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이들간의 기싸움과 과도한 집착땜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지휘관이 관둔다고 치자


근데 전역하는 날에도 온갖 난리칠줄 알았던 함순이들이 의외로 잠잠한거임


둔감한 지휘관은 '뭐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모항에서 민간인으로써 전역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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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자취방을 잡고 구직활동 전 잠깐 힐링타임을 가진 지휘관,


그동안 모항에선 일을 하든, 방에서 혼자 쉬든 자길 1분 1초도 가만 냅두지 않아서 돌아버릴 지경이였는데 혼자 있는 자취방은 너무 조용하고 편한거야


새삼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걸 확신하며 자취 첫날은 자신의 전역을 자축하며 오랜만에 치맥을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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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사흘 후부터 시작돼.


처음 며칠은 기분 좋아서 흥청망청 배달시켜 먹었지만 앞으로 생활할걸 생각하면 직접 요리를 해먹어야 한다는거지


냉장고를 다급히 열어보니 당연히 텅 비어있었고 일단 급하게 카레라도 해먹으려고 부리나케 마트로 가서 장을 봐온 지휘관


근데 지휘관은 어릴땐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사관학교에선 매일 나오는 짬밥을 먹고 모항에선 매일 메이드대와 자길 좋아하는 함순이들이 산해진미를 만들어 바쳤는데,


당장 물은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야채는 얼마나 볶는게 좋은지, 애초에 불조절은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그저 대충 유튜브에서 요리하는걸 따라해봤지만


당연히 모항에서 매일 먹던 미식과는 다른 짬밥수준보다 못한 카레를 억지로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어.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모항에서 밥을 먹을때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벨파스트의 얼굴이 생각났지만 다급히 고개를 저어 현실을 부정하고 잠에 들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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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요리는 처음 카레를 만들었을 때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진 못한 식사를 하던 지휘관


어쩌다 술집에서 혼술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누가 그에게 말을 걸어.


"저기, 그 다름이 아니고... 저랑 전화번호 교환하실래요?"


모르는 여자한테 고백을 받은 지휘관은 순간 속으로 그 여자를 보고 예전 모항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세인트루이스와 에기르랑 비교하는 실례를 저질렀지만 금새 정신을 차리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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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 여자와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음


물론 함순이들과 데이트 할땐 함순이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코스를 짜서 지휘관과 데이트한 덕분에 자신이 코스를 짜는게 쉽지 않았지만,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어찌저찌 해내.


'자신이 함순이들이 아니더라도 꽤 먹히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지휘관, 함순이들과 함께 지낸 세월이 폼은 아닌지 여자랑 대화하는데도 나름 익숙한 모습을 보이지.


그렇게 관계가 진전되고 그 여자와 모텔에 간 첫 날,


그날로 그녀와의 관계는 끝나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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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평범한 인간인 그녀로부터 지휘관의 몸이 반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처음엔 긴장하는 남자들도 많다'며 이해해주던 그녀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휘관의 몸이 묵묵부답이자 결국 그녀는 먼저 모텔을 나가버려


자신의 몸이 대체 어떻게 되버린 건지 이해하지 못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누굴 탓할 수는 없었어


그건 모항에 있을때 극상의 여체를 매일같이 기분따라 골라먹던 자신의 책임이였으니까,


이미 지휘관도 모르게 지휘관의 몸이 여자를 고르는 기준이 너무 높아져버린 거지

사실 모텔에 오기 전부터 지휘관은 그녀에게서 이성적 호감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몰라,


자신이 모항 밖에서도 먹힌다는걸 실감하며 느낀 나르시즘과 자신이 전역한게 옳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그녀와 사귀었을지도 모르지


마음이 텅 빈것처럼 공허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 지휘관, 당장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와 내버려야할 쓰레기 봉투가 가득 쌓인 집안꼴이 새삼 눈에 들어와.


순간 그동안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메이드대, 다이호, 론 같은 함선들이 자길 그동안 집착하며 힘들게 한건 사실이지만 그녀들의 빈자리를 체감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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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실은 비정하게도 그런 그를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어.


당장 월세와 생활비를 계산해보니 6개월 안에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거지.


그래도 한때 지휘관이였던 사람인 만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회사에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 군시절 경력을 살리지 못해 신입으로 시작하게 돼.


당연히 신입으로 들어가 최대한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낯선 일을 해보려다 실수를 계속 하게 되고 매번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거지.


지휘관은 회사를 다니며 다시 깨닫게 돼,


모항에선 실수한 서류를 다시 검토해서 수정해주던 비서함들이 있었고


자신이 상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거나 실수를 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당당히 그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던 진영 수장들과, 항상 그의 편이 되어주던 마망들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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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휘관은 채 반년도 지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게 돼.


자신의 결정이 틀렸다는걸 깨달은 지휘관은 회사를 그만둔 다음날 제발로 모항을 찾아가기로 하지


위병소의 만쥬들은 자신이 다시 돌아오니 전화로 잠시 누군가와 이야길 하더니 이미 외부인인 자신을 순순히 안으로 들여보내.


그렇게 만쥬를 따라가 자신이 예전에 일하던 집무실에 도착하자


한때 자신이 서약을 맺은 함선들이 웃으며 그를 다시 맞이해 주었어.




"서방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이 다이호, 그날부터 서방님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답니다?"


"저희의 서방님이자 지휘관님으로 다시 돌아오시려면 이 책상 위의 정복을 다시 입어주세요. 물론 거절하셔도 상관 없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지휘관의 결정은 정해져 있었지


지휘관은 그렇게도 답답해하던 넥타이를 스스로 끝까지 올려메고 기쁘게 정복을 차려 입었을거야.


그리곤 깨닫게 되지, 그녀들은 자신을 일부러 잠시 놓아준 것이라고.

메데타시 메데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