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라고 하는데, 그럼 지휘관은…굶어 죽지 않을까?”

지휘관에게 하는 아침인사 치고는 고약하다.

심각한 태도의 말버릇, 잘 바꾸지 못하니까 말버릇인 거겠지. 그치만, 나는 ‘부지런하게 움직여줘, 당신을 믿고 있어’처럼 낯간지러운 인사는 하지 못한다.

이 모항에는 여러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는 지휘관에게 호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이도, 또 나처럼 빙빙 돌려 말할 수밖에 없는 아이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 귀엽고, 사랑스럽다. 표정도 딱딱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나랑은…조금 거리가 있다. 이런 자기비하적인 태도도 전혀 좋은 점이 아닌데.

페르세우스라는 영웅의 이름을 본딴 것과는 달리, 내 성격에는 음침한 부분이 잔뜩 있다. 그런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는 괜시리 모난 태도를 유지한다.

“이래선 누구에게라도 미움받겠네. 이상한 일도 아니야.”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내 친구인 부엉이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은 아니라 고개를 까딱, 하고 대꾸하듯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부엉이는 손 위에 먹이를 조금 올려주자 맛있게 받아먹었다. 나는 옷을 고쳐 입고 집무실로 향했다. 비서함의 아침은 바쁘다. 그리고 늦잠을 자고 있을 지휘관 대신 조금 더 바쁘게 움직여야지.

괜시리 텅 비어있는 옷장이 눈에 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진 않기에 거의 흰 색 바탕의 평상복 말고는, 이렇다 할 여벌의 옷이 없다.

“응. 공작도 자기 짝을 찾기 위해선 화려하게 치장하는 법이지만, 이래선 공작이 아니라 뱁새 수준인걸.”

신경쓰지 말걸. 집무실로 향하는 잠깐의 시간이 더 우울하게 느껴진다.

집무라고 해도 지휘관이 굳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전부다. 잡무 수준의 일을 빠르게 끝내고 있는데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나와 같이 비서함 역할을 하고 있는 유니콘 선배다. 그나저나, 또 처음 보는 새 옷이네…아니지,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퍼시어스, 일찍 왔었네…!”

“네, 일은 일찍 끝낼수록 좋으니까요…”

“그럼, 이제 같이 하자…오늘도 잘 부탁해!”

나는 잡무를 위한 서류를 정리하거나, 유니콘 선배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산처럼 쌓인 일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고, 잠깐 숨 좀 돌릴 시간이 되었다. 한창 바쁜 시간 사이에 있는 휴식은 귀중하다. 멍하니 바라본 끝에는 내가 데려온 부엉이와 유니콘 선배가 데려온 인형…이 같이 놀고 있었다. 분명 인형인 줄 알았는데, 움직이는 걸 본 게 언제부터였지. 모항에는 수수께끼가 많다던데 분명 저것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유니콘 선배, 저 인형 말이에요…스스로 움직일 줄도 아네요.”

“응? 유쨩은 유쨩이야. 에헤헤…둘이 사이 좋네. 저 부엉이는 이름이 뭐야?”

“…부엉이에요.”

“부엉이도, 퍼시어스의 친구지? 유쨩도, 유니콘의 친구야.”

“그래요.”

다시 유니콘 선배의 옷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고, 또 멋지기까지 하다. 그에 비해 자신은 꾸밀줄도 모르고 꾸밀 옷도 마땅히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다.

“오빠는, 언제쯤 오는 걸까.”

“지휘관 말이죠, 오늘도 많이 늦네요. 늦잠을 잘 것 같더라니.”

“퍼시어스도, 대단해. 매일 유니콘은 둘보다 일찍 돌아가잖아. 유니콘은 아직 일도 배우고 있는데.”

“익숙한 일인지라. 자, 거의 다 마무리했네요.”

지휘관이 처리해야 할 일은 저쪽 한 구석에, 우리가 같이 처리한 일은 이쪽에.

잠시 후에 다시 집무실 문이 열렸다. 지휘관이 하품을 하며 나타났다.

“이런. 둘 다, 좋은 아침…미안, 늦어서.”

