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류중일감독의 한마디.

'윤동희 내'

윤동희. 그가 누구인가. 롯데에서만 270개의 안타를 때려낸 명실상부한 롯데의 유망주. '시즌이 끝난후 다음시즌 준비하겠다' 라고 예고준비를 선언한 그의 국대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류중일 감독은 윤동희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윤동희는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또다시 느껴보겠지, 하고 윤동희는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윤동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껌을 짝짝 씹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롯데의~ 윤동희~ 쌔리라 안타 쌔리라~ 최강롯데자이언츠 윤동희~
윤동희메들리를 부르고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만다. 윤동희는 언제나 그랬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그는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상대팀 마무리투수가 던진 슬라이더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한일전 대타끝내기역전만루홈런. 윤동희는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루, 2루, 3루, 홈......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선배들에겐 미안하지만 류중일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윤동희.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동희아'

그리고 20년후 그의 등번호 91번은 롯데의 영구결번으로 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