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유즈는 경악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도, 발도, 하다 못해 눈동자마저도, 떨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고, 가슴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마른침을 삼키며 이 떨리는 감정에 적응하길 기다리는 게 고작이었다.


“지휘관 동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겨우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소유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사 침착하고 냉철한 그녀가 낼법한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어쩌면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을지도, 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


“나도 모르니까 널 부른 거지….”


그러한 상황에, 지휘관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약간 높은 목소리, 그것이 작금의 사태를 나타내는 정황증거였다.

 

또 사이즈가 맞지 않아 흘러내리는 셔츠, 유독 부드러워보이는 머리칼, 지혜와 총명이 가득한 눈동자 대신 자리잡은 맑은 한 쌍의 눈.


그리고 평소보다 많이 작은 체구.


하아, 지휘관이 한숨을 내뱉으며 팔을 휘저었다. 과할정도로 큰 소매가 흔들리며 그녀의 시선을 앗아갔다. 바로 그때, 지휘관과 소유즈의 생각이 일치했다.


“...어려지셨군요.”


“그런 셈이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는 지금 어려진 상태라고.


“....”


여자는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쓴다. 100퍼센트는 아닐지언정 대다수의 여성에게 통용하는 사실이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당장 모항에 있는 함선소녀들만 봐도 그러했다. 방 안에 인형을 놓은 인원반 절반이 넘어가고, 아예 껴안고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함선소녀의 범주에는 소비에츠카야 소유즈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팔 다리는 짧고, 머리카락은 길고….”


지휘관이 뭐라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귀에 닿지는 않았다. 소유즈는 그저 어려진 그의 모습을 눈에 담는데 온 신경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평소에도 약간 부드러운 인상이긴 했지만, 어려진 지휘관의 모습은 궤를 달리했다. 이는 지나가던 그 누가 보아도 귀엽다고 할 정도의 그것이었다. 


진지함보단 명랑함의 비중이 높은 목소리, 둥글둥글하며 곡선을 그린 눈매, 그 아래로 오밀조밀 자리잡은 코, 입. 옷이 흘러내려 보이는 쇄골.


허나 그런 것은 전부 차치하고, 척 봐도 푹신푹신해 보이는 저 반곱슬 머리,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소유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무언가를 억누르는데 온 신경을 다하고 있었다.


“일단 원인을 규명하기보단 해결이 더 급한 거 같아서 아카시한테 따로 말할까 했는데, 혹시나 누군가에 귀에 들어가면 큰일 날 거 같아서 너만 불렀어.”


허나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녀에게 명분과 빌미를 종용하는 한 마디.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죠?”


우선 너부터 불렀다고.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냉철한 사람은….”


“아니아니, 고작 그런 사실 말고요.”


빠지직, 소유즈가 문고리를 짓이기며 말했다. 지휘관의 눈이 커졌고, 그녀는 되물었다.


“지금, 이 사실을 저 말고 아무도 모른다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