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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에 따르면 오늘은 모항의 인공 담소후에서 좋은 물고기가 잡힐 거야!"


환창이 그렇게 말하며 지휘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의 점은 백발백중이야. 오늘이야말로 나의 낚시 실력을 보여주지. 지휘관."

"쥬지?"

"시끄러!"


그렇게 뜬금없이 낚시 대결이 시작되었다.


"앗! 엄첨 큰 거 걸렸어!"


후번이 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환창은 여유만만했다.


"후훗, 역시 내 점대로야. 지휘관, 각오해. 오늘은 내가 지휘관이 잡은 것에 두 배는 낚을 테니."

"아, 잡았다."


지휘관이 월척을 건졌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물고기는 마치 스스로 지휘관의 품에 뛰어들듯, 전혀 저항 없이 순순히 낚시대의 움직임에 이끌려 육지로 올라와 생을 마감했다.


"뭣!?"


환창이 놀랐고.


"걸렸다!!"

"나도 또 잡았어!"

"뭐어어어?!"

"아아앗! 또 잡았다!"

"하하! 오늘은 배터지게 물고기 먹는 날!!"


페이윈과 후번이 물고기를 쓸어담을 기세로 낚아댔다.


"마, 말도 안 돼. 왜 난..!?"


환창은 자신만 소외되는 낚시터의 행운에 울먹였다.


"에에에? 후안창 언니는 하나도 못 잡았어?"

"헤에에? 후안창 언니는 왜 하나도 못 잡았어??"

"흐, 흥..! 난 너희가 잡은 것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을 거야!"


환창이 애써 미소를 지었으나.


11 : 9 : 13 : 0이라는 처참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어째서어어어어어!? 점괘에는.....!!"


환창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힘내!"

"맞아 언니, 힘내! 우리가 잡은 걸 먹으면 돼!"

"하하.... 그래. 나는 좀 쉬고 있을게..."


환창은 지친 기색이 여력했다. 지친 건지, 그녀는 흐느적거리면서 방을 떠났다.


"언니 삐쳤다!"

"하나도 못 잡아서 화났다!"

"하하...."


평소라면 화 안 났다고 버럭 외쳤을 거다. 그러나 환창은 무기력하게 웃으며 떠났다.


"많이 속상했나?"

"괜찮아! 맛있는 물고기를 먹으면 기운 차릴 거야!"

"그럼 요리를 시작하자!"

"와아아아아!"


페이윈과 후번이 의지를 불태웠다.

지휘관은 롱우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다가 관뒀다.


'물고기는 많으니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난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지휘관은 환창을 따라 나섰다.


"후....."


환창이 벤치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팔을 의자에 댄 채 고개를 숙인 그녀는 묘한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고 웃었다.

가면 때문에 표정 전체가 보이지는 않으나, 입모양으로 묘한 감정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나한테 진 게 상심이 컸나 봐?"

"아, 지휘관."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따라왔을 줄은 몰랐네."

"점에는 안 나왔나 봐?"

"후훗."


환창은 쓸쓸한 웃음을 흘렸다.


"사실, 점이라는 건 불완전한 거니까."

"......"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지휘관은 머리를 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다음에는 우리 둘이서만 갈까? 낚시도 결국 요령이니까. 내가 훈련시켜줄게."


지휘관은 일부러 훈련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환창은 대체로 밝은 성격이나, 철저한 준비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밝은 성격 아래에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한다는 건 지휘관만 알고 있는 일이었다.


"훈련은 중요하지. 하지만 취미까지 훈련에 매진할 만큼 미래가 여유롭지는 않아."

"....단순히 낚시에 진 것 때문이 아닌 거 같네."

".....묘하게 눈치가 빨라."


환창이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보다 부드러운 미소였다.


"환창 누나가 걱정하는 건 뭘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지금은 둘밖에 없잖아."

"정말...."


환창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여자였다.


".....괜찮아?"


의자에 댄 환창의 손이 떨고 있었다. 지휘관은 그녀의 손에 손을 포갰다. 그런데 환창이 손을 뺐다.


"지휘관. 눈치가 빠른 건 알지만,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쉽게 꿰뚫어보면 안 되는 법이야."


환창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는 괜찮아."

"잠깐."


지휘관이 떠나려는 환창의 손목을 잡았다.


"안 괜찮은 거 다 알아."

".....내가 가면을 쓰고 있는 건, 내 감정을 읽히기 싫어서야. 점을 칠 때는 그게 특히나 중요하니까. 때로는 숨겨야 하는 점괘도 있는데, 그때 내 감정을 들켜서는 안 되거든."


환창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돌아봤다.


"그러니 지휘관. 이해해줘."


