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요란한 기관총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잡히지 않도록 빠르게 뛰어다니는 내 뒤를 따르듯 탄환이 지나갔다.

쿄야마 카즈사의 총격은 1분이상 끊기지 않고 계속되었다.


[윽……!!]


돌연, 다리가 서서히 뜨거워졌다.

아무래도 총알에 맞은 것 같다. 관통하진 않았지만 이대로 달리는건 좋은 생각이 아닐 것 이다.


견디지 못하고 결국 두꺼운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잠시후 총격이 멎었다.

실내는 또 다시 정적이 되었고, 나의 거친 호흡과 고동이 또렷이 귓가에 전달되었다.


[야, 우자와. 이 총 굉장하지않냐? 너 크래프트 챔버라고 기억나?]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나에게 그녀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크래프트 챔버>

샬레 지하에 있는 신비로운 물체.

기동석이라 불리는 물질을 소비함으로써 물건을 만들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소동 직후, 도난당한 선생님의 테블릿을 사용해서 누군가가 샬레 지하에 침입하고 그것을 가져갔다.


대부분 금품 강탈을 목적으로 한 강도라 생각되었지만, 카즈사의 말을 들어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총 내부에 소형화된 크래프트 챔버를 내장하는 것으로 탄약을 생성해서 쏠 수 있지…… 아, 그래도 무한으로 쓸 수 있는건 아니다? 기동석을 다 쓰면 이렇게 바꿔야 된다는게 흠이지…… 하지만 계전능력은 압도적이니까.]


꽤 기분 좋은 금속음을 내며 총애 기동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녀석들… 이런 총기까지 만들고 있었을 줄이야…


[역시 카스팔루그 입니다…… 더러운 수를 쓰시는군요…]


부루퉁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후우… 라고 숨을 몰아쉬고, 주머니 속에 있던 권총을 손에 쥐었다.


그 권총안에는 탄약에 두개 만 포함되어 있다.

기회가 온 순간, 정확히 <헤일로를 파괴하는 탄약>을 쏘기 위함이다.


다리의 상처를 보니 그녀가 쏜 것은 아마도 일반 탄약인 것 같다.

어느정도라면 잡아 먹혀도 상관없어.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우자와~! 이제 포기하는거야?]

그녀의 지루해하는 목소리를 듣으며 다리를 가볍게 뻗었다.

마음껏 달리는건 얼마만인가.


저 총의 연속사격시간은 길어봤자 1분 정도.

아까처럼 차폐물을 이용하면서 뛰어다니면 치명상을 입지않고 총알을 소비할 수 있게 될 것 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해서, 쿄야마 카즈사가 재장전을 시작할 타이밍에 <소중한 물건>을 써서 단숨에 정리한다.


나 스스로도 무모한 작전이라고 내심 자조해버렸지만, 그 편이 성에 맞았다.

신발끈을 바르게 매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바닥을 세게 차며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굉음과 함께 다시 총알이 빗발쳤다.

그러나 총의 무게와 반동으로 제아무리 카즈사라도 표적을 정확히 맞추는건 어려워 보인다.


총알을 피하면서 앞에 있는 기둥뒤에 미끄러져서 숨었다.

한숨을 돌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쉬고있을 시간이 없다.

이 거리에서 그녀가 재장전을 시작한다면 작전은 끝이 될 것 이다.


다시 기둥 밖으로 튀어나오자 엄청난 양의 총알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아하하!! 여전히 엉망진창이잖아!! 너 말이야… 중학교 이후로 변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앞에 있던 차폐물에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곧바로 벽을 차고 앞의 잔해까지 뛰어서 몸을 숨겼다.


이것을 반복하고 서서히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윽…!!]


돌연, 욱신거리는 통증이 몸에서 느껴졌다.

아무래도 총알을 몇 발 맞은 것 같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총탄의 위험은 높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그녀가 알아차리기 전에 유효한 거리까지 들어갈 필요가 있다.


[오늘은 질리도록 옛날 이야기를 하시네요! 당신에게 있어서 그건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가 아니였나요!?]


악담을 퍼붓곤 잔해 뒤에서 튀어나왔다.

물론 그녀 역시 그것을 놓치지 않고 총격을 시작했지만 이번엔 나도 응전하면서 달렸다.


수십 발의 총알을 몸에 맞고 괴로운 표정을 나를 대하는, 그녀는 총알이 얼마나 맞든 간에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내려놓지않았다.


즉시 차폐물에 숨었지만 신체의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피드도 떨어지고 총을 맞은 자국이 늘고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은 초조감에 사로잡혔다. 이상태로 소모전이 계속되면 패배는 확정이다.


그렇다.

상대를 치기 위해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를 기다릴 필요 없는 유효거리까지 앞으로 몇 미터.

각오를 다진 나는 단숨에 그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림막을 버리고, 저돌적으로 달려오는 나를 보고 그녀도 조금 초조한 듯한 표정을 짓지만 총격은 계속됐다.


전신에 침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무수한 탄환이 살을 파고드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멈출 수 없다.

이제 끝이 눈 앞에




[너무 눈 앞에 있는것만 보잖아. 이 열혈바보야.]




그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가슴이 타는듯 뜨거웠다.

조심히 내 몸을 바라보니 배를 관통하고 있는 흰 꼬리가 보였다.


그것은 살을 도려내고 섬뜩하게 꿈틀거렸다.