“지휘관. 굶어죽지 않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아차, 지휘관이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한 번이라도 좀 더 편안한 인사를 건넬 순 없을까.

“오빠, 좋은 아침.”

유니콘 선배는 웃는 얼굴로 지휘관을 맞았다.

그 후에는 셋이서 이런 저런 곳을 순찰을 돌거나, 의뢰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마중나가거나 했다. 거의 일이 마무리되어, 마지막으로 아카시의 가게를 들르기로 했다.

“으어, 지휘관이랑 비서함 아니냥. 무슨 일이다냥?”

“가게에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말이지. 그리고 저번에 부탁했던 물건들도 확인하려고.”

“그거라면 걱정 말라냥. 지휘관이 ‘특별히’ 부탁해서 아카시가 ‘확실히’ 준비했다냥. 오늘 저녁을 기대하라냥.”

아카시는 유니콘 선배 쪽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속과 겉이 같은 음험한 장사꾼의 눈이다. 지휘관은 나를 슥, 신경쓰듯이 한 번 쳐다보곤 아카시의 가게를 나왔다.

그 날 저녁이었다. 유니콘 선배는 방으로 돌아가더니 곧 다시 돌아왔다.

“오빠, 유니콘의 새 옷! 유니콘, 정말 기뻐!”

처음 보는 예쁜 새 옷을 입은 채로. 나는 훅 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침부터 느꼈던, 그렇지만 무시하려 했던 그 기분 나쁜 감정을. 질투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유니콘, 평소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줘.”

지휘관은 사랑에 빠진 듯한, 그런 눈빛으로 유니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유니콘 선배는 자기 언니에게 보여주겠다며 집무실을 나갔다. 내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 어두운 표정일 것이다. 분위기도 상당히 어색해져 있었고.

“저기, 퍼시어스…”

“…왜, 지휘관?”

내 대답은, 메마른 모래 같은 건조한 목소리였다.

“그…혹시 말이야.”

“……”

“내가 이런 건 처음이라, 잘 하진 못할 것 같지만…아니, 그렇다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아, 생각보다 더 부끄럽네. 퍼시어스.”

“…상냥하지도 못하고 꾸밀 줄도 모르는 퍼시어스에게, 무슨 용무라도?”

지휘관은 내 책상이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그리고 그는 품 속에 넣어두고 있었던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그, 아카시한테 부탁했던 게 늦어져서 타이밍이 안 좋았지만…이거, 받아줬으면 해.”

상자 안에는, 여태껏 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반지가 있었다. 어떤 옷 보다도 더 반짝이고, 반짝이는 반지가.

“퍼시어스, 저와…서약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지…휘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최고의 순간에 고백하고 싶었는데…결국 잘 안 되더라. 최악의 고백이긴 해도, 받아줄래?”

…눈 앞이 흐려진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나…나…항상 지휘관한테 날 선 인사나 건네고, 당신이 좋아할 말은 하나도 못 하는데…그리고, 그리고 예쁘게 웃는 법도, 꾸미는 법도 하나도 모르는데…!”

“…좋아해, 퍼시어스.”

“사실은 아침 인사도, 좀 더 상냥하게, 친절하게 하고 싶어도…아무것도 말 못 하고, 심지어는 질투도 심한데, 성격도 나쁜데…”

“응, 그런 점도.”

“바보, 당신은 정말…바보야…”

나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왼손을 건넸다. 지휘관은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우앗, 퍼시어스…눈이 많이 부었어…괜찮아?”

“괜찮아요, 유니콘 선배.”

사실은 눈이 아플 때까지 울었지만. 다음 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잡무를 처리하고, 지휘관은 또 늦잠을 자겠지.

한참 뒤에 온 지휘관에게, 분명 이번에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아침 인사를.

그리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지휘관이 들어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라고 하는데, 그럼 지휘관은…굶어 죽지 않도록 노력해 줘.”





우리 스킨없찐 퍼시어스지만 늘 고생하고 이쁜 퍼시어스라 좋아합니다.

생각 정리할 땐 글쓰는 게 최고임

이상한 거 있으면 말해줘

애들 성격 이게 맞는질 잘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