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안나 :

........


바론 :

..........


인안나 :

........


바론 :

..........


인안나 :

........


바론 :

..........그렇게 말 없이 바라보면 등 뒤가 따갑다네......


인안나 :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빤히 볼 뿐입니다.


바론 :

그냥 빤히 보는 것이라고......!?


인안나 :

그 검...


바론 :

아아... 아이리스가 손질을 부탁해서 말이지.

......이 검을 이렇게 쥐고 있으니 추억에 잠기게 되는군.


인안나 :

그가 행방 불명이 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바론 :

허허허. 그런 의미가 아니고.

이 검은 아스트라 검에 있었을 때부터 애용한 검이라서.

내가 만든 검은 아니어도 몇 번이나 수리와 정비를 반복했지. 애착이 있는 검이야.


인안나 :

당신이 만든 검이 아니었군요.


바론 :

그래, 아스트라 섬의 유적에서 발견한 검이다. 아마 대붕괴 이전의 물건이겠지.

수많은 싸움과 수리를 거쳐 몇 번이나 모습이 변했지만.


인안나 :

......수리는 그렇다 쳐도 검을 들고 싸우다가 모양이 변한다고요? 

그럼 결국 추억에 잠기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바론 :

허허허. 모양은 본질이 아니야.

쓰는 사람의 마음과 신념, 이상과 소원이 바로 도구에 본질을 불어넣는 거야.

난 물건이란 것을 그렇게 생각한다.


인안나 :

그럼 동일성이란 개념은 당사자의 해석에 맡기는 걸로.


바론 :

어렵게 표현하자면 그렇겠지.


인안나 :

구멍이 나서 덧대다 보니 이전의 모양과 달라진 신발도 이전과 같은 신발이란 건가요?


바론 :

그건 그냥 덧대서 수선한 거 아닌가?


인안나 :

가입과 탈퇴가 반복돼서 결성할 때의 멤버가 사라진 밴드도 이전과 같은 밴드일까요?


바론 :

그건 여러 관점에서 봐야지.


인안나 :

이것저것 첨가되면서 조상에게서 대대로 물려받은 비법 양념도 예전과 같은 양념일까요?


바론 :

속세에 많이 물들었군......


인안나 :

뭐, 알겠습니다. 모양은 본질이 아니라는 걸요. 제가 말하고도 이상하네요.

당신이 평범한 사자 수인이 아닌 것 처럼.


바론 :

길게 끌었지만......그게 본론인가?


인안나 :

당신이 예전에 말했었죠.


바론 :

내 역할을 말하자면, 지켜보는 자다.


인안나 :

.......


바론 :

어쩌면 그런 역할에 가깝지 않겠나?


인안나 :

생각해 보니 이상했단 말이죠.

대붕괴 이전의 유물인 비행섬이 스키엔티아의 그것처럼 과학적으로 보전되지 않았는데 원형과 기능이 몇 만 년씩이나 보존돼 온 것도-

그런 유물에 어렵지 않게 손댈 수 있는 것도.

무엇보다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죠?

......이 비행섬의 상태와 뭔가 관련이 있습니까?


바론 :

......허허허. 굳은 표정 좀 풀게.


인안나 :

......하아. 그렇게 핼쑥한 얼굴로 강한 척 하지 마시죠.

......헬레나 씨를 불러 오겠습니다. 몸이 안 좋으면 푹 쉬세요.


바론 :

지켜보는 자......인가.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힘을 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