그녀가 다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이번에도 그녀를 보내주지 않았다.


"지휘관 나 화낼-"


그때, 지휘관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쓰담쓰담.


".......뭘... 하는 거야?"

"쓰다듬어주고 있어. 애쓰고 있는 환창이 대견해서."

"......으음... 난 칭찬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환창이 머리를 빼려고 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옳지, 옳지, 쓰담쓰담."

"......."


가면 아래로 살짝 드러난 광대와 뺨이 붉게 물들었다.


"좀 진정했어?"

"아니."

"그럼 흥분했어?"

"......"


가면에 뚫린 눈구멍이 그를 쏘아봤다. 지휘관은 웃으면서 머리에서 손을 뗐다.


"자, 앉자."

"나는..."

"아직도 쓰담쓰담이 부족했나...."


지휘관이 다시 손을 올리자 환창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까지 피하려는 걸 보니, 지금까지 밝히지 않는 속마음 때문에 앓는 건가 봐?"

".....눈치가 너무 빠른 것도 탈이야."

"그냥 그만큼의 경험이 쌓였을 뿐이야."


지휘관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살짝 잡아당기면서 이마를 맞댔다.

가면 아래의 눈동자가 커졌고, 투명한 눈망울에 지휘관의 얼굴이 비추었다.


"네가 날 두고 지뢰복이라고 했었지. 절망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상이라고."

"....응."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고, 많은 함순이들을 위로해줬어. 같이 마음을 달래기도 했고. 그런 경험을 쌓으며 몸도 마음도, 정신도 꽤 강해진 것 같아. 딱 보면 보이더라고."

"......."

"어쩌면, 내가 너의 새로운 희망일지도?"

"....후훗"


환창이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못 당하겠네."

"때로는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나아. 포기하고 다 털어놔도 돼."

"......이걸로 두 수나 밀렸네, 당신한테."

"낚시는 영원히 못 이길걸."

"후훗. 오만하기는."


환창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했다.


그녀가 한쪽 무릎을 껴안듯 손을 깍지끼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눈망울에는 천장이 맺혔으나, 그녀가 보고 있는 건 천장이 아니었다.


"알다시피, 나는 계획만으로 끝나버린 미완의 함선이야."

".....응."

"계속 의문이 들어. 그런 내가 정말 도움이 될까...? 내가 모두를.... 그리고 너를 지킬 수 있을까?"

"....."

"이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틈이 날 때마다 훈련을 해. 하지만 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환창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지금 이 순간이 덧없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해. 나는 정말 강해진 걸까? 실체하는 걸까? 그저 종이에 불과했던, 존재하지도 않았던 내가. 정말로 실체를 가지고 지금 이곳, 모두의 품에. 그리고 너의 곁에 있는 걸까?"


가면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가면 뒤에 얼굴도 웃고 있을까.


맹수끼리 마주치면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으르렁거린다.

자기들끼리 싸우면 이기더라도 크게 다칠 걸 알기 때문이다.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가면을 쓰는 이유는 무얼까.


'환창은 점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자신이 상처 받기 때문이겠지.

자신을 보고 웃는 이들의 미소와 기대감을 볼 때마다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쓰담쓰담."


지휘관은 환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엉망으로 헝클어낸 건 아니었다.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듯 어루만졌다.


"....뭐해. 정말."

"손길이 느껴져?"

"당연하지."

"온기도?"

"......"


환창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너는 분명 여기 있어. 내 옆에. 모두의 옆에. 내가 그걸 느끼고, 너도 나를 느끼잖아."

"......."

"자, 또 다음 불안감?"


가면 아래 입술이 희미하게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환창이 웃고 있었다.


"....나는 분명 내가 낚시에서 물고기를 잡을 거라는 점괘를 봤어. 아주 훌륭하고 좋은 물고기를 잡을 거라고."

"그랬어?"

"하지만 실제로 나는 하나도 잡지 못했지."

"....."


환창이 머리를 쓰다듬던 지휘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서 내렸다. 하지만 아예 내치지는 않고, 자신의 손과 포개었다.


"나는 불안정한 존재야. 계획만으로 존재했던 미완의 함선. 그러니 내가 치는 점도 당연히 불안정하지."

"...."

"나는 나약해. 항상 잘난 듯이 말하지만, 실제로는 점괘가 맞을지 안 맞을지 두려워서 잠도 못 이루곤 할 정도로 불안할 때가 있어."


지휘관의 손을 잡은 환창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나 다른 아이들이 너무 걱정돼서 점괘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고."

"그건 나도 똑같아."

"뭐?"


지휘관이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나도 불안정한 존재야. 네 점괘부터 그렇잖아."


