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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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g~. 빠바빠 빠빠 빠바빠빠 Good mornig~.'


귀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상쾌한 알람음에 눈을 뜬 나는 곧장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베스탈의 말대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까 몸도 마음도 말끔해진 기분이다.


"주인님, 일어나셨는지요?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곧장 나오시면 됩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실라의 목소리에 대충 옷가지를 챙겨 입고 식당으로 내려오자 고소한 버터냄새가 코끌을 찔렀고 적당히 빵과 곁들임 음식을 접시에 덜어 빈 자리에 앉았다.


"지휘관 좋은 아침~."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하며 다가온 브레머튼과 볼티모어는 곧장 내 옆에 앉았고 빵에 잼을 바르던 나는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아 맞다 브레머튼 고마워. 덕분에 어제는 푹 잘 수 있었어."


"히힛,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떠들며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실라가 따라준 커피를 마시며 일과 전 마지막 휴식을 즐겼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하네. 난 먼저 올라가서 준비를 마칠게. 지휘관 천천히 쉬다 올라오라고. 브레머튼, 커피 적당히 마시고. 저번에도 커피를 많이 마셔서 중요한 순간에 화장실에 갔잖아."


키득거리며 웃는 볼티모어에게 새빨개진 얼굴로 빨리 준비나 하라며 소리친 브레머튼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그...지휘관, 그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단 말이지? 그...그날따라 아침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아침을 걸렀더니 많이 피곤하더라고. 그래서...그래서...!"


얼굴 뿐만 아니라 귀와 목까지 새빨개진 브레머튼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더 놀리면 그녀가 삐질 것 같아서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고 나의 그런 반응에 브레머튼은 살짝 흠칫하더니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가끔 졸리면 아침밥 거를 때도 많은 걸? 물론 그 때문에 가끔 벨파스트한테 잔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우으, 지휘과아안."


그렇게 난 한참을 울먹이는 브레머튼을 달래주었고 이내 마음이 진정됐는지 브레머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활기를 되찾았다.


"좋아, 오늘도 열심히 일해보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선 브레머튼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난 미소를 지으며 브레머튼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영차. 지휘관, 보기보다 힘이 좀 좋네. 요새 뭔가에 열중하나봐?"


"오, 역시 브레머튼. 요새 운동을 좀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


"호오, 운동을..."


그리 중얼거린 브레머튼은 내 몸 이곳저곳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한지 3일 밖에 안되서 뭔가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을텐데? 그렇게 한참을 더듬거리던 브레머튼은 정신을 차리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손을 거두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뭔가 느껴지는 건 없네.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음 이유라. 딱히 이유는 없긴 한데, 하지만 그러면 재미없단 말이지. 그리 생각한 나는 입꼬리를 씨익 웃으며 말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너희들 보기 좋으라고? 어쩌면 너희들 중에 내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게 말한 나는 가볍게 브레머튼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식당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본 브레머튼의 표정은 뭔가 한 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흠, 내 농담이 그렇게 재미없었나?


*


"딱히 이유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너희들 보기 좋으라고? 어쩌면 너희들 중에 내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지휘관이 떠난 후, 난 지휘관이 내뱉은 말에 나는 큰 충격으로 몸이 굳었다. 그만큼 지휘관이 내뱉은 말은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진짜였어? 반지의 주인이 외부인이 아니라 우리 중에 있다는 심증이 진짜였냐고! 그렇게 굳어있는 내게 실라는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브레머튼님, 이제 곧 일과 시작입니다. 어서 준비를 하지 않으시면 일과에 늦으실겁니다."


"저기 메이드 씨, 방금 저 말 어떻게 생각해?"


내 물음에 실라는 조용히 생각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로써는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부셔 버려야겠지요. 그게 누구든."


미소를 지우고 무표정으로 대답한 메이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이 맡은 바를 다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자리를 비우기 전 그녀가 보인 모습은 마치 바람핀 남편을 어떻게 죽여놔야할까 고민하는 유부녀의 기백을 띄고 있었다. 그 기백에 눌린 나는 살짝 움찔거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메이드 대. 엔터프라이즈랑 새러토가가 조심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어."


집착이 무거운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인데? 하지만 저 정도 집착을 가져야만 지휘관을 가질 수 있는 건가. 그 자리에서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쎄게 흔들었다. 정신차려, 브레머튼.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일과 준비를 위해 방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오늘따라 살짝 무거웠다.


*


브레머튼을 살짝 놀려주고 일과 준비를 마친 나는 서둘러 갑판으로 올라왔다. 지휘함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있었고 그곳에서 절대로 보면 안되는 얼굴들을 마주했다.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에..."


"오, 유니온 동지, 오랜만이로군! 이름이 분명...볼티모어 라고 했었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노스 유니온측 함선과 중앵의 항모들의 등장에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저들은 지금 여기에 있을 수가 없으니까. 분명 이번 지휘관 외부 호위는 우리 이글 유니온 측에서 맡기로 한거 아니였나?


"볼티모어, 무슨 일 있..., 강구트, 벨로루시아? 어떻게 우리보다 빨리 온거야?"


지휘관의 말에 나는 지휘관을 돌아보며 무슨 뜻인지 설명을 요구했고 지휘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미안. 내가 깜빡하고 말을 안했구나. 생각 외로 긴 일정 탓에 호위 임무를 좀 분산해서 맡기로 했어. 못해도 며칠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데 그럼 너무 피곤하잖아. 그런 이유로 노스 유니온 애들이 건의를 넣어서 호위 임무를 좀 분담하기로 했었는데 내가 깜빡하고 말을 못했네."


큿, 이렇게 들어올 줄이야. 허를 찔렸군. 속내를 숨긴 나는 밝은 미소로 초조함을 감추었다.


"아하, 그렇구나. 난 또 비상사태가 일어난 줄 알고 놀랐잖아. 그런 건 앞으로 미리미리 좀 말해줘 지휘관."


"하하, 알았어. 근데 중앵 애들은 얘기가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 온거지? 뭐 호위 임무에 인원이 많을 수록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갑판에서 항구로 발을 디뎠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항구에 내리자마자 지휘관에게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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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일어나서 쓸까 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걍 밀어버릴거 같아서 참고 마저씀.

늘 재밌게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