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그랬더니 그 녀석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아내와 아이만은 제발 살려주세요}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여자와 애새끼를 먼저 쏴죽이고 이렇게 말했지…… {난 편식을 잘 안하는 편이라.} 라고 말이야!]


전세 가게 안에서 우리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이 날은 [중요한 일]을 무사히 끝마친 아우와 그 일에 대한 축하를 하고 있었다. 


동생의 무용담에 안주삼아 데킬라를 몇잔째 입에 머금었다. 알맞게 취기가 올라와서인지 행복이 몸을 감쌌다.


[그러고보니 형님…… 그 소문 들으셨나요?]


[소문?]


동생이 글라스를 내려놓고, 신묘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글라스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몇번이고 만지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조직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아요…… 형님은 뭐 아시는거라도 있나요?]


소문이라면 물론, 내 귀에도 익히 들려왔다. 

최근 몇 달간, 뒷세계의 조직이 누군가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궤멸되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는 {사신}이라 불리며 뒷 세계에서 그럴뜻하게 소문이 나게 되었다.


[멍청하다니깐…… 분명 내부항쟁에 꼬리가 꼬리를 문건 뿐일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게 없으니까 내부 분쟁이 일어나기 쉽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 소문에 싫증이 났었다.


트리니티의 테러 이후, 발키리의 똥개들이 그 쪽 사태에 신경쓰느라 바빴고, 우리들은 예전보다 더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찮은 그 소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거래가 중지가 되는 허탈한 상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돈의 유입도 이전보다 나빠졌다.


[세상이 혼돈에 빠질때…… 사람은 무언가에 의지하려하지… 예를 들어 신이나 부처라던가…… 그래,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말이야.]


아우를 타이르기 위해 글라스에 데킬라를 부었다.

호박색 액체가 유리잔 속에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힘 없는 우민들은 그 존재를 숭상하지… 하지만 우리들의 일은 끝나지 않아! 실체 없는 사신의 낫 따위가  우리의 목을 딸 수 없다고!]


그렇게 말을 끝냄과 동시에 경쾌한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바의 문이 열렸다.

우리는 놀라서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소리가 난 곳엔 조그만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당신이 사이먼 쿼크인가요?]


어안이 벙벙해질때, 여자가 내 이름을 부르고, 이쪽으로 곧장 다가왔다.


간접조명에 그 모습이 비춰져서 자세히 드러났다.


자잘한 상처에 거즈와 반창고 투성이인 얼굴.

빛이 없는 눈밑에는 어둡게 그림자가 보였다.

입고 있는 옷은 너덜너덜한게 그 모습은 마치……


[야, 여긴 애새끼가 오는 곳이 아니야. 빨리 꺼져.]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동생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권총을 그 여자에게 겨누고 위협했지만, 그 여자는 여전히 나한테 눈을 떼지 않았다.


[됐으니까 빨랑 꺼져. 미안하지만 이 바는 두 사람 전용이거든.]


[두 사람이요? 그렇군요.]


그러자 여자는 납득한듯한 얼굴를 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천천히 코트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갑자기 귀가 아프게 만드는 총성이 울려퍼졌다.

발사된 총알은 동생의 머리에 박혔다.


[이걸로 문제없네요.]


핫 하고 정신을 차려서 반격하기 위해 총을 꺼내려는 순간, 두 번째 총성과 함께 다리에 견디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다리에 총을 맞았다.

나는 서 있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곤 여자는 힘없이 축 늘어진 동생에게 관심도 안 가지고,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정수리에 떠오른 헤일로를 보곤, 이 여자가 학원의 학생인것을 확인했다.


[쿄야마 카즈사…… 이 사람이 어디있는지 아십니까?]


눈 앞에 내민 휴대폰 화면엔 트리니티 학생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눈에 비쳤다.


[몰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있는 힘껏 목소리를 짜내었다. 

극심한 통증으로 식은 땀이 멈추질 않았다.


[그런가요……?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그 테러로 실종된 학생들의 위치를 알고계신가요?]


일순간 숨이 멈췄다

그 당시, 혼란을 틈타서 학원의 학생들을 유괴하고 상품으로 내놓은게 다름아닌 우리였기 때문이다.


[뭐하는 녀석이야 너…… 발키리냐…?]


[그 편이 당신들한텐 좋았을지도 몰랐겠네요. 빨리 질문에 대답하세요.]


그 여자는 내 머리에 권총을 들이댔다. 

압박되고 있는 긴장감과 위압감에 내 몸을 떨게 만들었다. 만약에 어기서 이야기를 한다면… 난 위의 녀석들한테 제거된다… 하지만 이 더러운 마룻 바닥 위에서 죽는 것 보단 나을 것이다.



나는 아는 것을 전부 얘기했다.

그 테러의 목적과 주모자, 유괴된 학원의 학생들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내 말을 들은 여자는 기분 탓인지 동요하는 것 처럼 보였다.



얘기를 전부 다 들은 여자는 천천히 일어나서 입을 다물고 난 후에, 서서히 입을 열었다.


[동생 분의 일은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떨면서 동생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어릴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우리는 서로가 소중한 가족이였다.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슬픔으로 눈물이 번졌다.

그 년은 단 몇 초 만에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았다.

간헐적이고 가냘픈 호흡을 내쉬면서 그 년을 바라봤다.


그런 나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다시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비록 악당이라 할지라도 죽음에는 애도가 필요해요……. 받아주세요.]


내 눈앞에 무언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것은 핀이 뽑힌 수류탄이었다.


[전별의 꽃 입니다. 아직은 꽃봉우리지만, 곧 아름답게 개화하겠죠.]


수류탄을 향해 뻗은 나의 손엔 3발째의 총알이 쏘아졌고, 그 여자는 당당하게 가게를 떠났다.


https://x.com/kkytama0222/status/1770759828647944262?s=46


졸려서 조금 대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