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게임 로그를 넥슨 서버실이랑 같이 통째로 날려버린 다음에는 백섭이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 거잖냐?"


V붕쿤은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조니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곧 그가 한 말의 의도를 깨닫고는 말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마치 압도적인 광인, 또는 광적인 행위 앞에 선 사람과도 같이 공포와 경악이 드러나고 있었다. 지금 조니는 그의 왕년에 벌어졌던 아라사카 타워 때처럼 넥슨 본사에 '가장 강력한 화력의 무기를 들고 정문으로 쳐들어가는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서버실은 보통 지하에 있을 거야. 엘리베이터를 하나 찾아서 내려가면 돼! 이번에는 미코시 때와는 달리 구해야 할 영혼도 없으니까 별 생각 없이 폭탄으로 날려버리면 되잖아. 이런 거는 핵도 필요 없지."


"조니, 너도 나도 초전자포 가챠에서 천장을 쳤다는 건 알지만-"


V붕쿤이 뭐라고 반론하기도 전에 조니는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어떻게든 싸워서 살아남겠다, 이게 너의 규칙 중 하나 아니었냐? 넌 그 씨발사카 놈들의 심장을 찢어 버린 놈이잖아! 그런 놈이 천장이라는 재앙 앞에서 그렇게 가만히 앉아가지고는 말라죽기를 선택하겠다고?"


"조니, 그러니까-"


"넌 이번 가챠에 지금까지 110연차를 박았어!  캠하레 드히나 드아코에 써야 할 미래의 돌까지 투자해가면서! 그런데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 자, 다시 말해봐. 이대로 말라죽을 거야?"


V붕쿤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조니는 그런 V붕쿤을 한심하다는 듯이, 마치 왕년에는 말 그대로 날아다녔으나 지금은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린 이를 보듯 쳐다보다가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방향으로 공략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이유겠지. 넥슨 본사에 쳐들어가서 전부 다 때려 부술 합당한 이유 말이야. 그럼 생각해 봐. 지금 수많은 유저들이 청휘석 복사 버그 때문에 복사된 돌을 쓰지 않았거나, 아니면 실수로 받았을 경우에도 임시 정지를 먹었어. 분명 긴급 점검을 끝낸 앱에도 버그가 남아 있었고, 그걸 복구하겠다는 이유로 지금 또다시 긴급 점검에 들어갔지."


"그래, 그래서?"


조니는 V붕쿤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기 시작하자마자 아직 저 놈에게 감이라는 것이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 만난 물고기같이 설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 다들 갤스 페이백 기간을 놓치거나, 쿠폰 사용 기간을 놓치거나 할 판인 거는 알고 있을 거고. 그렇다면 이건 기업의 횡포야. 씨발사카 놈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넌 기업 출신으로, 기업으로부터 영혼을 되찾아온 뒤,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운 놈이야. 그 정도 되는 놈이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아니면 내가 틀렸냐?"


V붕쿤은 조니가 외친 마지막 설득을 듣고는 그 뒤로도 한참을 생각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씨발 기왕 가챠 폭사한 거면 뒤집으려고 시도라도 해 봐야지. 괜히 다른 통장 끌어들이지 말고."


"이 녀석 여전히 전설이라고 부를 만은 하네. 총 챙겨. 움직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