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 있는가? 나의 반려여.

아마도 이 편지를 읽는다면 놀랐을지도 모르겠구나.

이런 식으로 편지를 남기는 것은 나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라 여겼을 테니까.


그러나 본디 나는 천민 따위는 감히 우러러보지도 못할 존재, 백룡이니라.

불필요한 부분까지 나에 대해 알아버린 너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이명이겠지만.

지난번에도 한 곡을 들려 주었듯, 나의 재주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채롭다.

짧은 글귀를 남기는 것쯤이야,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


설마, 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 테지?


흠칫 했다면 반성하거라.


네가 나를 알듯.

나도 너를 안다.


...네가 장난질을 좋아하지만 않았어도 직접 만나서 해줄 이야기였거늘.


아무튼.


지난날, 너와 나의 취향이 잘 맞는다는 것을 보았다.

연주를 들을 줄 아는 너의 모습에, 나도 흥이 나서 몇 곡을 연달아 들려주었지.

너와 나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나 너의 무례함도 잊지 않고 있다.

감히 내가 연주에 심취한 동안 칼을 훔쳐 달아났지.

그리고는 내가 어쩔 줄을 몰라서 엉엉 우는 걸 구경하고만 있었다.

이 못 난 것.


내가 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면서.

너는 그런 나의 마음을 조롱하며 농락했다.

칼을 빼앗고, 내가 당황하는 걸 보며 즐거워했지.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으나

너와는 여지껏 통한 정이 있기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지.

나와 취향이 이렇게 잘 맞는 자는 찾기 쉽지 않으니까.


기뻐하도록 해라.

감히 나를 거스르고도 살아있는 자는 많지 않다.

어쩌면 네가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뭐.....

그만큼 너를 높이 사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너 같은 애송이가 나를 다룬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기백도, 어떠한 독기도 느껴지지 않아 너의 그릇이 작다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인정한다.

내가 틀렸다.


너는 틈만 나면 칼을 훔쳐가는 변태지만, 훌륭한 지휘관이었고.

조금만 방심하면 칼을 훔쳐가는 변태지만, 다정한 전우였으며.

호시탐탐 날 괴롭히려고 하는 변태지만, 신뢰하는 벗이었다.


나는 타인을 우습겨 여겼지만 네놈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아군을 돌아보지 않았지만 네놈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네놈은 그러지 않았다.


본디 나는 이러한 사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승세가 꺾였던 여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떤 동료도 낙오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또 그것을 해내며.

여러 동료들을 아끼고 보살펴주며, 그로 인해 존경 받는 널 보며.

나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겠구나.


오늘은 내 방을 청소해봤다.

평소의 나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건 적을 단칼에 베어 죽이는 것과는 종류가 다른 쾌감이었지.

그건.....


.....


방이 정리된 다음, 먼지 한 톨도 없이 깔끔해진 방을 둘러보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방안은, 옅은 노란색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한 마디로, 평화로웠지.


예전에 나는 이런 말을 절대로 꺼내지 않았을 거다.

평화라니. 우습기 짝이 없는 말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느낀 적이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곡을 연주하고, 네가 나의 연주를 음미하는 그때 느낀 감정이.

내 손으로 직접 청소한 방을 둘러볼 때와 같았다.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예전에 나는 그 사소함을 느끼지 못했다.

....너와 몸을 섞을 때에도 그랬지.

나는 그저 즐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새로운 마음을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지.

하여, 나의 벗이자, 나의 반려여.

정월을 앞둔 이 밤, 너에게 나를 바친다.



백룡 하쿠류가.]




"후.... 이만하면 되었겠지."


하쿠류는 다 적은 편지를 곱게 적어 편지지에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편지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편지를 읽은 지휘관이 방으로 오는 타이밍에 맞춰 웃옷을 벗는 것이었다.


'분위기 있는 하룻밤이라.'


하쿠류는 자기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흘렸다.

본디 그녀는 본능에 충실했다.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빼앗고 싶으면 빼앗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을 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과거에서 벗어나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여러 함순이들이 지휘관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보다 더 깊은 관계를 맺길 원했다.


"이제 칼을 가지고.... 어?"


하쿠류는 옆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그러나 칼이 없었다.


"어어? 내 칼..! 내 칼이..!?"


분명 옆에 뒀다. 방금까지도 옆에 있던 기척을 느꼈다. 그런데 대체 어디로...


"이히히히히."


익숙한 웃음소리. 하쿠류는 당장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네 칼은 내가 접수한다. 괴도 지휘관."


지휘관이 칼을 들고 도망쳤다. 당당하게 선전포고까지 하면서.


"이...!! 야!!!"


하쿠류도 벌떡 일어나 지휘관을 쫓았다.


"돌려줘!! 돌려줘어어어어!!"

"돌려받고 싶어? 그러면 다리 벌리고 보지똥꼬 벌렁거리면서 지휘관님의 극대자지로 백룡 하쿠류의 보지를 엉망진창 핑크크림파이로 만들어주세요~ 라고 해."

"너..! 너어어어어...!!!"


하쿠류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지휘관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칼이 없이 때문이었다. 그녀는 칼을 가지지 못하면 힘이 빠지고, 마음이 약해졌다.


칼은 나의 영혼이고, 나는 칼의 영혼이기에.


"어서 안 하면 칼은 영영 못 돌려 받을 텐데~~"

"히, 히이이이이잉..."


결국, 하쿠류는 울음을 터트렸다.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손을 뻗고 외친다.


"돌려주세요오오오.... 보지를 드리라면 드릴게요..! 제 젖탱이에 하얀 정액을 마구 뿌려도 되요 제발....!"

"옳지옳지. 그럼 복도에서 펠라부터 할까?"
"흑.. 그럼 칼 돌려주시는 거예요..?"

"물론이지, 자...."


지휘관이 멈춰서 바지를 내렸다.

하쿠류는 그의 자지를 잡고 울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오옷...! 날이 갈수록 실력이 좋아지잖아..! 이 음탕한백룡..!"

"그건.. 지히간이 자꾸 시키니까.... 츄오오옵츄보오오옵-"


입에서는 츄왑츄왑거리는 천박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보지는 점점 젖어들어갔다.

이윽고, 입안 가득 쏟아진 정액을, 하쿠류는 맛있게 삼켰다. 그리고 벽을 짚고 서서 엉덩이를 쭉 내밀며 보지를 내밀었다.


"칼을 돌려받고 싶으면 어떻게 말해야 한다고?"

"히이이잉... 정월을 앞둔 이 밤, 하쿠류의 허접한 보지를 마음껏 사용해주세요오....!"

"오냐. 이래야 하쿠류지."


지휘관이 자지를 쑥 넣는다.

하쿠류는 앙, 하며 신음을 뱉었고 곧 오고곡 거리는 천박한 연주를 시작했다.


신년을 앞둔 날 밤 모항의 복도에 두 사람의 연주가 울려 퍼졌다.




하쿠류의 편지만이 텅 빈 방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




벽람 그림, 단편문학 모음 - 벽람항로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