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치만 이번 논문은 통과시켜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지. '내 눈에 보기에 합격'이면 나도 우리 벽붕이 합격시켜 주려고 했어."

"대체, 대체 어디가 부족한 거에요? 저번에 피드백 해주신대로 분명 다 손봤단 말이에요!"

"하, 벽붕아. 이 교수님이 볼 땐 벽붕이는 냉정하게 말해서 아직 많이 부족해.

애초에 이 논문 소재부터 독창성이 없고."

"저 학부연구생 시절부터 계속 교수님 밑에서 배웠어요. 교수님이 산학연계 많이 해주신 덕에 노하우도 많이 익혔구요.

그런데 대체 어디가 부족하단 말씀이세요?

그리고 이 랩실에 애초에 저밖에 없잖아요?

다들 랩실에 들어와도 전부 일주일도 안되서 그만두는데, 저만 6년째 교수님이랑 단 둘이서 이 랩실에서 살았어요."

"있지 벽붕아. 진정하고 잘 들어.

벽붕이는 혼자서 뭔갈 해보려고 하면 잘 못하지만 누구 밑에서 어시스턴스를 하면 120%의 능률이 나오는 타입이야.

애초에 9 to 6 해주고 식비 다 내주고 시급도 최저 넘게 챙겨주는 랩실이 뭐 얼마나 되니?

내년에 적당한 논문만 하나 내면 내 조교수로 해주고 보너스도 왕창 줄테니까 그냥 교수님이랑 쭉 지내자? 응?

벽붕이 나이먹고 어디 신입으로 들어가기 힘든거 알지?"


"...."

"교수님. 아니 치칼로프씨,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죄송한데 저 짐싸서 나갈테니까 비켜주실래요?

문은 왜 잠그세요?

저기요? 교수님?"







3년 뒤

"우리 남편~ 오늘은 주말이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치킨 배달시켜 먹을까?"

"어머, 우리 벽붕이 일어나자마자 건강하네? 먼저 이거부터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