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전투씬 보고 뭐 연출을 이따위로 했는지 모르겠다 싶었음.


일단 나는 그림이고 애니 업계고 ㅈ도 모르는 씹덕이라서 시청자 관점으로만 말할 거임.




전투씬 퀄리티가 예전부터 썩 좋지는 않았는데 아루 VS 시로코 전투씬 보고 너무 어이가 털려가지고 그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둘 사이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구도나 총알 피하는 게 딱 페이트 제로의 이 구도 생각났는데


보면 알겠지만 설정상으로는 학생들이 더 강해야 맞을탠데 애니 연출로 보면 아저씨 둘한태 여고생 둘이 쥐어 터질 것 같음.


그만큼 저 장면이 이상함.


일단 나는 미필이고 그림도 잘 모르긴 하지만, 총격전 연출이 되게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음.


1. 코난 극장판마냥 '총알은 직선으로 나간다' 식으로 시로코가 아루 총알 피하기.


키보토스 여고생들이 아무리 신체능력이 좋아도 총알을 보고 피하는 게 말이 되나? 맞고도 멀쩡한거지 음속을 넘을 수 있단 말은 못 들었는데, 뭐 그건 내가 설정을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기생수에 나왔던 고토마냥 사수의 몸동작과 손가락 움직임으로 파악했을 수도 있긴 함.


근데 이건 원작 해본 입장에서도 '이게 맞나' 싶은데 애니 유입 입장에선 걍 코난에 나왔던 '총알직선' 딱 그 짝임. 아니면 마하 2로 총알을 치면 어쩌구 하던 그거거나.


호시노가 탱크에 총질할 때부터 알아봤지.


2. 아루랑 시로코가 몰루무스메 버그 걸렸을 때마냥 서로를 향해 달리기만 함.


그 전까지 서로 총질 실컷 해놓고 왜 영거리까지 달려가는동안 총을 안 쐈는지 모르겠음.


3. 대갈치기 식으로 줌인 너무 자주하고, 화면에서 아루랑 시로코를 왔다리 갔다리해서 눈아픔.


서로 충돌하는 장면 넣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좀 적당히 해야지 눈아프기만 하고 상황 이해도 안 되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emtWbDX0KN0&feature=youtu.be


당장 이 총격전은 무려 45년 전 딸피 애니인 퍼스트 건담에 나온 총격전 연출만도 못함.


45년전 애니라 작화는 구려도 총격전 연출 보면 아무로가 빔 라이플을 쏘면 샤아가 회피기동하면서 아무로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데 정작 건담은 수백발의 총탄을 맞아도 멀쩡하고...


이런 식으로 물 흐르듯이 치밀하게 합을 주고 받음.


1년전쟁 초반부 때는 붉은 혜성 샤아한태 쨉도 안 되는 아무로의 미숙함과 샤아의 노련함을 보여주고, 헤일로 있는 학생들마냥 수백발의 총탄을 처맞아도 멀쩡한 건담의 내구력, 거기에 전함 주포에 맞먹는 라이플의 공격력 등등을 효과적으로 연출했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느끼는, 두 라이벌의 대비까지.


그런데 시로코 VS 아루는 그냥 덤 앤 더머 같지 둘 중 누구도 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것처럼 안 보임.



카요코킥 이 장면도 문제 많음.


프레임이 너무 적어서 뚝뚝 끊기는 건 둘째 치고, 멀쩡한 총 냅두고 왜 발차기를 하는지 그 개연성을 납득시키질 못함.


미니건을 발로 찰 시간 있으면 그냥 총으로 미니건을 쏘는 게 더 빠르겠다.




36년 전에 나온 역습의 샤아에서도 가진 무기 탄약 다 오링나고 근접 격투까지 가는 지경이 되니까 발차기를 했지, 카요코마냥 총알 남은 상태에서 다짜고짜 발차기를 한 게 아님.


역습의 샤아는 예산 많은 애니긴 한데, 전투씬의 개연성을 보면 그렇다고.


그냥 3화 전투씬만 봐도 총체적으로 연출이 실패한 거 같음.


그리고 이제부터 몰루처럼 저예산인 다른 애니 전투씬으로 예시 좀 들어보려고 함.




https://www.youtube.com/watch?v=-olPXm8oJyw






저예산으로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카리 겐도 특유의 깍지 낀 손으로 입을 가려서 입 모양 바뀌는 표현 안 넣어도 되게 하기


엘리베이터 움직일 때 효과음만 넣어서 움직이는 척 하기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나기사 카오루를 1분이나 붙잡고 있기


틈만나면 흑백화면 쓰기


이도 저도 안 되니까 '오메데토'엔딩 내기


등등 예산을 아끼려고 발악하고 궁리하면 뭐가 나오긴 했음.


근데 몰루 애니는 아예 성의도 안 보임.


