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존경하는 선생의 특장점이라면 당연히 지휘능력하고 이타성이 있겠지. 우리가 아는 능력이라면 싯딤의 상자를 통한 기적 발현이나 주인공 보정, 아니면 어른의 카드 같은 능력도 있을거고.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우리는 선생이 잘생겨서 이입하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센남충같은 면모에 가려진 학생들을 위하는 모습에 심취함. 최종장은 그런 점들이 더해져서 감동을 주고 고평가를 받았던 거고.


지휘능력은 이쪽 업계에서는 상당히 흔한 장점이라는건 알고 있을거고,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플레이어를 이입시킬 요소지.

싯딤의 상자는 서사 밖의 관점에선 주인공 보정을 위한 도구이고, 어른의 카드는 과금러를 위한 호의이자 이타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도구이니까, 결국 능력은 두 가지로 귀결됨. 지휘 능력과 이타성.

게임에서 애니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지휘 능력은 당연하겠지만 더 잘 연출하기는 힘들거야. 근데 감독이 전투 연출을 잘 못하니까 지휘능력은 부각될래야 부각될 여지가 없음.


그러면 그럴수록 이타성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선생을 존경하게 되는가?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함.


근데 감독은 내가 볼때는 소위 ‘개연성’에 모든 걸 책임전가하려는 것처럼 보임. 선생 외형이 잘 뽑힌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여기에 모든 것을 기대면 안된다고 보는데 말이야. 우리는 아이돌 애니메이션을 보러 온게 아니라 선생의, 궁극적으로 학생의 애니메이션을 보러온거잖아.


그리고 이타성이 드러나는 조건도 중요하지.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에 필요한 것들을 돕거나, 중요한 일에 책임을 대신 져주는 방식으로 선생은 학생들을 위하잖아?



그런데 애니에선 그냥 아로나한테 시키니까 세리카가 찾아지네? 린한테 쿠사리먹을 각오하고 통신망에 접속하는 장면은 어디갔지? 시로코와의 초면에 센남충짓하던 장면은 어디가고?


이렇게 되면 우리가 선생을 좋아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남아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

책임을 지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지요. 라는

프롤로그의 대사는 똑같이 집어넣었으면서, 정작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서 아쉬운게 큼.

이렇게 선생의 캐릭터성은 망가졌는데, 다른 학생들은 음…

블아의 스토리라는게 원래 각자가 가진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각자의 캐릭터성이 충돌하며 사건이 벌어지는, 굉장히 논리적인 서사 구조인데 말이야…


감독이 단순히 원작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블아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고 이게 오리지널 스토리라 해도 상당히 각본을 못 쓴게 문제라는 생각이 듬. 연출은 말 할 것도 없고.


그런데 사실 2화만에 모든 걸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이타성의 측면이라는게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검은 양복과의 대면이잖아? 그때라도 잘 보여준다면 실망감이 덜해질 것 같음.

하지만 이미 학생들의 캐릭터성은 많이 망가져서, 이것까지 다 살리기는 힘들 것 같긴 하네…


1기 bd가 나왔을 때 안사면 2기가 안나올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또 사주면 그냥 개돼지로 보고 2기를 똑같이 대충 만들지도 모를 노릇이라서 그냥 애니는 앞날이 슬프다고 생각함.


쓰고 보니 글이 상당히 지저분하네. 주저리주저리 들어준 뜌땨이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