환창은 그의 운세에서 지뢰복을 보았다.


"나는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 하지만 정말 완벽한 존재라면, 애당초 절망이 오지 않도록 잘 대비했겠지. 나는 그 정도까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없어. 그럴 재주도 없고."

"......"


환창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겨냈잖아."

"맞아.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모두가...?"


지휘관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과 설계로 태어난 존재는 없어. 아마 첫 시작은 아주 단순한 배의 모양부터 그렸을 거야."

".....?"

"그 그림에서 하나씩 추가된 거지. 갑판은 더 크게. 후위는 더 좁게. 때로는 있던 것을 덜기도 하고, 없던 걸 더하기도 하며. 많은 노력과 계산 끝에 겨우 설계도 하나가 완성될 거야. 하지만 알다시피, 그 설계도도 결함이 있는 게 대부분이지."


처음부터 완벽했던 배는 많지 않다.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지휘관 너....."

"자, 가자."

"응?"


생선 냄새가 났다. 게다가 멀리서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언니이이이! 밥 다 됐어!"

"식기 전에 와야 해!"

"아이들이 불러."


지휘관이 일어서서 손을 건넸다.


"아....."


환창은 그 손을 잡고 얼떨결에 일어나서 따라왔다.


"맛있게 먹어!"


가자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었다. 미숙한 두 사람이 한 요리치고는 말이다.


"봐봐. 페이윈과 후번이 널 위해 요리했어. 너와 나, 그리고 자신들까지 모두를 위해."

".....!"

"어서 먹어! 식기 전에!"

"맞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야!"

"언니한테 맛 보여주려고 우리도 꾹 참고 한 입도 안 먹고 기다렸어."

"아니, 간은 봤어야지."

"아."


페이윈과 후번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회복했다.


"괜찮아! 맛있을 거야!"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지만, 냄새 만큼은 자신을 가져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다.


"....."


환창이 젓가락을 들고 살이 가장 토실토실한 부분을 짚어 먹었다.

우물우물 씹던 그녀가 돌연, 한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때?! 어때?"

"언니 어때, 맛있어?!"

"......맛있어. 정말로."

"와아아! 해냈다!"


페이윈과 후번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다시 물어볼게, 환창. 네가 잡은 물고기는 어때? 점괘대로 훌륭하고 좋은 물고기였어?"

"......"


촤라라락-


돌연, 환창이 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렸다.

눈도, 가면도, 뺨도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각도의 아래, 살짝 보이는 입술이 달싹였다.


"아주..... 아주 훌륭한....."


목소리는 울먹거렸다. 부채로 얼굴을 가렸으나, 사실 가려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훌륭하고 좋은 물고기야."

"그렇지?"


지휘관이 부채를 치우고 가면을 벗겼다.


"앗...."


환창은 감격에 빠져 있어 제대로 된 반항도 못 하고 가면과 부채를 뺏겼다.

가면을 치우자 드러난 건 얼굴을 붉힌 채 우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기쁘구나."

".......보지 않아도 알잖아, 그 정도는...."


환창은 부끄러워하면서 외면했다. 


"앗!? 언니 운다!"

"아, 안 울어!"


환창이 마치 첫사랑을 깨달은 소녀처럼 쭈뼛거리면서 허겁지겁 다시 가면을 썼다. 하지만 이미 들킨 건 들킨 거였다.


"언니 왜 울어?"

"내 요리한 물고기가 맛있어서 그래!'

"뭐? 아니야! 내가 요리한 물고기가 맛있어서 그래!"

"하!?"

"해볼 테야?!"


페이윈과 후번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언니! 어서 이거 먹고 평가해줘!"

"내가 만든 게 먼저야!"

"사실 생선의 흰살은 맛이 다 똑같아서 먼저 맛 보는 쪽이 유리하단 말이야, 내가 만든 게 먼저야!!"


자기가 만든 걸 먼저 먹으라고 떠밀며 티격태격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


지휘관과 환창은 마주보고 웃음을 흘렸다.






호랑이는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떨게 만든다.

수백 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거구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몸과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은 호랑이가 혼자서도 산맥 전체를 지배하는 먹이사슬의 최강자가 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인간은 나약하다.

인간이 만든 무기 역시, 세이렌이라는 거대한 적에 비하면 나약하다.

태어날 때부터 산을 지배할 힘이 없는 나약한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훈련하고 있어?"


지휘관이 찾아갔을 때, 땀범벅이 된 환창이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응."


환창이 가면을 벗으며 땀을 닦았다.

고운 외모와 강한 눈빛 아래, 미소가 만연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지."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 나가기 위해 단련한다.

그리한다면, 분명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


그녀의 점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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