고 싶어?"

"음, 다트는 어떨까요?"


앵커리지가 가리킨 건 워싱턴과 노스캐롤라이나가 운영하는 다트였다.


"오오, 자세가 꽤 잡혔는데?"

"자, 그럼 과연 몇 발이나 맞출지!!"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앵커리지의 모습에 노스캐롤과 워싱턴이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턱- 턱텁턱턱-


"아앙~ 잘 안 되네요. 이건 성격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인가 봐요....."


앵커리지는 정중앙은커녕 가장자리를 맞추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다트는 벽을 만난 바람처럼 다트판을 앞두고 완만하게 좌우로 휘는 기이한 묘기를 선보였다.


"후후후, 그럴 수도 있지. 너무 기죽지 마."

"맞아맞아. 다시 도전해볼래? 상품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구~"


노스캐롤이 위로하고, 워싱턴은 위로하는 척 도발했다.


"이번에야말로....!! 에잇!"


앵커리지는 지휘관의 돈으로 재도전했고, 다시 참패를 겪었다.


"고마워 호갱...아니, 고객님!"


워싱턴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앵커는 축 처진 채 발걸음을 옮겼다.


"우... 죄송해요. 2등상품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는데."

"내 돈으로 말이지."

"그건...."

"농담이야. 날 위해 애써줘서 고마워."

"......"

"......"


묘한 침묵이 돌았다. 앵커리지가 묘하게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사실 아까 다트를 던질 때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보였다.


"잠깐 앉아서 쉴까?"

"네."


벤치에 앉아서 저편을 보니, 노란 석양이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날이 좋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어제까지만 해도 엄청 추웠는데."

"밤이 되면 조금 쌀쌀해질 것 같아요."

"아, 며칠 뒤에 다시 한파가 시작되나."


두 사람은 사소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럴수록 지휘관은 조금씩 조급해졌다.


"저기, 앵커리지."

"네."

"....그냥 모르는 척 할까 했지만, 역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


앵커리지가 침묵했다. 그러나 지휘관은 기어코 입을 열었다.


"앵커는.... 이미 알고 있는 거지?"

"......"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부터 느꼈어. 일부러 뺨에 묻혔지."

"......"

"다트도 일부러 빗나가게 했고."


앵커리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투를 제외하면 모든 게 평소랑 다르지 않았어. 왜..... 왜 그런 거야?"


지휘관이 앵커를 바라봤다.


"오늘 하루잖아. 오늘... 아니,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기껏 정신을 차렸는데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싶지 않아?"

"......"

"앵커리지."

"저는...."


앵커리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바로 잇지는 않고 입을 살짝 벌린 채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석양의 붉은 그림자와 슬픔의 하얀 그림자가 드리웠다.


"깨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정신일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고."

"그러면 더더욱... 이 시간이 소중하지 않아?"

"소중해요."

"....."


지휘관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평생을 불안정한 정신으로 살아왔다.


"만약 내가 그랬으면, 난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하면서 보냈을 거야. 내 천재성을 뽐낸다거나."

"그럴 수도 있었을 거예요."


앵커리지는 부드러운 투로, 마치 목소리를 물에 흘려보내듯 은은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어째서?"
"지휘관님이 달라진 저를 기억하실 테니까요."

"뭐......?"


앵커리지가 그의 손에 손을 얹고, 그 손을 꼭 쥐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지휘관은 앵커리지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아까는 앵커리지가 슬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앵커리지는 슬퍼하지 않았다.


저 감정은 대체 무얼까?


지휘관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앵커리지의 감정은 그의 인지를 벗어나 있었다.


"저는 이대로면 돼요. 이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저는 평소의 저로 살아가는 시간이 훨씬 기니까요."

"그게 무슨..... 앵커리지. 오늘 하루만이야. 오늘 하루만이니까 더욱 이 순간을...."

"지휘관님은 정말로 저를 소중히 여겨주시네요."


앵커리지가 처음으로 진짜 슬픔을 보였다. 촉촉해진 눈망울에 슬픔과 아련함, 그리고 기쁨이 함께 맺혔다.


"지휘관님이 저의 감정을 생각해주시는 건, 저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해주시기 때문일 거예요."

"맞아. 앵커를 사랑하고 아껴. 그래서 하는 말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오늘 하루는..."

"죄송해요 지휘관님. 저는 지휘관님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무슨.....?"


앵커리지가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키스했다.

부드럽고, 촉촉하며, 또 따스한 입술이었다.


"죄송해요.... 이러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앵커리지....."


입술이 떨어졌을 때, 앵커리지가 미소를 지었다.


"반나절은 찰나에 불과해요."

"......"

"하지만 그 찰나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떠올려야 하는 기억이 될 수도 있어요."


지휘관이 미간을 오므렸다.


"잠깐만, 그 소리는...."

"저는 저 자신보다, 지휘관님의 감정이 중요해요. 저는 지휘관님을 사랑하니까."

"너....."

"제가 정신을 차리고,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인다면, 지휘관님은 그 모습을 평생 기억하시려고 할 거예요."


