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아카이브의 공식 설정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날이 있다.


유달리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날


전날에 무엇을 했느냐, 몇 시에 잤느냐와 상관없이 거리낌 하나 없이 눈이 떠지는 날.


그런 날이 오늘이다.


두꺼운 암막커튼으로 인해 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않는, 자기 몸집만큼이나 아담하면서도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뜬 무츠키에게 오늘 처음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뒤따라 드는 생각은


"지각이구나..."


그렇다. 그런 날은 보통 알람을 듣지 못한채 속된 말로 꿀잠을 잔 날이곤 하다. 


그리하여 보통 이런 때는 처음 드는 상쾌함이 순식간에 당황함과 부산함으로 바뀌는게 정상이다.


다만 과거로부터 놀려먹기 좋은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실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해서 밥먹듯이 지각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흥신소는 매일 정시에 출근하고 있으니까.


다만 일반적인 직장인이 가지는 그런 감정과는 조금 다를 뿐.


"그래서 몇 시지..."


손을 뻗어 평소에 휴대폰을 둔 자리를 더듬거리지만 어째서인지 휴대폰이 집히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는 잠결에 휴대폰 알람을 꺼버린 후일테니


"여기 쯤인가?"


자신의 왼팔 반경에 드는 침대 상부를 열심히 뒤적여보았지만 여전히 휴대폰은 잡히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귀찮아..."


대부분은 침대 밑으로 떨어져있을 것이다. 


무츠키는 투덜거리며 몸을 반쯤 돌려 침대 아래로 손을 뻗었다.


"여깄다"


역시나, 침대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휴대폰을 켜보니 시간은


"세상에, 2시간이나 지났잖아..."


휴대폰에 찍힌 시간은 이미 오전 11시를 넘어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9시 출근을 앞두고 1시간 30분은 족히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지금은 출근시간을 2시간이나 지나고 나서야 일어난 것이었다.


"카요코 짱이 전화했겠네..."


무츠키의 예상대로 부재중이 몇 통이 와있었다.


10통


10통? 생각보다 많은데?


무츠키는 고개를 갸웃하며 부재중통화 목록을 보았다.


그녀가 예상한대로 카요코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2통


나머지 8통은 전혀 본 적이 없는 미등록번호였다.


누가 아침부터 이렇게 부지런히 전화를...


"뭐야 이거"


놀랍게도 미등록번호는 정확히 9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전화가 와있었다.


그것도 1,2초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15분, 30분, 45분, 정각 순으로 말이다.


이정도면 AI 알람 울리듯이 전화했다고 믿을 수준이었다.


"스팸전화치곤 너무 정성 아닌가"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동이 울렸다.


부재중전화 8통을 남긴 그 번호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무츠키는 생각했다.


이렇게 정성어린 스팸이라니, 어떤 식으로 놀려주면 좋을까


갑작스런 호기심이 발동한 무츠키는 평소와 같이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귀엽고 깜찍한 무츠키쨩의 전화입니다"


평소라면 '여보세요' 한 마디면 충분하겠지만 상대를 놀려주겠다는 마음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받는 무츠키였다.


하지만 무츠키의 기대와는 달린 수화음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다시 물으려는 찰나, 수화음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지 않길래 제대로 전화한건가 싶었는데 잘못 건게 아니었군요'


지극히 사무적인 톤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거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상대가 자기 또래의 학생으로 추정한 무츠키는 이것이 단순한 스팸전화는 아님을 확신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즉시 총학생회 사무국으로 와주십시오. 지금 당장.'






총학생회 사무국 로비에서 만난 직원을 따라 사무국 지하로 내려가는 무츠키의 마음은 심히 불편했다.


생각 이상으로 출근이 늦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어날 때까지 집요하게 전화한 의문의 학생 때문도 아니었다.


사무국의 갑작스런 호출 때문도 아니었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연락을 여태 받지 않는 선생님 때문이었다.


직원을 따라가다 말고 무츠키는 다시 모모톡을 확인하였다.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아침이 일어나서 바로 보냈으니 근 1시간이 넘었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은 것이다.


무츠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상냥한 사람이다.


트리니티의 우수한 학생들을 비롯하여 게헨나의, 특히나도 흥신소의 말썽꾸러기들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여겨주는 착한 사람.


자신의 짖궂은 장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해주는 자상한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연락을 30분 이상 반응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것이 업무이자 일상인 선생이기에 휴대폰을 항상 소지하고 있으며 연락에는 대체로 신속히 반응하곤 하였다.


그런 선생님이 1시간이 넘도록 자신의 톡에 반응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게을러터진 선생님을 어떻게 놀려줄까 즐거운 고민을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의문의 이유로 사무국에 끌려오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15분마다 칼같은 간격으로 전화한 학생은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오라는 말은 일방적인 통보였고, 무츠키의 대답을 듣지도 않았다.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선생님을 만날 구실이 생겨서 간과했지만 평소대로면 상당히 불쾌할만한 일이었다.


이런 불쾌한 일이 겹치니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안함.


아루를 따라 흥신소68이라는 비공인서클을 만들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이 느낌을 지금에서야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순한 여자의 감?


이런 때에?


무슨근거로?


"여기입니다."


안내를 하던 직원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무츠키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보아도 인적이 드문 곳.


그 드문 곳에서도 복도 끝자락에 있는 방.


열려진 문 너머로 알 수 있는 수상한 느낌.


