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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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검진 끝이에요. 지휘관님, 피로 수치가 생각보다 높게 나오셨는데 일이 많다고 안 주무시거나 그러시면 안돼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베스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나는 곧장 내 방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요즘 들어 피곤하다 싶더니 아무래도 잦은 추가근무를 강행한 것이 독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항의 중요 업무는 내가 아니면 돌아가질 않으니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그래도 무리하지 말라고 했으니 잠이나 잘까?


"...지휘관, 나야. 혹시 지금 자?"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눕자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브레머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아냐, 아직 안자.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브레머튼은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왔고 이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오밤중에 이리 급하게 찾아올 일이면 중요한 일인가?


"무슨 일이야, 세이렌이라도 나타난거야?"


누워서 손님을 받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브레머튼의 옆에 걸터앉은 나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브레머튼은 뭔가 고민하는 척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방금 베스탈이 지휘관의 피로 수치가 높다고 했잖아. 그래서 요새 잠을 못 자나 싶어서 잠들 때까지 곁에서 말동무나 해주려고 찾아왔지~."


그런 거였군. 아무래도 피로 수치가 높다는 말에 조금 걱정이 되었나보다. 브레머튼의 따뜻한 마음씨에 나는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고 내 웃는 모습을 본 브레머튼도 따라 웃었다.


"웃는 걸 보니 아직은 멀쩡한 거 같네! 그래도 힘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이 브레머튼의 상담소는 언제나 열려있으니까 말이지!"


"그래그래. 브레머튼의 상담소, 언젠가 꼭 이용하도록 할게. 그럼 잠들 때까지 말동무 해준다고 했으니까. 어디 대화나 좀 나눠볼까. 요새 뭐 재밌는 일 같은 거 없어?"


"들어봐, 요새 시애틀이 말이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브레머튼과 대화를 나누던 나는 점점 졸음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그걸 눈치챘는지 브레머튼은 이만 자기도 돌아가보겠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는 브레머튼을 배웅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앗,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돌아간다고 해봤자 방으로 돌아가는건데 뭐. 불은 내가 끄고 나갈테니까, 지휘관은 누워서 푹 잠이나 자."


그녀의 호의에 나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침대에 누웠고 눈을 감자 그대로 깊은 수마가 나를 덮쳤다.


*


"...지휘관 자?"


지휘관이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지휘관의 휴대폰을 몰래 들고 방을 나섰다. 물론 방의 불을 끄는 것도 잊지 않고! 대화하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꾸벅꾸벅 조는 걸 보니 그동안 피로가 엄청 쌓이긴 했었나보다.


"브레머튼, 물건은 잘 가지고 나온 것이지?"


"그럼, 내가 누군데! 상담 핑계로 지휘관을 재우고 들고 나왔지. 아마 내일까지 일어나지 않을거야."


그렇게 방으로 돌아온 나는 지휘관의 휴대폰을 살펴보기 위해 홈 버튼을 눌렀고 눈앞에 나타난 패턴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하지만 패턴을 복잡하게도 해놨는지 이내 5회 패턴 오류로 패턴 패널이 30초간 잠겼고 나는 분통을 터트렸다.


"지휘관, 의외로 보안에 신경을 좀 쓰네. 지문 인식을 쓰기에는 지휘관이 깰 우려가 있는데."


"뭔가 방법이 없는거야?."


볼티모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도 참, 도대체 뭘 숨기고 있길래 패턴을 이리 복잡하게 해놓은거야? 볼티모어와 나는 한참을 끙끙거리며 패턴 해제에 나섰지만 결국 다회 패턴 오류로 인해 패턴 인식이 잠겨버렸고 우리는 절망에 빠져버렸다.


"...비밀번호를 주인님의 생일로 한번 입력해보시죠."


실라의 말에 우리는 실라를 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메이드는 그런 우리를 보며 조용히 미소만 띄었다.


"실라, 그게 맞는지는 둘째치고 그 정보를 어디서 얻은거지?"


"예전에 주인님이 잠금을 해제 하실 때 몰래 어깨 너머로 보았을 뿐입니다. 한두 달은 족히 지난 정보지만 주인님께서는 사소한 것에 변화를 잘 주지 않으려는 분이시니 분명 바뀌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 말에 나는 곧장 지휘관의 생일을 눌렀고 잠금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홈 화면이 나타났다. 그에 우리는 한번 더 미심쩍은 표정으로 실라를 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은 사안이 급해서 그냥 넘어가겠다만, 나중에 잘 해명해야 할 것이다. 메이드"


볼티모어가 강하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라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 다른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볼티모어, 일단 잠금이 풀렸으니까 그건 나중에 해명을 요구하던가 하자. 일단 중요한 건 이거잖아?"


험악해질 뻔한 분위기를 해소한 나는 볼티모어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했고 우리는 천천히 지휘관의 휴대폰 속에서 반지의 주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 폰을 뒤적거린 끝에 결정적인 단서는 찾지 못했지만 몇 가지 추리할 만한 단서가 될 정보는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첫번째는 지휘관이 부모님과 모바일 메신저 어플을 통해 대화를 나눈 내용이었는데 적당히 간추리자면 슬슬 지휘관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소개팅에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지휘관이 현지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는 중이라고 대화한 내용. 두번째는 지휘관이 상관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파일이었다. 


첫번째는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두번째 단서는 통화 내용 중에 뭔가 중요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한 지휘관이 벨파스트에게 물어 자동 통화녹음 기능을 켜놓았다는 점을  실라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 묻는 볼티모어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주인님에 관한 모든 내용은 메이드대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면 다 아는 내용이랍니다. 의외로 주인님은 저희가 있다는 사실도 가끔 망각하곤 하시거든요. 덕분에 저희들은 주인님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런데, 반지의 유무는 몰랐다는게 말이 안되는데."


저희라고 주인님 곁을 영원히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라며 세상 순진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이드 대 애들은 다 저렇게 속을 알 수 없는 애들천지 인거야?


"아...아무튼 고마워. 이 정도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외부에 반지의 주인이 있다는 건 아닌 것 같네. 그럼 도대체 모항 내 누가 지휘관의 마음에 자리 한거지?"


최근에 연애 상담 같은 건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어중간한 정보만 획득한 우리는 좀 더 휴대폰 기록을 살펴봤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고 약간의 소득 만을 건진 채, 수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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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연참때리기!

조금씩 단서(?)를 획득하는 함순이들. 과연 반지의 주인을 찾아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