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만동이 끝난지 거의 2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정보글을 쓰려하니 뭔가 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내가 재미있게 본 애니 중 하나라서 이렇게 써보게 되었다.

읽기 전에 Kanon에 대한 스포가 있으므로 아직 게임을 안했다거나 애니를 볼 예정인 사람들은 주의

위의 대사는 학만동 스토리중 메루 일행이 '루나 22권 미니 온리전'에 제시간이 다되어도 동인 회장에 나타나지 않자 타카네가 한 대사이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기에 기적이다." 보기에는 그럴싸한 말이니 그냥 읽고 넘긴 사람들도 많았을 것인데 이 대사는 사실 한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그 게임은 바로 카논(Kanon)으로 클라나드와 엔젤 비트로 유명한 Key에서 만든 에로게이다.

 이 작품이 유난히 특별한 이유는 이게 공식적인 Key의 데뷔작이기 때문도 있지만 '스토리를 중시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옛날의 미연시 게임은 캐릭터가 중심이여서 이야기는 단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요소였다면 이 게임은 각 캐릭터를 활용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

 따라서 좀 과장을 더하자면 에로게가 '캐릭터 중심'이 아닌 '스토리 중심'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던 게임이며 에로게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저 대사의 주인공이 누구냐하면

이 캐릭이다.

 이 소녀의 이름은 미사카 시오리로 메인 히로인중 한 명이다. 작중에서 이 소녀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으로 인해 내년까지 살지 못하는 말 그대로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절망해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주인공과의 만남으로 끝까지 살아가기로 결심하며 밝게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시오리를 집으로 바래다주며 주인공이 병이 나을 가능성은 없냐고 묻자 그 때 돌아온 대답이 "기적이라도 일어나면 나을지도 모르지만 일어나지 않으니까 기적이라고 하는 거에요"이다.

 카논의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기적이기 때문에 만약 시오리 루트를 타게되면 마지막에 시오리의 병이 완치되지만 다른 히로인 루트를 타거나 배드 엔딩이 뜨면 시오리는 병으로 죽어버린다고 한다.

 추가로 애니에서는 죽을 것처럼 연출하지만 마지막에 기적이 일어나 병이 완치되어 평범하게 학교에 가는 모습이 나온다.

시오리가 주인공에게 난치병에 걸린 사실을 털어놓기 전에는 한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밖에서 주인공을 4시간이나 기다리는 등 병약 캐릭터라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천진무구함을 보여주었지만 이 대사 하나로 시오리가 세상을 얼마나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기에 카논에서 명대사로 손꼽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