그런가… 내가 카즈사에게 정신을 뺏긴 사이에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꼬리를 돌아서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상황파악을 하기 바쁜 내 몸이 아기처럼 허공에 들어올려졌다.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서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배가 되었다.


[으… 아아아아….!!]



오열도 신음도 할 수 없는 낮은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않고 새어 나왔다.


몸이 경련하기 시작하면서 온몸에서 핏기가 갔다.


[미안해 우자와, 내가 또 이기고 싶어.]


흐릿한 시야 속에서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 얼굴을 한 그녀를 봤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결국 한번도 이기지 못했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몸에 힘을 뺏다.

생각에 안개가 끼고 눈꺼풀이 저절로 떨어지는 느낌엔 편안함마저 들었다.


[저는 잘했습니다. 이제 편안해져도 되요.]


자신을 용서하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레이사 씨.]


그리운 목소리가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들었다.

그곳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트리니티의 중심지였다. 내 옆엔 스즈미 씨가 걷고 있었다.


[레이사 씨에게 있어서 <정의>란건 무엇인가요?]


나는 이 정경을 알고 있다. 기억.

아아… 이것이 주마등이라는 것이구나.


[그건 물론……음 …..에 …..어, 약한 사람을 구하고… 아, 악을 쓰러트리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입이 움직였다.

아무래도 기억의 추가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후후… 그렇군요. 지금은 그정도 생각으로도 문제는 없을거예요. 저도 마찬가지로 막연한 것 밖에 이 가슴 속에 없어요.]


비록 이런 광경이 내 죽음을 의미하는거라도 이런 식으로 다시 그녀와 같이 걸을 수 있어서 기뻣다.

오랜만인 온기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언젠간 그 대답을 자기 안에서 확립해야해요. 그리고 자신의 규칙을 따라, 정의를 행해야되요.]


스즈미 씨의 이야기는 항상 조금 어려워서 바보인 나는 이해하기 바빴다.


[규, 규칙! 규칙이라면 있어요! 네네! 저 우자와 레이사는!! 꼭 지키는 규칙이 있어요!]


[오, 뭔가요? 가르쳐주세요.]


모든 것을 기억해냈다.


[그게 말이죠.]


그렇다. 언제부터 잊어버렸지.

나는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키기!} 입니다!]







주머니에 있던 총을 강하게 쥐고 쿄야마 카즈사에게 겨눴다.


[나는……!!!]


다음 순간, 몸이 공중으로 내던져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혀 콘트리트에 핏자국이 묻으며 몸이 땅에 떨어졌다.


[이제야 눈을 뜨는거야? 좋은 아침이네. 우자와.]


그녀의 말에 대답하기위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통증으로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나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혹시 내가 나중에…… 중학생 때처럼 하찮은 사람으로 돌아가면…… 그땐 부탁할게, 슈퍼 히어로씨.]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다. 약속을 어기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허락하지 못한다.



눈 앞에 있는 기둥 뒤에 눈에 익은 통 모양의 물체가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날아간 반동으로 떨어트린 것 같다.


총에 기동석을 넣고, 재장전을 시작하는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않고 기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가지 일을 겪고 난 뒤로 저도 드디어 답을 찾은 것 일지도 몰라요.]


땅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러곤 닿지 않는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디 저의 정의를 지켜봐주세요. 스즈미 씨.]


그 분에게 받은 것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산탄총을 고쳐 맷다.


[각오하세요…… 카스팔루그!!!]


레이사 씨는 외톨이가 아니예요.

라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등을 떠밀어 주는 것 같았다.


[저는…… 자경단의 슈퍼스타!! 우자와 레이사 입니다!!!]


그렇게 외치고 천장과 벽, 바닥에 이르기까지 사방팔방을 마구잡이로 쏘아댔다.


총에 맞은 콘크리트에서 떨어져 나온 분진이 마치 연막처럼 내 주위로 흩날렸다.


[연막…? 그래서 어쩌라고! 그렇게 흩날리면 날 노릴 수도 없잖아!]


분진 속을 살피듯 그녀가 마구잡이로 총을 쐈다.

피슝 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총알이 빰을 스쳤지만 매우 냉정하게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도 다치치 않는 방법>

그것이 그 사람이 트리니티의 달리는 섬광탄이라 불리게 된 이유이다.



핀을 뽑고 그것을 분진 밖으로 내던지고 바로 기둥에 몸을 숨겼다.


그후 약 2초가 지났다.




귀청을 찢는 소리와 망막을 번쩍이는 빛과 함께

악이 가장 두려워하는 섬광의 불꽃이 피었다.


빠르게 분진에서 튀어나온 쿄야마 카즈사는 시력과 청력이 손상되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녀의 시점에선 분진 속에서 튀어나온 섬광탄을 알아차린 직후, 폭발하는 섬광에서 몸을 숨기는건 불가능했다.


기회를 놓치지않고 그녀의 발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다리에 산탄총을 여러 발 쏘아서 지반을 무너뜨렸다.


영문도 모른채 무릎을 꿇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목을 힘껏 누르며 땅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


대 오토마타 용으로 개량된 섬광탄은 기계를 무력화 시키는 고주파 노이즈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그녀의 자랑인 두 꼬리도 마치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땅에 엎어졌다.


[저의 승리입니다. 카스팔루그.]


승리선언과 동시에 그녀를 끝낼 탄약이 든 권총을 들이댓다.


https://x.com/kkytama0222/status/1776920357640786209?s=46


어제 끝냈어야될걸 오늘 끝내서 고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