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사실은 나도 벨파스트가……."


 벨파스트의 고백을 받으려는 찰나.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요정이 나타나 이렇게 물었다.


 "잠깐! 고백을 받아주기 전에 생각하셨나요?"


 "뭐? 무슨 생각을 해?"


 "이 사랑은 분명 달콤하겠지만 지휘관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거예요. 그래도 고백을 받아주실 건가요?"


 "첫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당연히 받아줄 거야!"


 "사랑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몸으로 돌아가 버린다고 해도요?"


 "당연하지. 그게 좋은 거 아니야?"


 "벨파스트가 떠나버린 뒤에 슬픔에 겨워 몸부림친다 해도요?"


 "무슨 소리야. 벨파스트와 나는 평생 사랑할 거라고."


 "평생 가는 사랑은 없어요. 지휘관님은 정확히 594일 뒤에 벨파스트와 헤어지게 될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요?"


 "594일…? 아냐, 내 노력으로 그 기간을 늘릴 거야. 만약 헤어진다 해도 그때는……"


 "벨파스트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돼요. 바로 지휘관님에게서 다른 남자로 갈아타죠. 그렇다고 해도요?"


 "…벨파스트가 그럴 리가 없어."


 "그 남자는 지휘관님도 잘 아는 사람이에요. 지휘관님은 그 남자에게 벨파스트를 빼앗긴 패배감에 잠도 못 이룰 정도가 돼요. 그렇다고 해도요?"


 "그럼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주겠어. 사랑의 아픔은 사랑으로 치유하는 거라잖아."


 "아뇨. 지휘관님은 그 후로 5년간 제대로 된 사랑 따윈 하지 못해요. 매일 샤워할 때마다, 침대에 머리를 누일 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모든 사고의 틈새마다! 지휘관님의 잘못이 첫사랑을 부숴버린 그 순간순간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요? 그렇다고 해도 고백을 받아들이시겠어요?"


 그 질문을 끝으로 요정은 떠나버렸다.

 시간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벨파스트는 고백의 답변을 기다리며 떨고 있었다.

 지휘관은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요정의 시공간이, 이제는 돌아가고 싶은 장소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쇠는 지휘관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갈 수 있는 길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 것, 혹은 사랑의 종말을 향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