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하는 듯, 믿는 듯.



내 도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 ────따라올 수 있겠나? 웃기고 자빠졌네」




시야가 불탄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몸에 있는 대로 모든 열을 부어 넣는다.

손발은, 대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바람을 가르며,




「네놈 쪽이야말로, 따라와라────!」




혼신의 힘을 담아, 붉은 등을 돌파했다.





발을 디뎌 지상에 올라온다.

바람은 그쳤다.

검은 거인까지, 거리로 치면 30미터.

녀석이라면 3초도 걸리지 않아서 좁힌다.

───따라서.

승패는, 이 3초로 결정된다.


녀석의 대검을 손톱만큼도 틀리지 않도록 투시한다.

왼손을 벌리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가공의 자루를 꽉 쥔다.

월등하게 거대한 크기와 엄청난 무게.

에미야 시로의 힘으로는 그 대검은 다룰 수 없다.

하지만──이 왼팔이라면, 적의 괴력까지 확실하게 복제하겠지.



「───────, 아」


부서졌다.

퍽, 소리를 내면서 뇌 일부가 파열된다.

골격은 유출되는 마력에 견뎌내지 못하고 와해. 사과 껍질 같아서 꼴사납다.



「──────간다」


걱정 따위 필요 없다.

부서진 부분은 이 보강한다.

내 전심은 녀석의 절멸에만 돌려진다.

눈치 채였다.


집속하는 살의.

이쪽의 마술행사를 적으로 간주하고, 검은 거인의 눈이 움직인다.



검은, 흉성 같다.


거인은 단말마를 지르면서, 자신의 적을 참살하러 달린다.



───광전사.


미친 상태 그대로, 거인은 변하지는 않았다.

저것은, 아직 세이버와의 싸움 속에 있는 것이다.

눈은 보이지 않고, 제정신을 잃고, 죽음을 두 번 맞이해 온몸이 부패되어 가면서, 여전히, 이리야를 지키려고 싸우고 있다.




───────────, 1초.




「──────」

달려오는 거인은 일격으로는 멈추지 않고, 보통 투영 따위 통하지 않겠지.

투영마술( trace )로는 미치지 못한다.

한계를 넘은 투영이 아니면, 저 거인은 쓰러뜨릴 수 없다.

그러므로────

「────투영,장전(trigger · off)」





뇌리에 아홉.

체내에 잠자는 27개 마술회로 그 모두를 동원해서, 일격에 때려눕힌다———




──────────, 2초.




눈앞에 닥쳐온다. 쳐들어지는 대검.


격류와 소용돌이치는 기세.


파고들어 오는 한 발을 한 발로 맞받아 치고.


상완 쇄골 목젖 정수리 명치 늑골 고환 대퇴,


그 8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전 공정 투영완료( Set )───이는,사살백두(Nine lives blade works)」

내리쳐지는 음속을, 신속으로써 능가한다───!





「 ───, ………… ! 」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자신의 대검에 온몸을 꿰뚫리고도 여전히, 버서커는 건재했다.



「하────아────……… ! ! ! ! !」


파고 든다.

왼손에는 거인의 대검.

이쪽이 빠르다.

몸의 8할을 잃어, 죽임을 당한 버서커보다 내 마지막 일격 쪽이 빠르다.

대검을 가슴께까지 들어올려, 창처럼 힘껏 꽂아 넣는다.

「 ──── ! ! ! ! 」



하지만, 졌다.

앞뒤고 자시고 할 거 없이.

주어진 반칙 급 특권을 뻔뻔스럽게 전부 열어젖히고 투입해서, 그러고도 졌다.

버서커의 일격이 닥쳐온다.

선풍을 동반하고 내리쳐진다.



「──────」


몸을 비튼다.

모든 능력을 회피에 쓴다.

알아챈 건 빨랐다.

그러니 피할 수 있다.

버서커의 일격은 아슬아슬하게 관자놀이를 스쳐갈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즉사.


대검 끝, 겨우 몇 밀리미터 스쳤을 뿐인데 죽는다.

직격하면 대지도 죽일지 모르는 일격이다.

내 머리 따위, 칼끝이 스치기만 해도 두부처럼 날아가버린다.



대검이 닥쳐온다.

자신의 머리가 날아가는 순간에 시야가 언다.


───그러나.


위협적인 스피드로 내질러진 대검은,

위협적인 스피드로 멈춰졌다.



「──────에?」


죽음의 일격은 표적(이 나)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


검은 거인은, 앞을 보고 있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내가 아니다.

움푹 들어간 곳에서 지상으로 나와 있었던 흰 소녀를, 이성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꿰뚫었다.

주저하지 않고, 전혀 인정을 내보이지 않고, 버서커의 심장에 대검을 쑤셔 넣는다.



반격은 없다.

거인은 남은 목숨을 전부 다 쓰고, 이번에야말로 먼지로 돌아간다.



……그 찰나.

사라져가는 붉은 눈이, 소녀를 바라본 채, 네가 지키라고 고하고 있었다.




────싸움은 한 순간.

정말 숨 한 번 쉴 새에, 결판은 지어졌다.




소년은 떨리는 입술로, 다녀올게, 라고 소녀에게 전했다.

피로와 불안을 억누르며, 붉은 구속구에 손을 대고 소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소녀가 지상에 나온 것은, 소년을 말리기 위해서다.

멀어져 가는 등을, 어떻게 말려야 할까 한 번 숨 쉴 동안만 망설이고, 말 따위 생각나지 않아, 견딜 수 없어져서 밖으로 나왔다.


그건 시간으로 치면, 10초도 되지 않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잠깐 동안 한 주저가 명암을 갈라 버렸다.



「시로──────」


소년의 뒤를 쫓듯이 지상에 나온다.

싸움은 끝나 있었다.

그녀의 지킴이였던 거인은, 마지막에 소녀를 바라본 채 사라졌다.

싸움이 끝났음을 고하듯이, 광장에는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소녀의 시야에는, 그 등만이 남겨졌다.

「──────」



싸움은 끝났다.

영령의 팔이 가진 힘 따위로 이긴 것이 아니다.

소년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죽음과 싸워, 이겨냈다.

소녀는 소년의 등을 계속해서 지켜본다.


돌아보지 않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을, 그 등을.



성해포를 해방하고, 거인을 쓰러뜨린 소년의 모습은, 힘 있고 씩씩했다.

거기에 망설임은 보이지 않는다.

천을 풀고, 투영을 행사한 시점에서, 그는 모든 번민을 떨쳐낸 것이다.



「─────────시로」


그 등을, 소녀는 슬프게 계속해서 지켜본다.

다른 사람 같은 모습, 다른 것이 되어 버린 소년의 몸.


──되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어리석고 존귀한, 어느 한 결말을.




틀 떡밥이라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