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나 당신을 줄곧 만나고 싶었어! 그야 지휘관은 세상을 구한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잖아? 즉 리노는 당신의 조수인 거고? 

아 맞다, 자기소개 먼저 해야지. 나는 오클랜드 급의 리노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지휘관의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이 소녀의 이름은 리노, 영웅을 동경하는 소녀이다.

동경하는 존재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있어서 꿈이자 로망이었고, 실제를 눈앞에 두고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그야 이전 부대에서도 지휘관의 무용담은 군인으로서 모범과 자랑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던 수준이었으니 흥분하지 않는 게 이상하잖아? 아아, 뭐부터 물어보지. 앞으로 이 사람과 지낼 시간은 많을 테니 느긋하게 이야기해도 되지만 지금 당장 물어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 


동기인 브레머튼은 리노의 과하게 흥분한 모습을 보고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인사를 하며 한 마디 거두었다.


“리노, 첫 만남에 그런 언행은 너무 과하다니까, 나는 브레머튼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지휘관”


“만나서 반가워요.”

 

“어서 와. 리노, 브레머튼”


지휘관과 비서함인 엔터프라이즈, 모두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리노가 손을 들며 소리쳤다.

 

“오자마자 갑작스럽지만 리노! 지휘관님에게 질문 있습니다!”

 

“음? 부담스러운 질문만 아니라면 성실히 답해드리겠습니다.”

 

“지휘관의 비서함은 로테이션인가요? 아니면 지휘관이 임명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시스템인가요?”


“리노…”

브레머튼은 리노의 돌발행동에 당혹스러웠는지 눈을 감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비서함은…”

 

“지휘관, 내가 대신 대답할게. 리노, 우리 부대는 지휘관이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일부 인원만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야. 지휘관이 허락한다면 바로 비서함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 부대에 익숙해지고 나서 생각하는 게 맞지 않겠어?”

 

엔터프라이즈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려는 듯 지휘관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럼에도 리노는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말을 이어갔다.

 

“그렇군요… 지휘관, 한 가지만 더, 이건 지휘관님에게 직접 듣고 싶어요.”

 

“뭐죠?”


저도 당신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평소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리노의 발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어라…? 분위기가 이상한데’

엔터프라이즈의 당황한 기색이나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지휘관의 표정은 지금 이 차가운 침묵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고 브레머튼은 확신했고, 그 침묵을 깬 사람은 지휘관이었다.

 

“영웅이라… 리노 양이 생각하는 히어로, 영웅이란 무엇인가요?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나 볼법한 슈퍼 히어로?

아니면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능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존재인가요?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양쪽 모두라고 생각해요.”


지휘관의 물음에 리노가 대답했다. 리노의 대답에 지휘관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리노 양, 잘 들으십시오. 저는 영웅이란, 영웅이 되겠다고 다짐한 순간 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렇다고 리노 양이 영웅에서 될 수 없다는 건 아니에요. 리노 양이 영웅이 되는 방법을 깨닫지 못했을 뿐. 그리고 무엇보다... 영웅이라고 떠받들어지는 게 썩 좋지만은 않다는걸요."

 

지휘관이 말끝을 흐렸지만, 브레머튼과 엔터프라이즈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지휘관 정진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지휘관과 리노의 대화는 끝이 났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비서함인 엔터프라이즈와 리노의 동기인 브레머튼에게는 체감상 한나절과 동일한 수준의 시간이 흐른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특별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지휘관은 업무 복귀를 위해 엔터프라이즈에게 두 소녀의 안내를 맡겼다.

 

“좋습니다. 궁금증은 해소된 것 같으니 이쯤 해 두고 엔터프라이즈, 저는 먼저 사무실로 돌아가 업무 마무리를 할 테니 두 사람의 안내 부탁드려요.”


“지휘관, 정말 괜찮은…”

 

“엔터프라이즈, 부탁해.”

 

지휘관의 부탁은 방금 인사를 나눴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고, 엔터프라이즈는 갑갑하지만 마지못한 느낌으로 리노와 브레머튼을 이끌고 기지 안내를 나갔고 엔터프라이즈의 걱정과는 별개로 그날은 조용히 끝났지만, 영웅을 동경하는 소녀와 지휘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솔직히 그냥 태울까 했는데 시간 쓴 게 아까워서 올림 엔딩은 피폐물이나 순애 둘 중 하나(분기 나눠서 둘 다 쓸 수도 있음)

오탈자 검수 안 한 거라서 이상한 문장이나 단어도 많을 거라 생각되는데 양해 점

1화 빌런 짓은 안 할 것.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