가능하다면 그대로 뒤돌아서 '동아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미안해요~☆'라고 하면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여기는 총학생회 사무국이고 키보토스 내에서 보안이 삼엄하기로는 어지간한 학생회 이상인 곳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만으로는 총학생회가 호출한 자리를 피할 순 없었다.


아무리 장난을 좋아하는 무츠키라 해도 말이다.


"그럼 저는 이만"


안내를 한 직원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선 왔던 길로 돌아가버렸다.


마음같아선 직원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선 무츠키는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항상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도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생각은 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의 간단한 몸수색과 함께 가지고 온 총기는 별도로 보관하고 들어온 곳은 어떻게 보아도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어둑한 방


2평 남짓한 크기


방 중앙에 2인용 테이블과 불편해보이는 의자 2개


그리고 테이블을 비추는 조명


무츠키는 떠올렸다. 이런 배치와 환경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 공간의 용도는 그것이었다.


취조


그제서야 무츠키는 자신이 취조를 받으러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통보에 가까운 연락도 그 일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취조라니? 갑자기? 어째서?


게헨나 학원의 선도부원이 취조를 한다면 납득하겠지만 총학생회가 왜? 


게헨나 학원의 일을 총학생회가 끼어들 리가 없는데?


설령 끼어들었다 할지라도 사장인 아루가 아닌 자신을 왜?


그런 물음이 솟구치는 가운데 무츠키가 들어온 문 건너편에 있는 다른 문이 열렸다.


"늦으셨군요."


그 문에서는 한 학생이 등장했다.


검은 띠에 청색의 얇은 띠가 덧데어진 헤일로


감청색의 맑은 눈


얼굴 전반에서 느껴지는 성실함과 엄격함


그러면서도 짧은 트윈테일의 귀여운 머리스타일


누구였더라


이전에 선생님의 사무실에 놀러갔을 때 본 거 같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몇 시까지 오겠다고 한 기억은 없었는데?"


"일반적으로 약속을 하면 기대치라는게 있으니까요."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하면 곤란한데. 심지어 사람 얘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았잖아."


무츠키는 알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는 기선제압이 중요하다는 것을.


특히나도 이런 상황에서 기세마저 죽은 채 이야기가 시작되면 더더욱 힘들어질 것을.


그래서 시비에 가까운 말투로 상대방의 말을 받아쳤다.


이게 무츠키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기에.


".....일단 앉으시죠."


상대방은 무츠키의 시비에 더 대꾸하지 않은 채 방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무츠키는 보았다. 그녀가 잠시 입술을 깨무는 것을.


어느정도 기선제압엔 성공한 것일까.


"그러지"


소소한 승리에 만족하여 무츠키는 싱글거리며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서로 시간이 없으니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전에 잠깐"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그녀의 말을 무츠키가 먼저 끊어버렸다.


"자기소개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그쪽은 날 누군지 아는거 같은데 난 그쪽이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야."


무츠키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능글거리며 상대에서 통성명을 요구했다.


정보가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상대에게 밀린다.


흥신소를 비롯해 수많은 임무를 겪으면서 무츠키가 깨달았던 것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이런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였다.


다행히 기선제압에서는 성공했으니 대화를 시작하기 앞서 정보를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소개가 늦었군요"


이번에도 바로 말을 잇지 못한 채 상대가 입을 열었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세미나 소속 하야세 유우카입니다."


밀레니엄?


무츠키는 자기의 두 귀를 의심했다.


당연히 총학생회 소속, 아니 적어도 총학생회와 관련된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타학원 학생이라고?


"지금은..."


"어처구니 없네."


이번에도 말을 끊은 무츠키가 턱을 괸 손 반대편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각 학원 자치구의 일은 각 학원이 대응한다. 키보토스 학생이라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소속의 학생이 무슨 권한으로 타 학원 소속인 나를 여기로 불러온거지? 이거 직권 남용 아냐?"


평소와 같은 말투였지만 무츠키의 말에는 아까는 담겨있지 않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불쾌함.


선생의 일방적인 연락두절로 인해 쌓여있던 불쾌함이 노골적으로 말에 담겨 상대방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두 번째로 상대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지금은 총학생회로부터 일부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타학원 학생은 당신을 여기로 부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권한을 위임받았다? 웃기고 있네. 이 사실을 선생님도 알고 있는거야?"



무츠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우카는 거칠게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


유우카의 갑작스런 반응에 놀란 무츠키는 보았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을.


그중의 대부분은


슬픔


경멸


증오


어째서?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조차 모르는 학생이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들만한 일을 한 적이 있었던가?


"당신,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까?"


"하? 뭘 말하는거야?"


적잖게 놀란 무츠키였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상대에게 되물었다.


그런 무츠키의 말에 유우카는 세 번째 입술을 깨물었다.


"어제 저녁..."


유우카는 목이 메인듯 간신히 뒷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서 자살을 시도하셨습니다."







아니 ㅅㅂ 오랜만에 글 쓰는데 1시간이나 걸렸네


아까 자다가 떠오른거 초반 부분만 쓰고 자려 했는데 시간 삭제된거 실화냐 


암튼 시간이 늦었고 내일도 출근해야 해서 여기까지만


반응 좋으면 뒤에거 더 써오고 안좋으면


+ 소설 쓰는 것보다 제목 짓는게 더 힘들었다.... 


++ 2편 포탈 : https://arca.live/b/bluearchive/41506229