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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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과연 협력할까요?"


긴급 회의를 마치고 그들이 떠난 방에서 벨파스트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겉으로는 협력하는 척 하겠지만 뒤에선 다른 꿍꿍이를 꾸밀거야. 다른 것도 아니고 하인한테 받는 '서약'이니까."


"그렇다면 폐하, 모든 정보를 공개한 저희가 불리한 싸움이 아닐런지요?"


걱정하듯 묻는 벨파스트를 보며 난 조용히 웃었다.


"저들에게 우리가 내준 정보는 중요할지 몰라도 우리에겐 내버려도 되는 정보나 상관없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벨파스트를 뒤로 한채, 난 책상으로 가서 서류 뭉치 하나를 들고왔다. 내가 들고온 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본 벨파스트는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그건 메이드 관리일지 아닌지요?"


그 후, 잠시 생각을 하던 벨파스트는 내 의중을 깨달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본 나는 관리일지를 펼치며 말했다.


"어차피 정보전이라면 전 숙소를 관리하는 메이드대가 있는 우리가 매우 유리해. 게다가 하인 전담 메이드는 누군가 반드시 붙어야하니까 하인에게 뭔가 일이 있거나 반지의 주인을 유추할 힌트 따위는 눈 감고도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거지."


"과연, 그래서 폐하께선 그렇게나 당당하게 패를 공개하셨던 것이군요. 저들에게 정보전은 수 싸움이지만 우리에겐 시간벌이용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과연 벨파스트, 메이드장 답게 내 의중을 잘 파악하는걸?"


"과찬이십니다."


내 칭찬에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예를 표한 벨파스트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는 듯 내게 물었다.


"허나, 이 사실은 저들도 알고있는 것이 아닌지요? 만약 그들이 메이드대의 출입을 금지하면 어쩌실 생각이신지?"


"아니, 저들은 그러지 못해."


확신에 가득찬 내 말에 벨파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난 그 이유를 벨파스트에게 말해주었다.


"아까 가슴만 큰 허당이 뭐라고 했어.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저들에게도 우리의 정보는 필요하다는거지. 정보전에서 제일 빠른게 우리란 사실을 깨달은 시점에서 우리의 정보를 빠르게 얻는 쪽이 앞선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 저들이 우리 정보 없이 이 싸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러지 못해. 근 시일 내에 저들은 우리와 접촉을 시도할거야. 그러므로 우리는 저들이 원하는 정보와 저들이 몰라야 하는 정보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두어야 하는거지."


"과연, 군주의 혜안이십니다. 폐하."


난 벨파스트의 감탄을 들으며 조용히 홍차를 마셨다.


*


"...라고 그 꼬맹이 왕은 생각하고 있겠지."


숙소로 돌아온 나는 돌아오자마자 프리드리히와 티르피츠, 후텐을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셋도 진지하게 듣더니 이내 생각에 잠겼다.


"일리가 있군. 저들에게 정보전은 그저 한낱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니. 저들이 먼저 유용한 정보를 독점하고 나선다면 정보에서 불리한 우린 그냥 손놓고 지켜봐야 할 뿐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란다. 아가의 곁에는 필히 메이드가 한 명쯤 붙어다니니 말이야. 정보전에서 밀리는 건 감안하고 들어가야지. 게다가 저들은 우리가 어떤 정보를 받는지까지 알고 있단다. 고로 중요한 건 우리가 그들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낼 수 있냐는 것이지."


"언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셋은 다시 나를 바라보았고 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정보에서 불리한 우리가 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 문득 무언가 떠오른 나는 프리드리히에게 질문을 했다.


"데어세, 내일 지휘관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있나?"


"아가의 일정이라..., 분명 관내 시찰 및 점검 이후에 며칠 간 외부 일정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외부 일정, 경로가 어떻게 되지?"


내 말에 프리드리히는 뭔가 깨달았는지 조용히 미소지었고 그 미소를 본 나도 따라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정보전에서 불리하면 정보를 훔쳐오면 되는 것 아니겠나. 후후"


그 말에 그제야 내 의중을 깨달은 다른 두 사람도 '과연...그런 수가 있었군.' 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하겠다며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을 배웅한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


"흐응, 그 목석 같은 줄 알았던 지휘관이 말이지."


"그렇다니까. 새러토가 너도 허니가 그럴거라 생각이나 해봤어?"


내 물음에 새러토가는 고개를 저었고 방금 들어온 정보를 곰곰히 들으며 이글을 쓰다듬던 엔터프라이즈는 이제 어떻게 할 건지 내게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너희들을 불렀겠어? 자, 빨리 고민해보자고!"


"...하여간 너는 지휘관에 관한거라면 앞뒤 안가리고 달려나가는 그 습관부터 고쳐야할 듯 싶다."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엔터프라이즈를 보며 나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동요하는 주제에! 


나와 엔터프라이즈 사이에서 생각하던 새러토가는 현 상황을 차근차근 말하며 짚어나갔다.


"그러니까, 지휘관이 어디선가 서약 반지를 몰래 가져왔는데 누구건지도 모르고 들여왔다는 사실도 메이드장이 아니면 아무도 몰랐다 이거잖아? 그래서 회의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찾아내기로 했다는건데...무슨 수로?"


"그야 당연하잖아? 허니의 곁에는 메이드들이 붙어있다고! 메이드들을 넌지시 떠보면..."


내 말에 새러토가는 머리를 짚으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을 본 엔터프라이즈는 새러토가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듯 얘기했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뉴저지. 그정도로 간단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 문제는 진즉에 해결되고도 남았겠지. 그런데 반지의 존재 유무도 오늘 안 시점에서 그들이 정보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내줄까? 전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임을 아는 그들이? 그들에게 물어 본다면 분명 묵은 정보만 전달하고 중요하거나 새로운 정보는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저들은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얻고있는지까지도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보전에서 뒤처진 우리는 필히 이 전쟁에서 지고말겠지."


"내가 사관학교 시절에 그렇게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수업했건만, 다 잊어버린 모습을 보니 내 청춘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어."


"그럼 어쩌자고! 그렇다고 허니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내가 답답함에 머리를 싸매고 있자 새러토가는 잠시 어딘가 다녀오더니 종이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새러토가가 들고 돌아온 종이에 의문감을 표하자 새러토가는 웃으며 설명했다.


"이건 내일 지휘관의 일정이야. 마침 내일부터 외부 일정이 잡혀있어."


"그게 이번 일하고 무슨 상관이지 새러토가. 지휘관의 일정과 이번 일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만."


"글쎄 지휘관의 행선지를 보면 크게 상관이 있을거 같은데."


그렇게 나와 엔터프라이즈가 일정표를 들여다보았고 일정표를 쭉 살펴보던 우리는 새러토가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호오, 이건 예상치 못했군. 뉴저지, 너는 알고 있었나?"


"...아니, 나도 이건 몰랐어. 하지만 이건 결정적이네."


나와 엔터프라이즈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새러토가는 얕게 소악마스런 미소를 지었다.


"알았으면 당장 가서 준비해. 마침 호위 쪽은 우리가 맡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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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자기 전에 남들 모르게 하나 더 싸지르고 내팽겨쳐버리기!

다른 진영은 언젠가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