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레이크(Mandrake)


맨드레이크, 혹은 만드라고라(Mandragora)는 흔히 판타지에서만 나오는 가공의 식물이나 몬스터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남부 유럽과 지중해 일대에 실제로 자생하는 가지과 식물임.


잎과 뿌리에 강한 마약성, 환각성, 마비성 알칼로이드 독소를 갖고 있어서 과거에는 마녀나 주술사들이 맨드레이크로 약을 만들거나 주술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두통과 천식,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였고 마비와 마약적 특성을 이용해 마취제로도 사용됨.



사실 판타지에서 맨드레이크의 뿌리가 인간형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독이 있으니 취급에 주의하라는 의미와 함께 맨드레이크의 뿌리가 마치 사람의 하반신처럼 두갈래로 나뉘어 자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후대에 마법, 종교적 의미가 덧씌워진 거임.


전설에서는 맨드레이크는 뽑으면 뿌리 부분이 비명을 지르고 이 비명을 들으면 죽기 때문에 주로 맨드레이크의 줄기를 개와 밧줄로 연결해서 개가 대신 뽑게 만들었다고 전해짐. 그럼 약초꾼 대신 개가 죽게 되기 때문.


보리를 거둘 때가 되어 르우벤이 밭에 나갔다가 자귀나무를 발견하여 어머니 레아에게 갖다드렸다. 라헬이 이것을 알고 레아에게 졸라댔다. "언니 아들이 캐어 온 자귀나무를 좀 나누어주구려." 그러나 레아는 "네가 나에게서 남편을 빼앗고도 무엇이 부족해서 이제 내 아들이 캐 온 자귀나무마저 달라느냐?" 하며 역정을 내었다. 그러자 라헬은 "언니 아들이 캐온 자귀나무를 주면 오늘 밤 그분을 언니 방에 드시도록 하리다." 하였다. 저녁때가 되어 야곱이 밭에서 돌아오자 레아가 나가서 맞으며 "당신은 오늘 제 집에 드셔야 합니다." 하며 자기 아들이 캐 온 자귀나무로 치른 값을 해달라고 하였다. 야곱은 그 날 밤 레아와 한자리에 들었다.

(공동번역성서 창세기 30:14~16)


재밌게도 맨드레이크는 구약 성경에서도 언급되었는데 한국어 성경들에선 '자귀나무' 또는 '합환채'(合歡菜)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음. 당시 중동 지역에서는 맨드레이크를 최음제이자 배란제로 쓰였음을 암시함.




에테르(Aether)


에테르는 그리스어로 '위쪽 하늘의 공기'라는 뜻으로 여기서 '위쪽 하늘'은 오늘날의 '우주 공간'과 같은 뜻임. 아직 고대 그리스때는 우주란 개념이 없던 때라 천체(별)들이 사람이 보는 하늘보다 더 높은 하늘에 떠있다고 생각했고 이 하늘(우주)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질이자 천체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매개체로 '에테르'가 있다고 생각함.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때는 이 개념이 확대되어 에테르가 모든 물질의 근원이 되는 '물질의 정수'로도 여겨져서 '4대 원소'(불, 물, 공기, 흙)에서 확장되었다 하여 '제5원소'(Quintessence)라고도 부름.


중세시대부터는 에테르를 연금술에서 돌을 황금으로 바꿔주는 '현자의 돌'이나 만병통치약이자 불로불사의 약인 '엘릭서'와 동일시되어서 많은 연금술사들이 물질의 정수인 에테르를 추출해내려고 여러 연구를 했었음.


<중세시대의 증류기>

이 과정에서 연금술사들이 증류기로 포도주 같은 술들을 증류하는 실험을 하면서 우리가 아는 '소주, 위스키, 보드카' 같은 증류주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에탄올'도 이때 처음 발견됨. 처음 에탄올이 발견됬을때 연금술사들은 이걸 식물의 정수, 즉 '식물의 에테르'라고 착각하기도 했음.




님루드 렌즈(Nimrud Lens)


1850년 영국의 고고학자였던 오스틴 레이야드가 이라크의 님루드에 있던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궁전 유적지에서 발굴한 수정 조각으로 기원전 750~710년대에 만들어졌다 보고 있으며 현재는 대영 박물관에서 소장중임.


<렌즈가 발견된 도시 '님루드'의 위치>


'렌즈'라는 이름에서 알수있듯 이 수정은 현대의 볼록렌즈처럼 물체를 확대해서 볼수가 있음. 문제는 볼록 렌즈라는게 서기 10세기 이후에야 언급되는데 님루드 렌즈는 기원전 7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오파츠라는 소리를 듣고 있음.


다만 이 렌즈 효과가 자연적인 우연이라는 설도 있고 최근엔 단순 수정 장신구이거나 빛을 모아 불을 만드는 용도로 쓰이지 않았나 추측하기도 함.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유물로 경주 분황사의 모전석탑 사리구에서 발견된 돋보기 수정이 있는데 이 물건의 정체가 신라의 전설에 나오는 '햇빛을 비추면 솜에 불이 붙는 구슬''화주'(火珠)라고 추정됨.


전설에서 화주는 선덕여왕이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마침 이 수정이 사리구에 봉안된게 선덕여왕이 재위중(632~647)이던 634년이였다고 확인되어서 사실상 학계에선 이 유물의 정체를 화주로 보고 있음.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 유물임.



안티키테라 기계(Antichitera Mechanism)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섬 연안에서 난파된 로마 시대의 화물선에서 발굴된 유물로 기원전 1, 2세기 사이에 로도스 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제 톱니바퀴들로 구성된 기계 장치임. 현재는 아테네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원본과 복원품을 소장중.


이 기계의 원래 이름이나 전승에 대해 알려진것도 없고 1901년에 발견된 이후로 쭉 시계로 추정되었지만... 2008년 연구 끝에 정체가 밝혀졌는데 이 기계 장치의 정체는 바로 '기계식 컴퓨터'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짐.


측면의 크랭크를 돌리면 기어가 작동하면서 행성(지구)의 위치가 변경되며 그날의 해, 달, 다른 별(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들의 위치를 계산해 알려주는데 '윤년'도 반영되어서 4년마다 하루씩 날짜가 늦게 돌아가도록 설정되있음. 그외에도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피아 제전(고대 올림픽)의 날짜를 계산하는 부가 기능도 있음.


<엑스레이로 촬영된 안티키테라 기계의 내부>


엄청난 기술적 정교함과 그 기반에 깔린 수학적, 천문학적 지식 때문에 오컬트계에선 일명 '인증된 오파츠'라고 불리는 유물임.


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안티키테라 기계가 대단한 물건은 맞지만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오파츠는 아니며 오히려 당시 기술력상 충분히 구현 가능한 성과물이자 선조들의 지혜이기 때문에 오파츠라고 부르는 것은 과거에 이것을 만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고 있음.


무엇보다 이 물건은 천동설을 기반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천문학과 비교하면 계산에 오차도 있고 톱니바퀴가 수제작 되었기 때문에 기계적 정확도가 명성과 달리 그렇게 높지 않은 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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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문제로 여기서 못다룬 오파츠들은 다음편에서 다룰게... 정성들여 썼는데 념글가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