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azurlane/9602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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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쳐피쉬의 합류로 인해 뒤바뀐 전황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울프팩 작전은 사냥감을 기습하여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여 숨통을 천천히 말려 죽이는 방식. 허나, 동수의 상황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사슴이라도 큰 뿔을 이용해 늑대에게 반격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크윽!"


지금처럼 말이다. 나를 향해 직선으로 곧장 날아온 어뢰를 종이 한 장 차이로 가까스로 피한 나는 흐트러진 자세를 고치며 81과 47에게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흰 늑대, 현재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합류는 아직인가?"


"여기는 검은 늑대, 기뢰 제거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앞으로 10분 뒤 합류 예정이다."


10분?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쉴 틈 없이 날아드는 어뢰를 피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시간이다. 게다가 저들을 뿌리치고 지휘함을 따라가야 하는 우리와 달리 저들은 현상 유지만 해도 이득. 지휘함과의 거리가 벌어져 우리가 지휘함을 탐지 못하고 후퇴하면 대박이리라.


그렇다고 저들을 무시하고 가기도 애매한 것이 무조건 지휘관의 곁에는 유니온의 함선들이 존재할 터. 무시하고 쫓아갔다가 지휘함에 주둔하던 인원과 합류하면 역으로 당하는 건 우리일 것이다.


"비스마르크 언니라면..."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무언가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쳐피쉬의 깐족거리는 도발은 덤.


"뭐야, 벌써 끝이야? 철혈의 U보트 부대도 결국 한낱 장난감 신세네. 저번 연습전 때 나름 분전하길래 좀 기대했는데 실망인걸?"


그 깐족거림에 열받은 나는 곧장 음파 탐지를 통해 녀석의 위치를 파악, 그대로 어뢰를 쐈다. 물론 어뢰를 쏘았다는 건 내 위치가 발각되었다는 것이므로 역으로 날아온 어뢰를 피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만.


결국 이대로 끝인가. 비스마르크 언니 미안해, 이번 임무는 실패야. 그렇게 고개를 떨구자 의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눈매 장식을 단 의장이 오늘따라 왠지 슬퍼 보이는 듯 했다. 잠깐, 의장? 슬픔도 잠시 의장을 살피며 생각을 하던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101에게 간단한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흰 늑대. 붉은 늑대, 조금만 시간을 벌어주길 요망함."


*


"...반응이 없네. 벌써 포기한거야?"


내 말에 카발라는 재미없다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카발라의 모습에 작전에 집중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저들도 포기한 듯 싶고 별다른 대응도 없으니 이대로 시간이나 좀 끌어볼까? 그리 생각한 나는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음파를 발산했고 무언가 위쪽을 유영하는 것을 탐지했다. 물고기 떼인가?


"갑자기 물고기 떼라고? 어이쿠...!"


우측에서 날아온 어뢰를 피한 나는 카발라에게 어뢰가 날아온 방향으로 무차별 난사를 지시하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위에는 커다란 상어 같은 무언가 꼬리를 흔들며 유영하고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난 가까이 다가갔다.


"이 상황에 상어라니. 신기하...네?"


확인을 위해 부상를 하던 나는 곧이어 그것이 무엇임을 눈치챘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어뢰가 나를 덮쳤다.


"아쳐피쉬!"


카발라의 외침을 들으며 내가 본 것은 U-556의 걸려들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


성공이다! 정통으로 피격 당한 아쳐피쉬의 얼굴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상어와 비슷하게 생긴 의장의 모습을 이용하기로 한 나는 의장의 동력을 최대한으로 전개해 급부상을 실시, 그 후 수면과 거의 맞닿은 위치에서 동력을 끈 채 직접 수영을 하며 발을 움직였다. 물론 확실한 위장을 위해 선미에 달린 꼬리처럼 생긴 방향타도 흔들어주는 것은 덤. 덕분에 위장 전술은 확실한 효과를 보였고 그로 인해 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아쳐피쉬의 표정을 보았다. 하지만 아쳐피쉬는 금방 균형을 잡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야, 이거 한방 먹었는걸? 의장의 생김새를 이용해서 방심을 유도한 후, 곧장 기습이라. 꼭 참고해둘게."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웃는 아쳐피쉬의 얼굴을 보며 나도 똑같이 웃어주었고 그렇게 한참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거의 동시에 무차별 난사를 실시했다. 현재 위치에서 대응하기에는 수면에 가까워 피할 각이 적어지기에 나는 큰 원을 그리며 잠항을 시도하며 어뢰를 난사했고 아쳐피쉬 또한 내 노림수를 알았기에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잠항을 시도하며 반격했다.