지휘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저는 평소에 그러지 못해요. 저는 어수룩하고, 약간은 바보 같은 아이니까요."

"......"

"오늘의 저와 평소의 저의 격차가 적을수록, 지휘관님도 덜 아파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앵커리지는 자신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 지휘관이 슬퍼하지 않도록 일부러 평소 흉내를 냈던 것이다.


"너.. 그런 이유로...."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앵커리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드문 일이었다.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이유에요."

"......"

"지휘관님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 이상으로, 저도 지휘관님을 사랑하니까요."

"아....."


지휘관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이인 줄만 알았다.

평생 아이인 줄만.....

계속 아이인 상태 그대로일 거라고......


"제 정신 속은 복잡한 큐브 퍼즐과 비슷해요."


앵커리지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제 정신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진 채거든요. 그걸 순서에 맞게 조합하지 못해서 정신에 균열이 생긴 거고요. 그걸 원상태로 되돌리려면 큐브를 맞춰야 해요."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앵커리지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평소의 저는 큐브를 맞출 실력이 안 돼요. 왜냐하면.... 그 규칙과 법칙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너는 절대......"

"나의 지휘관님."


앵커리지가 지휘관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가슴에 그의 얼굴을 묻었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의 굴곡을 따라 눈물이 흘렀다.


"제가 정신을 차린 건 우연과 기적이 합쳐져서 일어난 일이에요. 아이가 어쩌다 보니 큐브를 맞춘 것과 같아요."

"앵커리지....."


앵커리지가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아요. 고장난 시계도 두 번은 맞는다고 하잖아요?"

".....!"

"전 이제 한 번만 정신을 차렸을 뿐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장난 시계가 맞을 날이 올 거고요. 그렇게 믿어요. 왜냐하면, 이미 한 번 일어난 일이니까요. 확률은 정직하거든요.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


확률은 정직하다.


"오늘은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라 대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음, 또 그 다음이 온다면....."


앵커리지가 그의 뒤통수에 키스하며 말한다.


"언젠가는 제 스스로 큐브를 맞출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지금은 안 되는 거야?"

"네. 느슨하거든요. 큐브의 조각들을 꽉 붙잡아둘 힘이 없어요. 아마... 곧 변할 거예요."

"아아....."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휘관은 할 수만 있다면 소리를 내어 엉엉 울고 싶었다.

그러나 앵커리지는 울지 않았다.


"제가 한 말을 잊지 말아주세요. 오늘이 끝이 아니에요."

"응. 기다릴게.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게."

"후후후... 제 존재 자체가 지휘관님에게 깜짝 선물이 되는 셈이네요. 이런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앵커리지.... 사랑해. 정말로."

"...저도요."


지휘관은 그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앵커리지가 다시금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쓰담쓰담... 선생님. 착하지, 울지 마. 앵커리지도, 안 울어.... 웃자, 응."

"......!"


그를 부르는 호칭이 변했다.


지휘관은 잠깐 동안 침묵했다. 하지만 곧, 그는 음탕한 손놀림으로 앵커리지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젖탱이에 눈을 비비면서 젖탱이방구를 뛰었다.


"푸르르르르릉~"

"우웅..... 싫어. 그거."

"미안, 싫었어?"


지휘관이 고개를 들며 웃었다.


"말랑말랑한 게 좋아서. 앵커리지가 말랑말랑해서."

"말랑말랑... 선생님, 좋아해...?"

"응. 엄청나게."

"....너무 좋아해서 침 흘렸어?"

"그러게 먹고 싶었어."

"안 돼. 앵커리지는.. 먹는 게 아니야."


앵커가 난색을 표했다. 지휘관은 웃음을 터트렸다.


"....선생님. 울어?"

"아니, 안 울어. 웃는 거야, 앵커리지. 난 웃고 있어. 그렇지?"


지휘관은 미소를 지었다.


"....."


앵커리지가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본다.

앵커리지는 순수하고 맹하지만,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아이가 부모의 감정에 예민한 것처럼 말이다.


지휘관은 마음 깊은 슬픔조차 내보이지 않기 위해 웃었고, 또 다른 감정을 억지로 끌어 올리며 그 슬픔을 뒤덮었다.


"응... 안 울어.. 장하다, 장해."


앵커리지가 지휘관을 쓰다듬었다. 지휘관은 피식 웃으면서 앵커리지의 머리를 마주 쓰다듬었다.


"에엣, 나도 같이 쓰담쓰담 공격이다."

"웅... 질 수 없어...!"


앵커리지가 함박 미소를 지으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지휘관은 그녀의 미소를 보며 더더욱 철저하게 감정을 관리했다.


'아, 이런 거였구나.'


그녀의 눈에 슬픔이 비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마음 속 깊고 깊고 더 깊은 곳으로.


지휘관은 그곳에서 또 하나의 앵커리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 앵커리지."


시간이 지나, 지휘관이 복도를 지나가는 그녀를 불렀다.


"아......"


앵커리지가 이쪽을 보며 환히 웃었다. 그리고 인사를 건넨다.


그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선생님일까, 지휘관일까.


어쩌면...


그녀는 일부러 선생님이라고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완벽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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