에반게리온은 유명하니까 넘어가고, 은하영웅전설을 예시로 들고 싶음.



https://www.youtube.com/watch?v=F6dawaZydzQ


https://www.youtube.com/watch?v=d3s8gXMwYWY



이건 36년 지난 딸피 애니메이션이고, 162편짜리 저예산 애니임.


1화당 제작비는 천만 엔인데, 당시 버블 경제를 감안했을 때 비교적 낮은 예산이 책정되었음. 소설 원작의 SF 애니메이션이고, 그 당시 인기있던 로봇물도 아니라서 투자를 못 받았거든.


은하영웅전설은 애니메이션은 OVA라서 유통구조가 달라서 그런건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하여튼 당대 경제에 비하면 저예산 맞음.


2010년 TV 애니메이션 1화의 제작비는 평균 1,100만 엔에 2014년엔 화당 제작비는 1,200만~1,800만 엔임. 물가 상승 감안해도 TVA와 OVA 차이 고려하면 뭐.


https://www.youtube.com/watch?v=Hc5xgCqTy_k


그래서 은하영웅전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모든 음악을 저작권 만료된 클래식 음악으로 선택했음.


그런데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전열보병 같은 인상을 주는 포격씬을 잘 살려서, 예산을 아낀다는 티는 안 남.


그리고 한 번 싸우면 100만 단위로 사람이 죽는 우주전쟁물이다보니, 주요 인물들의 기함 정도만 클로즈업 하고 나머지는 먼 배경에 점으로 칠하는 방식 등으로 예산을 아꼈음.


162편이나 되다보니 일상 회화씬은 최대한 동화를 절약해야 해서 초당 2프레임이라는, 그 카요코 킥의 프레임밖에 안 되는 식으로 되어있지만 전투씬에는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는 식으로 퀄리티를 높였음.



그리고 '먼 훗날의 역사학자가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원작의 컨셉에 걸맞게, 이런 기록화 스타일의 정지화면을 곳곳에 자료화면처럼 써먹고, 그 시간 동안은 나레이션이 역사를 읊는 식으로 대량의 동화를 절약하는 태크닉까지 선보임. 


그리고 전투씬 연출 예시로 들려다 유튜브에선 못 찾았는데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라는 전투에서 동맹군과 제국군이 싸우는 씬이 있었음.


거기서 동맹군은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는 구도로, 제국군은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을 바라보는 구도로 잡아서 이 둘이 서로 충돌하는구나 하는 걸 알려줬는데, 저 시로코 VS 아루 전투씬은 좌우가 너무 왔다리 갔다리 하고 눈 아프게 깜빡이고 해서 이런 방향감이 상실되는 느낌이었음.


그러니까 예산이 낮으면 선택과 집중을 잘 하고, 연출로 극복야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에 몰루 애니는 이걸 완전 말아먹은거임.


전투씬 보고 빡쳐서 쓰느라 두서는 없었는데 더 예시로 들 만한 저예산 애니가 생각이 안 나서 그만둠. 



아 그리고 이 연출의 하이라이트


'선생'


주변인들을 저능아로 만드는 건 딱히 문제가 아님.


어느 창작물이건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서 그런 묘사가 아예 안 나올 수는 없음.


당장 를르슈 람페르지나 양 웬리만 봐도 천재 지휘관 설정인데 적들이 무능해서 상식적인 전략에도 계속 당함.


그런데 주인공이 저능아면 거기서 더 지능이 낮은 주변인들은 뭐가 될 지 생각해보면 뭐...


저예산 애니는 아닌데 이 녀석이랑 비교할만한 좋은 예시가 바로 아까 언급한 를르슈 람페르지임.


코드기어스도 중2병이고 말도 안 되는 전투씬으로 욕 많이 먹었는데, 선생처럼 까이진 않았음.







얘도 주변에서 천재라고 치켜세우는 거 치곤 전략 전술 되게 비현실적이고


노노미 적을 향해 탄막을 쳐 마냥 이래라 저래라 말은 하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연출로 스킵하고 넘어갔음.


그런데 얘는 선생처럼 '탄막을 쳐'처럼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휘랑은 달리 일단 대사는 번지르르하게 잘 하거든.


그리고 지시 사항이 매우 구체적임. N그룹 전진, P-1 후퇴, 벽 건너로 총 쏴, 포위해, 지원군 투입, 등등.


당장 지도를 쳐다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면 그에 맞게 따까리들이 움직이고 적들은 섬멸됨.


그리고 여기에 지도에서 하나씩 뜨는 LOST 표시로 '아 를르슈가 존나 쩌는구나'하는 시각적 임팩트를 남김.


가끔씩 선보이는 지형지물을 무너뜨려서 적을 섬멸하는 전술은 현실성은 둘째치고 이새끼가 존나 쩐다는 인상은 제대로 남김.


근데 애니 선생은 그런거 없음.


이게 지휘씬의 존나 큰 문제임.


시각적 임팩트가 ㅈ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