그렇게 우리는 원을 그리며 잠항을 시도했고 우리의 무용은 서로의 어뢰가 동이 나며 끝을 맺었다. 연습용 통상 어뢰라도 전부 회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우리의 몸은 피격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하, 이제 지휘관도 충분히 멀어진 것 같네? 이대로 너희를 끝까지 붙잡아 둔다면 우리의 승리야."


그 말에 나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승리? 확실히 이대로 가면 지휘함을 놓친 우리는 지휘관이 누굴 위해 반지를 준비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돌아가야만 하겠지."


"그걸 알면 이대로 돌아가줄래? 어차피 이제 서로 어뢰도 없잖아?"


"그래, 나는 이제 어뢰가 바닥이 나긴 했지. '나는 말이야.' "


내 말에 아쳐피쉬는 무슨 뜻인지 몰라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고 이윽고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서서히 얼굴을 굳혔다.


"지휘관이 요새 즐겨보는 만화가 있는데 거기서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대사가 하나 있더라고?"


승리 선언을 마친 내 뒤로 어뢰 몇 발이 날아와 나를 지나쳐 아쳐피쉬를 정통으로 맞췄고 그 충격으로 기절해 가라앉는 아쳐피쉬를 붙잡은 나는 뒤늦은 승리 선언을 읊조렸다.


"작별이다, 최강. 내가 없는 시대에 태어났을 뿐인 범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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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47. 간만에 나온 임무인데 이런 잡일을 맡겨서."


내 말에 47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오랜만에 몸 쓰니까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쉴래."


그렇게 아쳐피쉬와 카발라를 대충 의장에 실은 47을 떠나보낸 우리는 지휘함의 위치를 확인했고 최속으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서둘러 지휘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우와..., 엄청 살벌해. 다빈치,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나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졌어..."


그렇게 말하며 돌아가려는 토리첼리를 보며 나는 말했다.


"돌아가고 싶은 맘은 잘 알겠는데 그냥 돌아가면 당분간 베네토 씨가 당분간 파인애플 피자만 먹이려고 하실걸? 그래도 좋다면 돌아가도 돼! 베네토 씨한테는 아~주 잘 말해줄게!"


그 말에 토리첼리는 슬그머니 내 곁으로 돌아왔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삼시세끼 그런 괴악한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건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최악이니까.


"으... 근데 지휘관은 어떻게 쫓아갈거야? 지금 출발하면 쟤네들한테 붙잡힐텐데?"


"걱정 마, 그럴 줄 알고 전투가 한창일 때, 라이온 짱을 보내뒀으니까. 덕분에 우리는 라이온 짱의 신호만 잘 파악해서 이동하면 된단 말씀!"


"오오옷!."


감탄하는 토리첼리를 재촉한 나는 조용히 라이온 짱의 신호를 따라 움직였다. 역시, 이 모항에 오길 잘했어, 인스피레이션이 끊이질 않는다니까!


*


한편, 모항 어딘가에 위치한 항구. 출항을 준비하던 벨로루시아와 강구트 앞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쿠, 이게 누구신가. 중앵의 항모 동지들 아닌가? 이 시간에 동지들이 여긴 어쩐 일이지?"


강구트의 말에 아카기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용건을 말했다.


"어쩐 일이기는요. 저희도 여러분들과 함께 동행하기 위해 왔을 뿐이랍니다."


"흠, 또 다른 동행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얘기인데. 동지들이 무슨 권한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걸 받아줄 거라 생각했다면 좀 실망이 큰 걸?"


벨로루시아의 말에 아카기는 입가에서 미소를 지웠다.


"원래는 이글 유니온에서만 병력을 차출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어젯밤 급하게 '현지 합류'라는 명목으로 급하게 인원이 추가되었더군요. 그럼 저희가 같이 동행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동지, 우리가 말한 건 정당한 이유를 대라는 말이었는데 동지들은 말뜻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보군?"


강구트의 날선 물음에 아카기는 카가에게 손짓을 했고 카가의 소매에서 무언가 등장했다.


"이건 우리 중앵과 노스 유니온의 임시 협약서 사본 입니다. 이거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런지요?"


그렇게 말한 아카기는 소매로 입을 가리며 자그맣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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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요일이 지나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열심히 캐르 하다보니 그만...

그래도 부족한 머리로 열심히 짜왔다. 용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