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녹차의 하얀 김, 산뜻한 냄새와 포근한 온기는 그에게 몇 없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왔다는것을 의미했다.

또한 그것은 사색의 시간을 의미했고, 요즘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의미했다.

그래, 인생, 북련의 어떤 잘난체 하고싶던 잘난자가 '사람은 살려고 태어나는 것이지 인생을 준비하려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 싸우는것을 준비할려고 태어난줄 알았던것 같다, 마치 오늘의 비서함인 노시로처럼, 그래, 그녀들이 싸우기위해 태어난 함선소녀라면, 난 싸우기위해 태어난 지휘관소년, 그러한 존재였을것이다.

그런 내가 태어난곳, 중앵과 가깝지만, 중앵의 벚꽃과 국화보단 오얏꽃과 무궁화가 더욱 이쁘게 피어나는곳, 그곳에서 내가 태어났다, 이제는 오얏꽃과 무궁화를 제거하고 벚꽃과 국화로 대체할려고 내지는 노력하고 있다만, 그건 마치 먼 세상의 암울한 비극처럼 느껴질 뿐, 뭔가 대단한 증오나 애향심이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곳에서 딱히 좋은 기억이 있지 않아서 인 것일수도 있다, 그 땅에 있던 국가는 점점 시들어가다 이제 완전히 죽었고, 우리 가문은 딱하 상관 없다듯이 계속 무인을 배출할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나라가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대로 무인으로써 싸울것이다." 그렇게 난 가문의 전통을 위해 바다에서 싸우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그것에 내 의사는 들어가있지 않았다, 그저 난 복종하고, 가문의 영광을 이어나가면 그만일뿐, 그들에게 내 주관은 크게 중요한것이 아니였으리라.

한때 충정을 바쳤던 나라에 대한 마지막 충성일까, 아니면 중앵 육사와 달리 중앵 해사는 외지인이 들어가는게 극히 어려워서 그런것일까, 난 유니온으로 보내졌고, 난 그것에서 '가문의 위상을 드높히기 위해' 성공에 처절히 메달려야했다.

이제는 대부분이 이 세상에 없는 그들이 날 볼때, 그들은 기뻐할까? 아무래도 그럴것이다, 그들은 군사적 성공에 매진하던 양반들이 였으니까.

아나폴리스, 그러니까 유니온 해군사관학교에서의 생활도 딱히 다르지는 않있다, 그들은 명령하고, 난 성공에 매진한다, 그들이 강압적으로 나서면, 난 굴복한다, 이 사이클은 마치 이끼넝굴들처럼 날 휘감았고, 점점 잠식해나갔다.

성정큐브 적성이 그 누구보다도 높게 나왔음에도, 그닥 여의치 않았다, 단지 무인으로써의 성공에 대한 또다른 길, 매력적인 길이 열린것이라고 생각했을뿐이였다.

"그...저기..."

사색을 깨는 목소리, 감미로운 목소리, 중앵의 목소리.

"녹차를 타봤는데... 당신 입맛에는 어떤가요?"

맛있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소리다, 의례적인 말이기도 했고, 진실이기도 했으며.

사색을 깬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기도 했다.

"그!..그런가요? 실은 오늘을 위해 약간의 다도 연습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약간 한 솜씨가 아니다, 아마 이번달 비서함 배정표가 나온 그 날부터 연습했을것이다.

"나 몰래 한거야? 나도 같이 했었으면 좋았을려나~"

"그..그런!... 좋았을텐데..."

그래, 아무럼 어떤가, 사색에는 약간의 전환이 필요한법이다, 그래, 전환.

그때의 나와 비교하면, 난 많이 달라졌다, 성공에 집착하지도 않고, 웃는법도 배웠으니까.

그리고 어울리는법도 배웠으니까.

생각은 그 흐름을 지나, 이제는 마지막 국면으로 도달했다.

내 정체성을 뭘까? 내 조국은 뭘까?
내가 태어난 땅?
내 유년기가 서려있는 땅?
아니면 내가 살고있고 가장 오래 살았던 땅?
아니면-

그때, 다시끔 사색을 방해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노시로의 목소리는 아니다, 이건..

"아, 다시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네요, 그럼 서류들을 가져오겠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노시로는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사색은 완전히 박살나 더는 이어갈수 없을것이다.

그래, 아무럼 어떨까, 사색이 박살났어도, 다시끔 하면 되는걸, 그래, 정체성이 희미해도, 난 지금 헹복하니까.

그렇게 지휘관은 슬며시 웃고는,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