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서 성별의 장벽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다.
수많은 여성 프로 선수들이 남성 선수들과 동일한 연봉을 외쳤지만
성대결에서 두뇌 종목 선수조차 줄줄이 참패하며 망신을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성별의 간극은 많이 좁혀졌으나
스포츠계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 장벽을 허물겠다고 결심한 어떤 소녀가 있었으니...

미국 캔자스 깡촌에서 태어난 한 소녀는
수많은 여성 프로 선수들을 존경하며
자신이 그들이 꿈꿔왔던 성별의 장벽을 부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선택한 종목은 미국의 국기와도 같은 야구.
애초부터 여자 선수로서의 성공이 아닌
빅리그 금녀의 벽을 깨부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녀는 투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몇 년 후, 그녀는 대학 여자 야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되었고
유래없는 수치를 찍어내며 초토화시킨데 이어
대학 여자 야구 월드 시리즈에서 모교를 우승시키며 금세 여자 야구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접촉한 팀은
다름아닌 MLB 소속 서부 대도시 L시 연고의 모 구단.
1980년대 히스패닉 시장을 개척하고 1990년대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등 야구계에 일개 혁신을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한 구단이었다.
빅리그 진입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미 산하 마이너 리그에 진입한 것 만으로도
전미에 화제를 불러 일으킨 그녀.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여자 선수가 남성들 사이에서 '그저 그런'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마이너리거들의 꿈이 빅리그 로스터 진입이듯
그녀도 MiLB에서의 성공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투수 조련에 정평이 나있는 시스템의 수혜를 입으며
미래의 빅리거로 차츰 성장해나갔다.

어느덧 AAA에서 28세 시즌을 맞이하는 그녀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등판 때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올스타 출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MLB 공홈 메인을 장식해내는데 이르렀다.
결국 개막 로스터에는 포함되진 못했으나
40인 로스터에 등록되는 쾌거를 달성했고
시즌 초부터 투수진들이 부상병동으로 변하며 빅리그 로스터에 등록된다.
결국 꿈에 그리던,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MLB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주로 불펜으로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너무 중요한 상황을 피해가며 등판한 결과
시즌 최종 성적은 38.2이닝 4.19 2승 1패 1홀드를 기록했다.
여성 선수가 빅리그 무대에서
압도적이지는 아닐지언정 충분히 써먹을만한 성적을 거둔 것 자체가 전무후무했고
그녀는 우리 시대의 재키 로빈슨이라는 찬사와 함께
올스타전 출장, NL 신인왕 수상이라는 화려한 데뷔 시즌을 가진다.

수려한 외모, 유니폼이 다 감추지 못하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와
그럼에도 자신이 암컷임을 나타내는 듯 선명하게 드러나있는 굴곡과
이때문에 음영이 지며 매력을 극대화하는 하얀 유니폼까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순식간에 존경받는 인물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국적불문 야구 커뮤니티에서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성적인 시선을 잔뜩 받게 되었다...
중계를 타고 그녀의 으흐흐한 각도로 찍힌 뒷모습이 활발히 올라오는 게시판은 열기를 띄었고
땀에 젖어 반들거리는 목덜미와
착 달라붙은 유니폼 덕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몸매 또한 인기였고
투구 시 흔들리는 가슴 덕분에
투구/타격 폼 분석 사이트에서는 이를 확대해 보겠다는 이들 때문에 인기 검색 선수 최상단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2년차 시즌 자칫 망가질 수도 있는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
더 많은 이닝, 더 낮은 ERA, 더 높은 WAR를 기록하며 단순 여성이라는 상징성으로 장사하는데 쓰이는 선수가 아닌
정정당당히 남성 선수들에 맞설 수 있는 어엿한 빅리그 불펜 요원으로 거듭났으며
이에 화답하듯 제시한 3년 연장 계약(60% 디퍼)에 사인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3년차 시즌 도중 그녀는 의문의 부상으로 60일 IL에 오르며 시즌아웃된다.
구단에서는 팔꿈치 부상이라 설명했고 언론에도 자세한 내막은 밝히지 않았으나
복귀 예상 시점이 약 11개월 후인 점과
복귀가 머지 않은 때에 미디어 노출이 전무 했던 점을 들어
임신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떠돌았지만
선수와 구단 측에서 강경 대응에 나서며 이는 사그라들었다.

복귀 후에 그녀는 보통 이하 수준의 투수로 전락했다.
독보적인 상징성과 더 요염해진 분위기 덕분에 인기는 여전했지만 꾸준히 투수진에서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수익성 때문에 잡고는 있지만 투입하기 껄끄러운 애물단지가 되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연장 계약 마지막 시즌인 5년차 시즌에 다시 한 번 11개월짜리 부상을 끊자 둘째를 임신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이에 구단 측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구심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연봉이 대폭 삭감된 단년 계약을 맺고 6년차 시즌을 준비하던 그녀는 돌연 시즌 후 은퇴를 발표했다.
여자라는 점을 떼고 봐도 이미 고령의, 수술을 두 번 받은 패전조 투수였기 때문에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시즌에 팀 선수단은 의기투합하며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뤄냈고
최초의 여성 빅리거는 반지를 끼우며 화려하게 제2의 인생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미 동료들 사이에서 친부가 다른 두 명의 자녀를 가졌고 선수 경력도 위태로운 상황이었기에 은퇴를 발표했다.
이 정든 클럽하우스도 이제 끝이다.
시즌 개막전에 앞서 그녀는 팀메이트들에게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시즌 종료 시점 WAR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릴레이 교미 마라톤을 실시해
수정시키는데 성공한 선수의 배우자가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 이후로 야수진과 투수진 할것없이 시즌 내내 WAR를 끌어올려 상위픽을 얻기 위해 집단 스찌질을 자행했으며
그 결과 114승으로 리그를 박살내고 월드 시리즈까지 제패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승 퍼레이드는 때마침 그녀의 배란일에 펼쳐졌다.
선수들은 그 이후에 일어날 일 때문인지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퍼레이드 종료 후 그녀의 자택에 모인 WS 로스터 26인은 장장 17시간 동안 교미 퍼레이드를 벌였으며
결국 셋째가 3픽 선수의 친자로 확인되며
최초의 여성 빅리거는 반지를 끼우며 화려하게 제2의 인생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