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존나 병신같았던 거긴 한데, 중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바지 벗기는 게 유행했던 적이 있음.


 도대체 왜 고추 새끼들이 고추 새끼들 바지 벗기는 데 그렇게 열광했는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놀이는 적어도 우리 학년 전체에서 번졌음.


 방법은 존나 간단했음. 선생 없는 곳에서, 다른 데 한눈 파는 놈 있으면 뒤에 몰래 다가가서 바지 벗기는 거임. 주변에 애들 많을 수록 재밌어지는 거였지.


 나도 이걸 존나 당해서 처음엔 "병신 새끼들 왜 이딴 걸 즐기지? 야만인 새끼들이네"하고 욕했는데, 당하고 보니까 뭔가 빡치고, 복수하고 싶으니 동?일하게 바지 벗기는 걸로 대응을 하는 게 낫다 싶었음(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보복심이 유행의 가장 큰 이유같음)


 문제는 시발 내가 보복을 결심할 즈음엔 이미 유행될 대로 유행되서 다들 잡담하다가도 후방에 바지 훈타가 다가오는 지 경계를 할 수 있게 됐음.


 당연히 가장 많이 내 바지를 벗긴 놈은 이런 데 이골이 나 있었고, 경계심도 존나 높았음. 내가 빨간 빤쓰부터 보라 빤쓰까지 차례차례 치욕의 무지개삭 빤쓰 컬렉션 공개전시 당할 동안 그 새끼는 번번히 내 손길을 피했던 거임. 그렇게 내 빤쓰만 어떻게 복수를 할까 고민만 하며 치욕을 곱씹던 나날만 이어지게 됨...


 그러다가, 겨우 기회를 잡는 순간이 왔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새끼가 다른 친구들이랑 존나 잡담을 하던 때였음. 유행도 슬슬 저물 무렵이라 경계가 좀 헤이해졌던 것 같음.


 나는 당연히 존나 조심히 그 새끼 뒤로 다가갔고, 몇번이나 연습한 데로 바지를 쫙 내렸음.


 근데 시발 바지만 내려야 했는데 긴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팬티까지 같이 내려버린 거임. 다행히 남중이라 볼 여자는 없어서 망정이지 ㄹㅇ 좆될뻔 했음.


 그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로는 바지 벗기는 게 완전히 사장된 것 같음. 그래도 뭐 그 친구랑 절교같은 거 하지는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